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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8 인문학자는 자신의 삶을 구원했나
  2. 2009.02.03 “보고는 근사한데 피부에 와 닿지가 않네. 하,하,하”
2009.02.18 11:20

인문학자는 자신의 삶을 구원했나

수유+너머 국제 워크숍 ‘인문학에서 현장이란 무엇인가’
                                                                                                                                         박휘진 기자
인문학자에게는 자기구원이 필요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2월 15일 열린 국제 워크숍 ‘인문학에서 현장이란 무엇인가’
▲ 인문학자에게는 자기구원이 필요하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2월 15일 열린 국제 워크숍 ‘인문학에서 현장이란 무엇인가’

“‘professer(교수하다)의 어원은 무엇인가를 ‘말하다’, ‘선언하다’, ‘고백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교수한다’는 것은 단지 어떤 사실을 확인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인도하고 야기하는 말, 선언이나 고백처럼 수행적인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로서 배움의 현장에서 말하는 자들은 ‘말한 대로 살아야하고, 살아온 대로 말해야한다’는 데리다의 말처럼 그의 앎이 삶으로 증명되지 못한다면, 그의 말이 그의 행동으로 표현되지 못한다면 인문학자는 앎을 통해 삶을 바꾼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2월 15일 국제 워크숍 ‘인문학에서 현장이란 무엇인가’가 열렸다. 동경대학 글로벌COE「공생을 위한 국제철학연구센터(UTCP)」와 수유+너머가 함께 마련한 이번 워크숍에는 니시야마 유지, 고병권, 고쿠문 고이치로, 이수영 등이 참여했다.

이날 고병권(수유+너머)은 “‘앎’은 ‘삶’을 구원할 수 있는가” 발제를 통해 “사회의 다양한 ‘현장’들에서는 빵이 아닌 인문학의 ‘앎’이 삶을 구원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인문학자들은 지금을 인문학의 위기(더 많은 자본을 끌어오지 못한다는 점에서)라고 부를 뿐만 아니라, 인문학을 통해 스스로 삶을 구원하는 데 무관심하다”며, “인문학자들은 과연 구원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인문학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재소자, 탈성매매 여성, 노숙인, 장애인 등이 인문학자를 현장으로 불렀을 때, 그 ‘현장’을 찾은 많은 인문학자들이 그곳을 단순히 ‘강의의 공간’으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들의 이런 마음가짐은 현장인문학의 목표를 언급하는 것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현장인문학의 목표가 ‘사회적 약자들을 시민적 주체로 생산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누가 누구를 주체로 만든다는 것인가? 인문학자들이 가난한 자를? 그렇다면 가난한 자는 주체화 프로젝트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체화는 이상하게도 대상화의 다른 말처럼 들린다.”

이처럼 고병권은 배움의 현장에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배우지 못했던 인문학자들을 비판하면서 “현장인문학의 ‘현장’은 배움의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고, 우리는 그 ‘사건’에 참여하는 한 현장에 ‘함께-있다’고 할 수 있다. 배움은 ‘가난한 자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수 행위를 하는 인문학자에게도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워크숍에서 '인문학에서 대학이란 무엇인가’를 발표한 니시야마 유지(UTCP)는 는 현재 대학이 이미 사회나 경제의 논리로 관철되어 있음을 지적,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excellence(탁월성)의 논리’임을 역설했다. 엑설런스는 학생의 성적, 졸업생의 진로, 학회발표 숫자, 참고문헌으로 등재된 논문의 수, 수상이력, 도서관에 배치된 장서의 수 등 모든 분야의 평가를 아우르는 기준으로로 사용된다. 니시야마는 “엑설런스는 내실이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통용될 수 있었다”며 “그로인해 대학은 사회와 똑같은 척도로 평가받게 되었으며, 이후 대학은 사회에 완전히 열려 그곳의 경쟁 원리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경향에서 대학의 인문학도 물론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인문학은 과잉이라 할 정도로 사회·경제적인 논리에 호소하고, 자본의 체제 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인문학적 유용성을 주장하면서 스스로를 엑설런스하게 만들어낸다. 니시야마는 “21세기의 지식기반경제에서 대학, 그리고 인문학은 국력증강과 결부된 형태로 경제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형태로 사회에 자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그는 인문학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인문학이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자기반성적으로 고찰하는 학문분야’이며 또한 인문학이 ‘인간의 본성을 무조건적으로 계속 다시 물으면서 때로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때로는 미세한 시각에서 다양한 의문과 답을 찾기 때문’이다.

고병권은 니시야마 유지에게 “다른 학문들과는 달리 인문학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어 보인다”며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 달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이 다른 학문들보다 더 권력적이라고 할 수 있고, 때문에 더욱 더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니시야마 유지는 “실제로 인문학이 권력과 연결되었던 적이 있었고 지금도 물론 그러한 흐름이 있다. 그러나 그런 흐름을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도 인문학이다. 다른 학문의 영역이 가진 사회정치성을 비판하는 것이 인문학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것은 인문학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대답했다. 대학에서 행하는 인문학자의 자기 구원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수유+너머의 국제 워크숍은 3월에도 이어진다. 3월 1일부터 5일까지 행해지는 제2 회 국제 워크숍 ‘해체와 정치’는 우카이 사토시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우카이 사토시는 소수자들과 함께 투쟁하며 사유하고 글을 쓰는 일본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권력과 타자의 문제들을 해명하는 실천적인 글을 쓰고 있다. 이어질 워크숍은 3월 2일 오후 7시 공개 강연 <해체와 정치>를 비롯, 4번의 집중 세미나<기억과 역사의 정치학>, <국가, 주권, 공동체>, <예술과 정치>, <환대와 마이너리티의 정치학>로 구성되어 있다. 문의. 수유너머. 02-378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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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3 14:18

