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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23. 21:25

죽음의 현장을 추모와 저항의 공간으로

용산 참사 항의 ‘문화예술인 선언 및 추모 문화행사’
                                                                                                                                        안태호 기자
23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문화예술인들이 기자회견과 추모행사를 가졌다.(사진제공 문화연대)
▲ 23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문화예술인들이 기자회견과 추모행사를 가졌다.(사진제공 문화연대)

문화예술인들도 이명박 정부의 용산 참사에 항의하고 나섰다.

23일 오후 1시 용산 참사 현장에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독립영화협의회, 우리만화 연대 등 진보적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이 모여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 현장에서 자행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철거민 및 진압경찰 사망에 항의하는  ‘문화예술인 선언 및 추모 문화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인들은 용산 참사를 불러온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개발 정책과 공권력의 과잉충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반민주적 살인정권의 퇴진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행사는 고영재 한독협 사무총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이종회 용산철거민살인진압대책위 집행위원장과 염신규 민예총 정책기획팀장의 규탄발언, 송경동 시인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이어졌다. 또한 문화행사로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동만 시인의 추모시 ‘죽여서 죽었다’의 낭송이 있었고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 ‘너희가 누구인지 그때 알았다’가 담긴 민미협 이윤엽 작가의 걸개그림을 사고건물 3층에 걸어 시민들에게 이번 사건의 본질과 정권의 비민주적 폭력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일회성 추모행사가 아닌 사고 현장을 지속적인 추모와 저항의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추모시] 죽여서 죽었다
... 이 엄동설한 산채로 지옥불을 뒤집어쓴 채

                                                                                문동만(시인)


죽을만해서 죽었다는 야차의 말도 나돌았다
화염병이 火因이라고 조사하기도 전에 결정되었을 얄팍한 보고서도 발표되었다
촛불을 붙여도 혹한의 바람은 거세게 그 불을 끄려 진격할 것이다
살인의 동맹자들은 진실을 얼버무리고 어서 빨리 관을 닫자고 한다
진실은 그럴듯한 언론을 통해 그럴듯하게 조작될 것이다
그러나 오그라든 당신들 입술은 아직도 뜨겁다

양심이란 무겁고 외로운 것
그 위에 덮개를 씌우지 못하는 내가 당신이 우리가 남아있다
고통스럽지만 그 관위에 박힐 못을 가슴으로 받아 견뎌야 할 시간이 역사다
당신의 정의가 맞다
용산은 팔레스타인 가자다 침략당한 옥탑방이다
그러나 축복하자
대화도 타협도 없이 배척되고 타살되어야 할 주적이 된 우리들을 위하여
더욱 강건하고 담대해지길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옮겨 붙으면 꺼지지 않는 불
진실이란 불꽃에 대하여
그 불꽃이 더욱 선연해지기를

하늘에서 내려줄 어떤 구명줄도 없었다
땅 위엔 매트리스도 홑이불도 깔려있지 않았다
비상구에는 깡패들이 탈출을 막았고
그리고 언제 발화될지 모를 신나가 불길과 물대포를 유혹하고 있었다
오직 진압의 목적과 훈령에 충실했던
일사분란 한 행동만이 그러다 터진 불길만이 그날의 진실이라는 것

그랬을 뿐 이었다
살기위해서 스스로 고립된 옥탑 망루에 갇혔을 뿐 이었다
살다보면 누구라도 한번은 결단해야 할 그저 그런 선택일 뿐
그래서 죽었다 공격해서가 아니라 방어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불러주는 대로 도장을 찍지 않아서 깡패에 시달리고
생활고에 밀려서 하늘과 가까운 옥상에 올라갔기에
죽음을 가까스로 방어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도 아닌데 그들은 먼저 공격되었다
자본증식의 욕망만, 바벨탑처럼 세워질 빌딩들의 욕망만 권장되고 보호되고
생존의 권리, 이견의 존중 이 따위,
상식 따윈 당연히 진압당하는 세상의 복판에서
불에 그슬려 죽었다
식도에 숨차게 몰려오는 화염을 내 뱉으며
온 몸을 비틀며
아 그러나 저것은 불새가 아니라 분명 사람이다
석유나 신나가 아니다 새총이 아니다
폭도가 아니다 방금 전까지 하지 마! 하지 마!
우리를 내몰지 마! 입김이 나오던 뜨거운 입들이다 사람이어서
그들은 생명이어서 죽었다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지상을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어서

당신들처럼 나이론옷이 녹아 마른 살갗위에 눌러 붙는다
지옥에도 없을 그 뜨거운 고통이
그리하여 우리는 아직도 뜨겁구나
아프지만 우리는 그 순간을 그 온도를 기억하리라
정확히 말하자 당신들은 무참히 죽여서 죽었다
죽을만해서 죽은 게 아니라 무참히 죽여서 죽었다
이 엄동설한 산채로 지옥불을 뒤집어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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