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2.11 강요된 디자인 붐을 다시 본다
  2. 2008.11.19 예술의 네 가지 빛깔 - 예술경영지원센터 4인4색 전문가 대담, 내달 1일부터
  3. 2008.11.06 디자인올림픽에 유쾌하게 딴지 걸기 - 서울디자인올림픽 평가토론회, ‘삶을 파괴하는 디자인은 폭력이다’
2008.12.11 17:39

강요된 디자인 붐을 다시 본다

‘서울디자인올림픽2008’을 통해 본 서울시 디자인문화정책(임정희 _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

2008 서울디자인올림픽 행사장 전경. 서울시는 188만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 2008 서울디자인올림픽 행사장 전경. 서울시는 188만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1. 기획되는 디자인 붐,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이 빠르게 마무리되고, 다시 ‘한강 르네상스’사업이 진행되면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서울을 기점으로 삼아 전국적으로, 위로부터 아래로- 분야전문가로부터 비전문시민들을 향해, 관이 주도하여 시민들을 조직하는-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지정된 서울시 뿐만 아니라 여러 광역도시, 지자체에 ‘디자인(총괄)본부’가 조직되고, 도시디자인의 비전과 실행계획을 쏟아내면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공공의 무대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이 비전과 실행계획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던 이전의 전달방식과 달리 인터넷상에 다양한 비주얼 수사학으로 포장되어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디자인, 상품디자인 정도로 디자인을 이윤창출을 위한 기술이나 제품과 연결시켜 온 일반 시민들은 비전과 계획에 등장한 ‘공공디자인’, ‘사회디자인’, ‘그린디자인’, ‘도시디자인’ 등의 용어가 낯설기만 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나 디자이너를 특정 전문영역, 특정 전문가를 일컬어 온 사회적 용례에 비추어 볼 때, 시민들의 참여와 접근을 허용하는 듯한 ‘참여형 또는 체험형 디자인’을 ‘비전문적 디자인’이나 ‘아마추어디자인’으로 오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공식적으로 추진되는 디자인과 실제 생활현장에서 소통되는 디자인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로운 디자인의 원리를 기반으로 삼아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시와 지자체의 의지는 이들의 공식 홈페이지에 폐쇄된 합의 속에서 정리되어 공개되고 있는 정보처럼, 일방적으로 유효성을 획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 원리가 머지않아 낡은 관습들을 돌파하고 즉각적이며 현실적인 활용에 도달할 것임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너무나 강력하여, 도시디자인의 비전이나 계획들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다원적인 탐구와 실험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 놓는 대신, 특정 원리를 미리 요구하거나 가정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실행사업들의 관료적 처리 절차를 접하고 보면 ‘공공디자인’이나 ‘사회디자인’의 실재가 계획과는 동떨어져 있거나, 개념적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근자에 서울시 주도로 형성되고 있는 디자인 붐은 한편으로는 디자인을 하나의 강력한 사회적 언어로 정착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에 적합한 평균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려는 뚜렷한 흐름을 보여준다. 디자인이 사회적으로 강력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관념의 표현이 되는 동시에, 개개인의 정체성과 행동양식에 구체적인 형태로 관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디자인을 극단적으로 일반화하고, 특정한 시대와 특정 지역의 개인과 집단들에게 작용하는 다양한 욕망들과 사고들은 무시한 채 디자인을 시대정신에 근거한 광범위한 문화적 개념으로 환원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단기간에 준비하여 10월 한달간 치루어졌지만 경이로운 관람자수를 기록한 ‘서울디자인올림픽2008’을 살펴보면 이런 우려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공기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축제를 표방했던 ‘서울디자인올림픽2008’은 풍요와 욕망에 기초하여 즐거움과 유용성을 제공하는 디자인과 절제와 배려에 기초하여 윤리적 각성을 요구하는 디자인을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결합시키는가 하면, 디자인 자체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신화로 부풀렸다. 그러나 디자인의 다양한 원리들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은 극히 미미하여 사회적 공공공간으로서의 디자인올림픽의 역할은 매우 수동적이고 방어적이었다. 사회문화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거나 무관심하게 방기하였기 때문인지 많은 서울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들- 특히 도시개발계획에 영합하거나 저항하는 다양한 논쟁들-이 올림픽에서 제외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심미적 체험은 지나치게 격려되었다.

