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2.03 “보고는 근사한데 피부에 와 닿지가 않네. 하,하,하”
2009. 2. 3. 14:18

“보고는 근사한데 피부에 와 닿지가 않네. 하,하,하”

유인촌 문화부장관 만,애,캐 업계 좌담회 후기
                                                                                                  이동수 _ 만화가, (사)우리만화연대 회장
1월 29일 좌담회를 위해 남산애니메이션센터를 찾은 유인촌 장관이 김동화 한국만화가협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문화체육관광부)
▲ 1월 29일 좌담회를 위해 남산애니메이션센터를 찾은 유인촌 장관이 김동화 한국만화가협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만화산업 육성 및 콘텐츠 OSMU 활성화를 위한 업계 좌담회]가 지난 1월 29일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있었다.  문화관광부의 수장인 유인촌 장관이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 관련 주요사업을 설명하고 각 단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정리 삼아 적어본다.
 
1. 만화 백주년에 열린 관계부처 장관과의 면담

올해는 우리 만화가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 근대만화의 역사는 이도영 화백이 1909년 6월 2일 창간한 대한민보에 그린 만평을 그 시초로 친다.

만화창작단체들은 이 행사가 무엇보다 만화창작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만화가들이 객체화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되게 하고자 했다. 이 같은 지향을 이전 행사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가장 큰 지점으로 삼고자 했으나, 예산이 부족하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후 만화관련 단체들도 참여하고 지원기관들도 함께하고 있으나 사람과 예산 문제는 특히 아쉽기만 하다.

그런 현실에서 문화관광부의 수장인 유인촌 장관이 업계 및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는 목마른 상황에 단비같은 일이다. 물론 그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들을 가지고 진행할 것인지 충분히 전달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걸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한편으론 정치적인 입장의 문제야 별개로 하더라도, 사실 이 좌담회가 관료적인 ‘요식행위’로 끝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 또한 없지 않았다. 그렇기에 부족한 정보와 우려 속에서 만남의 자리를 어떻게 실질적이고 핵심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지 궁리를 거듭했다.

2. 결론은 ‘현장경험’의 중요성

“보고는 근사한데 피부에 와 닿지가 않네. 하,하,하”

이 말은 문화부 담당 국장의 사업현황 보고를 마치자마자 유인촌 장관이 한 말이다. 농반진반으로 던진 이 말에서 문화현장의 경험이 그대로 묻어났다. 사실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늘 구체성에서 드러난다. 어떤 것을 발전이라고 하는지,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를 면밀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화문화산업정책과 관련해서 이런 측면의 아쉬움이 현장에 늘 있었기에 유 장관의 그 말 한마디는 그런 입장의 현장 목소리를 적절히 대변해주는 것이었다. 이후 각 단체들과 업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유장관은 적절히 동의하고 호응했고 때론 더 목소리를 높여가며 현장의 입장을 옹호했다.

글쓴이를 비롯한 만화단체에서는 문화가 살고 그것이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문화마인드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과 문화 현장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는 지원정책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특히 계약관계의 왜곡과 그로 인해 창작자의 1차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는 문제와 현장단체들의 직접적인 사업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지원책들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최근의 주요현안으로 만화백주년에 대한 지원과 함께 온라인만화의 무료보기 문화가 불러오는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이 시급함이 강조됐다. 포털에서 만화를 무료로 보는 시스템이 만화연재 자체만으로는 만화가들이 적절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결국 만화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의 단체와 업계에서도 또한 문화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계기준으로 인해 판권담보제도가 무의미해지고 있는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무소불위한 미디어업체가 우리 문화산업의 혈맥을 완전차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강력한 정책집행을 요청했다.

유인촌 장관은 현장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정책방향도 그러한 쪽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그런 발언을 자주 했다. 펀드와 관련해서도 국고와 민간자본이 결합됨으로써 오히려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논리에 국고(공공성)이 묶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사 문제는 컨텐츠업계의 어려움에 동감하고 그럼에도 길게 보면 컨텐츠의 가치향상에 대해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래에 문화산업의 핵심은 컨텐츠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정책방향이 어떻게 나타날 지 지켜볼 일이다.

만화의 온라인 문제는 저작권문제와 연결해서 최근의 온라인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분은 조금 방향이 엇나갔다. 작가와 독자간의 문제라기보다 작가와 포털 혹은 출판사간의 문제가 우선 적절하게 해결될 필요가 있다는 요구였는데 아마도 최근의 관련법개정에 대한 정당성을 무리하게 연결하려는 마음이 앞선 듯 했다.

슬쩍슬쩍 흘린 온라인 관련법과 미디어법에 대한 견해의 차이만 뺀다면 군더더기 없는 좌담회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논쟁을 할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갔으나, 신문기사들이 그쪽으로 제목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왠지 카메라 앞의 노련함에 밀린 느낌이다.

예정 시간을 훨씬 넘긴 후에 화기애애하게 마무리가 된 자리를 일어서며 든 느낌은  몸으로-문화적으로 현장의 경험을 체화한 장관이라 역시 다르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만화문화정책에 대해 이 자리에서 보여준 유장관의 현장감은 현장의 우려를 떨쳐버리기에 충분했다. 얼핏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현장출신 장관들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마치고 난 후 만화가 선배들의 웃음소리 속에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것은 좌담회에서 한 선배가 했던 말이었다.

“지원한다고 좋은 만화가 나올 것 같은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진짜)문제는 만화가들의 근성,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