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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 18:02

현실과 가상 두 개의 리얼리티

제 1회 기술미학 포럼 <리얼리티를 상상하는 시각의 충돌>

11월 26일 열린 제1회 기술미학포럼<리얼리티를 상상하는 시각의 충돌>에 진중권, 정흥섭, 진기종, 유원준, 김상우가 참여했다.
▲ 11월 26일 열린 제1회 기술미학포럼<리얼리티를 상상하는 시각의 충돌>에 진중권, 정흥섭, 진기종, 유원준, 김상우가 참여했다.

미니 홈피나 블로그에 있는 ‘나’ 혹은 ‘우리’의 삶은 가상인가 현실인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 낡은 이야기는 이렇게 결론지어진 듯하다.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라는 두 개의 리얼리티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또 다른 리얼리티 ‘가상’에 대해 서로 다른 상상력을 가진 두 미디어 아티스트가 한 자리에서 만났다. 26일, 기술미학연구회가 주최한 제 1회 기술미학포럼 <리얼리티를 상상하는 시각의 충돌, 정흥섭 vs 진기종>이 신촌 W style shop gallery에서 열렸다. 기술미학연구회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출현하는 미디어아트 등의 생성예술들을 인문학적 담론화를 모색하며 대중화하는 연구 집단으로, 한국 미디어아트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한 담론의 재구성과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기술미학 포럼에는 두 작가 외에도 사회자로 진중권(문화 평론가), 토론자로 유원준(엘리스온 편집장), 김상우(독립 큐레이터) 등이 함께했다.

동전을 기계에 넣으면 비행기가 날아올라 폭탄을 투여하는 가상세계로 곧바로 빠져들곤 했던 유년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는 정흥섭 작가는 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캐릭터, 인터넷에 떠도는 셀카 속 인물 등 다양한 가상의 이미지들을 현실로 데리고 나왔다. 또한 작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포착하고 어느 특정한 이미지를 떼었다 다시 채워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토론자 유원준 편집장은 정흥섭 작가가 ‘우리 주변의 익숙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주변의 이미지들을 포섭하여 자신이 그려내는 가상-실재의 모호한 경계선 위에 펼쳐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편집장에 의하면 “가상의 이미지를 종이에 출력하고, 오리고, 접고, 이어 붙여서 탄생한 작가의 작업으로 그 이미지들은 정체성이 변환되어 실재 세계 속으로 투영되고, 현실화된 가상성으로 실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현실화된 가상은 또다시 현실인가 아닌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유 편집장의 지적처럼 작업에 씌워진 하얀 프레임은 “도리어 이미지를 현실로 받아들이기를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정흥섭 작가는 “현실과 재현이 개개의 일직선상에 있다면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 그러나 그 선이 구부러져있다면, 그리고 얽혀있는 관계를 잊어버리면 두 선은 돌고 돌아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이미지들이 재현해 낸 현실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고 답했다.   
 
진기종 작가는 텔레비전에 주목했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상반된 사실들이 번갈아가며 ‘전파’를 탈 때 ‘무엇이 진실일까’보다 ‘진실, 조작, 폭로, 믿음 그리고 허구’의 순환이 재미있었던 작가는 방송국을 전시장으로 데리고 왔다. 그의 <방송중on air>연작은 <CNN News Channel>, <Aljazeera>, <Discovery Channel> 등 일곱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CNN News Channel>을 보자. 9․11테러사건을 내보내는 CNN 스튜디오 뒤편에는 와이어가 달린 비행기 모형과 폭발하는 화염 모형이 있다. 모터가 달린 카메라는 그것을 찍고, 송출실에서는 그 영상을 개개의 텔레비전으로 송출한다. 텔레비전으로 보는 영상은 마치 전쟁의 순간을 기록한 것처럼 생생해 보인다.

진 작가는 어린 시절 흑백텔레비전을 보고 “엄마 저 사람들은 진짜로 흑백으로 생겼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전파를 타고 넘어온 텔레비전의 세계는 다시금 우리의 세계를 구성한다. 비록 텔레비전이라는 소재가 진부하긴 하지만 아직도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현실의 문제로 남아있다. 자연다큐멘터리가 세트에서 촬영되고, 황우석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진실과 조작이 엇갈리며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상황들이 그렇다. 그러나 진 작가는 전파를 탄 소재들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작업의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진 작가에게는 지금의 세계가 재미있는 현상으로 포착되고 그것을 재연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는 작가 자신이 그런 것처럼 ‘그야말로 디지털 세대’인 지금의 네티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진기종 작가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는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것은 정말 난해한 과제가 될 듯하다. 포럼을 소개하면서 진중권씨가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라는 두 개의 리얼리티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보다 다양한 형식으로 다양한 발언을 할 수 있게 된 작가들이 ‘세계의 어떤 리얼리티’를 그려내는가를 고찰하고, 그것을 새로운 인문학적 담론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앞으로 기술미학이 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 기술미학:
테크놀로지 발달로 인해 예술양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미술 분야에서는 미디어아트와 같이 기술을 통해 새로운 예술형식 출현이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을 통해 문화예술 장르들은 융합을 통해 복잡하게 변이하며 새로운 예술장르로서 생성중이다. 기술미학이란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기반 한 예술적 흐름들을 미학적인 이해를 시도하는 작업이다. (기술미학연구회 양기민)



                                                                                                       박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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