디자인올림픽 조직위는 명품도시를 향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수사로 제공되는 디자인, 경제난을 구원해 줄 해결안으로 등장한 디자인을 인기종목으로 배치한 반면, 사회적 요구나 공공서비스와 다각도로 관계맺는 디자인은 비인기종목으로 배치함으로써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시키지 못하였다. 디자인에 대한 다원적인 탐구와 실험이 도외시되는 지점에서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디자인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면

‘문화적 상징들의 다양한 해석과 새로운 창조’를 뜻하는 디자인(designare에서 유래된 design)은 단순히 산업적 수단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디자인된 사물과 이미지, 디자인된 서비스와 활동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을 담아내고 규정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중심적 형태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문화를 형성하고 역사적으로 기록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 모든 이들의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정치경제적이고 사회문화적이며 생태환경적인 나아가 철학적인 관심사와 이슈들과 더불어서야 디자인은 우리 바깥에 놓여있는 한갓된 대상에서 벗어나 문화현상으로서 우리에게 속하게 되고 역사를 따라 증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결코 전문분야이거나 그 분야의 실무적 내용만으로 이루어지는 한정된 범위를 지칭할 수 없다. 또한 동시대 문화의 디자인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실무 디자이너나 전문가 집단에게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상의 외부로서의 특정영역, 그리고 교육이나 다른 우연적 요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특수성과 결부되곤 하는 디자인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기술적이고 상징적인 체계들로 이루어지는데, 이 체계는 하나의 단순 사물이나 주어진 순간에서의 사물의 단순한 사용에서 멈추지 않는다. 한 사물과 다른 사물, 한 사용자와 다른 사용자, 이 순간과 다른 순간을 기술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결합시키는 방식을 디자인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기술적 측면만을 떼어 디자인을 기능적으로 정의하거나, 상징적인 측면만을 떼어 공허한 수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디자인의 본질을 왜곡, 폄하하는 것이다. 정책적 차원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광범위한 변화가 따르지 않는다면 실무적이고 상업적인 목적에 조급해하며 진행되는 관 주도의 ‘디자인 붐업’이 디자인의 본질을 호도하고 기만하면서 디자인을 개별화하고 디자인의 사회적 단절을 야기시킬 수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3. 디자인의 공공성이란

디자인의 공공성 문제는 문화환경으로서의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일깨워 준다. 소비주의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디자인은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와 매우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소비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들이 사물을 소유하려는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이 욕망을 실현함으로써 즐거움을 얻는 것이 자유로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함으로써, 상품문화를 통해 삶의 관계를 가시화하고 신뢰할 만한 것으로 만든다. 이런 사회에서는 디자인이 사람들이 물건을 원하게끔 충동하는 매커니즘쯤으로 이해되고, 도덕적 판단은 오히려 소비자의 무한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주의의 도구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하는 시장 주도의 디자인이나 소비자 주도의 디자인에서는 도덕적 판단,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디자인을 분리, 격리시키게 된다.

그러나 어떤 사회구성원들도 소비만으로 삶을 영속할 수 없고, 시장을 통해서만 삶의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디자인은 비판없는 자유시장체제를 추구하면서 끝없는 성장과 지속적인 소유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대신, 삶을 불만족과 갈망의 연속적인 상태로 상정하는 대신, 인간의 한계능력에 대한 겸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자각, 그리고 공동의 세계(나와 너, 과거와 미래)에 대한 책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배려하고 절제함으로써 생활의 균형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디자인의 지닌 공공적이고 사회적이며 생태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비공식적인 디자인에 우선하는 공식적인 디자인, 비주류의 소수 디자인들을 제압해 버리는 주류적 다수 디자인, 집합적 디자인으로부터 돌출하는 개별적인 디자인에 시선을 집중하는 사회에서는 디자인의 공공성이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생산하기는 어렵다.