“보고는 근사한데 피부에 와 닿지가 않네. 하,하,하”

유인촌 문화부장관 만,애,캐 업계 좌담회 후기
                                                                                                  이동수 _ 만화가, (사)우리만화연대 회장
1월 29일 좌담회를 위해 남산애니메이션센터를 찾은 유인촌 장관이 김동화 한국만화가협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문화체육관광부)
▲ 1월 29일 좌담회를 위해 남산애니메이션센터를 찾은 유인촌 장관이 김동화 한국만화가협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만화산업 육성 및 콘텐츠 OSMU 활성화를 위한 업계 좌담회]가 지난 1월 29일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있었다.  문화관광부의 수장인 유인촌 장관이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 관련 주요사업을 설명하고 각 단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정리 삼아 적어본다.
 
1. 만화 백주년에 열린 관계부처 장관과의 면담

올해는 우리 만화가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 근대만화의 역사는 이도영 화백이 1909년 6월 2일 창간한 대한민보에 그린 만평을 그 시초로 친다.

만화창작단체들은 이 행사가 무엇보다 만화창작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만화가들이 객체화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되게 하고자 했다. 이 같은 지향을 이전 행사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가장 큰 지점으로 삼고자 했으나, 예산이 부족하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후 만화관련 단체들도 참여하고 지원기관들도 함께하고 있으나 사람과 예산 문제는 특히 아쉽기만 하다.

그런 현실에서 문화관광부의 수장인 유인촌 장관이 업계 및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는 목마른 상황에 단비같은 일이다. 물론 그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들을 가지고 진행할 것인지 충분히 전달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걸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한편으론 정치적인 입장의 문제야 별개로 하더라도, 사실 이 좌담회가 관료적인 ‘요식행위’로 끝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 또한 없지 않았다. 그렇기에 부족한 정보와 우려 속에서 만남의 자리를 어떻게 실질적이고 핵심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지 궁리를 거듭했다.

2. 결론은 ‘현장경험’의 중요성

“보고는 근사한데 피부에 와 닿지가 않네. 하,하,하”

이 말은 문화부 담당 국장의 사업현황 보고를 마치자마자 유인촌 장관이 한 말이다. 농반진반으로 던진 이 말에서 문화현장의 경험이 그대로 묻어났다. 사실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늘 구체성에서 드러난다. 어떤 것을 발전이라고 하는지,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를 면밀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화문화산업정책과 관련해서 이런 측면의 아쉬움이 현장에 늘 있었기에 유 장관의 그 말 한마디는 그런 입장의 현장 목소리를 적절히 대변해주는 것이었다. 이후 각 단체들과 업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유장관은 적절히 동의하고 호응했고 때론 더 목소리를 높여가며 현장의 입장을 옹호했다.

글쓴이를 비롯한 만화단체에서는 문화가 살고 그것이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문화마인드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과 문화 현장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는 지원정책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특히 계약관계의 왜곡과 그로 인해 창작자의 1차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는 문제와 현장단체들의 직접적인 사업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지원책들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최근의 주요현안으로 만화백주년에 대한 지원과 함께 온라인만화의 무료보기 문화가 불러오는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이 시급함이 강조됐다. 포털에서 만화를 무료로 보는 시스템이 만화연재 자체만으로는 만화가들이 적절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결국 만화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의 단체와 업계에서도 또한 문화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계기준으로 인해 판권담보제도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무소불위한 미디어업체가 우리 문화산업의 혈맥을 완전차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강력한 정책집행을 요청했다.

유인촌 장관은 현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정책방향도 그러한 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그런 발언을 자주 했다. 펀드와 관련해서도 국고와 민간자본이 결합됨으로써 오히려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논리에 국고(공공성)이 묶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사 문제는 컨텐츠업계의 어려움에 동감하고 그럼에도 길게 보면 컨텐츠의 가치향상에 대해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래에 문화산업의 핵심은 컨텐츠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정책방향이 어떻게 나타날 지 지켜볼 일이다.

만화의 온라인 문제는 저작권문제와 연결해서 최근의 온라인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분은 조금 방향이 엇나갔다. 작가와 독자간의 문제라기보다 작가와 포털 혹은 출판사간의 문제가 우선 적절하게 해결될 필요가 있다는 요구였는데 아마도 최근의 관련법개정에 대한 정당성을 무리하게 연결하려는 마음이 앞선 듯 했다.

슬쩍슬쩍 흘린 온라인 관련법과 미디어법에 대한 견해의 차이만 뺀다면 군더더기 없는 좌담회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논쟁을 할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갔으나, 신문기사들이 그쪽으로 제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왠지 카메라 앞의 노련함에 밀린 느낌이다.

예정 시간을 훨씬 넘긴 후에 화기애애하게 마무리가 된 자리를 일어서며 든 느낌은  몸으로-문화적으로 현장의 경험을 체화한 장관이라 역시 다르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만화문화정책에 대해 이 자리에서 보여준 유장관의 현장감은 현장의 우려를 떨쳐버리기에 충분했다. 얼핏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현장출신 장관들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마치고 난 후 만화가 선배들의 웃음소리 속에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것은 좌담회에서 한 선배가 했던 말이었다.

“지원한다고 좋은 만화가 나올 것 같은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진짜)문제는 만화가들의 근성,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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