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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09:00

유인촌 장관, 정체를 밝히시지요

[기자의 눈]당신은 예술지상주의자입니까, 시장만능주의자입니까
                                                                                                                                         안태호 기자
설 연휴,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유인촌 장관.(사진 문화체육관광부)
▲ 설 연휴,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유인촌 장관.(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자립은 말하기도 싫으며 국립극장은 돈을 버는데 신경 쓰지 말고 단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만 매진해 달라"(유인촌 장관, 2008년 3월 21일 국립극장 업무보고 중)

문화부는 3개월 간 공석으로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대우전자 사장 출신인 배순훈 씨를  임명했습니다. 배순훈 관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제적 시각으로 미술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국립극장에 돈벌이 걱정은 하지 말고 예술성과 공공성에 힘써달라던 유인촌 장관과 전문 경영인을 미술관장으로 데려와 미술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유인촌 장관 사이의 간격입니다

사실, 이런 의문은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공직에 나선 이후로 스스로도 헷갈릴 만한 질문이지요. 지금의 유인촌 장관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유씨어터를 운영하고, 공연할 때마다 손해가 나도 예술을 위해 마구(馬具)를 걸치고 연기했던 홀쓰또메르의 유인촌과는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의 당신은 독립영화는 ‘될 놈을 지원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입장이고, 미술관에 미술전문인이 아닌 기업 사장 출신이  와서 미술관을 '경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해야 할 형편이니까요.

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 지원할 3천만 원을 행사 일주일 전에 취소해 버린 게 재정자립도의 문제였다는데 사실인가요? 엠넷 등의 케이블 방송을 끼고 하는 음악상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SM 노래방에 가서 한국의 그래미를 호언장담하며 음악산업 진흥에 힘쓰겠다던 순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시네요.

재정자립도가 평가의 가장 큰 기준이 되어 각종 문제를 야기시켰던 국립중앙극장의 경우, 당신은 예술은 돈 걱정 없이 해야 한다며 기업형 책임운영기관에서 행정형 책임운영기관으로 변경하셨지요. 책임운영기관이 성공한 제도였다고 자화자찬해오던 문화부와 국립극장에서 이리도 쉽게 태도를 바꾸시니 조금 당혹스럽기도 합니다만, 여하튼 예술계에서는 장관의 그 결정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직까지 그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국립발레단ㆍ국립합창단ㆍ국립오페라단ㆍ서울예술단의 기타 공공기관 해제와 순수예술창작법인으로의 지위변경도 아마 재정자립도의 비중을 낮추고 이름 그대로 예술적 성취도를 제고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그 와중에도 '돈 걱정 없이' 7년간이나 부려먹던 국립오페라합창단은 해체를 해버리니 말입니다. 합창단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연습생 신분으로 30만원에서 70만원을 겨우 넘기는 대가를 받으며 일궈낸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럼에도 40여명 단원의 인건비 3억이 아까워 합창단을 해체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관님 본인도 헷갈려서 이런 결과들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화부의 정책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당혹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조금 가닥이 잡히는 것도 같습니다. 작년에 가수 인순이 씨가 예술의 전당에 대관신청이 불허되어 문제가 되고 대중가수들이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대중가요 전용 콘서트홀을 지어주겠다며 달래기에 나서신 적 있지요? 물론, 가수들이 대중가요 전용공간에 대한 압박을 위해 부러 그런 활동들을 벌였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분리에 대한 문제제기였기 때문에 살짝 동문서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워낭소리>가 ‘대박’을 터뜨리자 독립영화인들과 간담회를 가지셨죠? 대통령의 워낭소리 관람에는 장관님의 역할이 있었을 거란 얘기도 있더군요. 주무부처 장관이시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상영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옆자리에 앉은 이충렬 감독에게 ‘배고프다고 말씀하세요’라고 부추기는 장면은 좀 코믹했습니다. <워낭소리>의 인기에 대통령과 장관이 ‘묻어가기’전략을 구사하시니 제가 몸둘바를 모르겠더군요. 지난 1년간 독립영화와 관련한 정책은 계속 뒷걸음질만 쳤는데 말입니다. 물론, 장관과 대통령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후퇴하던 독립영화 정책이 그나마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건건마다 대중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에 일일히 반응하며 인기에 영합하는 걸 뭐라고 부르는 지 아시는지요? 그걸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부릅니다. 정책의 장기적인 관점이나 전망 없이 그때그때 이벤트식으로 정책을 펴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여쭤봅니다. 유인촌 장관님, 당신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만 매진’하는 것이 중요한 예술지상주의자입니까, 아니면 ‘문화예술에도 경영효율성을 도입해야 한다’는 시장만능주의자입니까. 혹시 당신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단편적인 정책들을 즉흥적으로 내어놓기 바쁜 포퓰리스트는 아니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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