4. 다시 ‘서울디자인올림픽’을 떠올리며

서울시가 세계적인 디자인, 문화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마련한 ‘서울디자인올림픽2008’. 디자인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이 올림픽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었다. 품질과 디자인에서 월등히 앞선 선진국 상품에 의해 잠식된 국내 시장을 탈환하고, 나아가 디자인이라는 비가격 경쟁요인을 통해 후진국형 가격 경쟁력(‘싸구려’)을 벗어나서 소비수요의 고급화를 통해 국제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올림픽 행사장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우선, 디자인을 산업적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하는 협소한 디자인의 개념적 인식과 정책에 관한 것이고, 두번째로는 디자인 전략이 디자인의 기술적 측면과 디자인 산물 자체의 특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결국 많은 공허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서울디자인올림픽’이 디자인의 본질을 실현하면서 긍정적인 문화를 전달하기 보다는 개별 사물에 집중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상품의 고급화를 이루어 이윤을 창출해내고, 이러한 경제적 이윤을 통해 ‘강한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서울디자인올림픽2008’은 디자인의 세계시장에 대한 피상적 정보와 예측은 제공하였을지 몰라도,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구체적이고, 과정적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하였다. 디자인이 문화적 삶의 생성에 관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보다는 특정 전문영역 내에 갇혀 자족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성공이라는 단기적인 디자인 전략으로는 규모나 힘에 의해 가려지고, 접혀져 보이지 않은 일상의 영역들과,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의 모습들이 디자인 영역에서 제외되거나 축출되기 쉽상이고, 개별적 신체를 지닌 디자인과 사회적 신체로서의 디자인이 분리되어 다루어질 뿐만 아니라, 디자인이 상품보다 더 지속가능한 문화라는 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 * 이 기사는 문화연대 문화정책 뉴스레터 '또다른'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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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9 17:59

예술의 네 가지 빛깔 - 예술경영지원센터 4인4색 전문가 대담, 내달 1일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융합의 시대,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를 12월 1일(월)부터 4일(목)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1층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개최한다
▲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융합의 시대,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를 12월 1일(월)부터 4일(목)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1층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개최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4인 4색 전문가 대담 ‘융합의 시대, 예술의 가치를 말하다’를 다음 달인 12월 1일(월)부터 4일(목)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1층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개최한다.

이 행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써 각 계의 전문가들과 문화예술 현장의 연출가, 기획자, 경영자가 만나 예술의 가치와 미래에 대하여 생각을 나누는 자리”라고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밝혔다.

이번 대담은 박원순(변호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최문규(건축가,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 배영호((주)배상면 주가 대표이사), 진중권(중앙대 문화연구학과 겸임교수) 등 네 명의 전문가가 각 주제별로 하루씩 맡아 진행한다.

먼저 박원순 변호사가 ‘예술, 사회와 소통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첫 번째 대담을 맡을 예정이며 최문규 교수는 ‘공간의 예술, 예술의 공간’을 주제로, 배영호 대표이사는 ‘예술, 경영을 디자인하다’를 마지막으로 진중권 교수가 ‘상상력의 확장인가? 예술의 과용인가?’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담에 참가하려면 11월 26일(수)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교육/행사 참가신청’ 게시판에서 각 주제별로 개별 신청하면 된다. 별도 참가비는 없으며 사전 신청자에 한하여 참석 가능하다. 문의: 02-745-3045

 


김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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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6 09:00

디자인올림픽에 유쾌하게 딴지 걸기 - 서울디자인올림픽 평가토론회, ‘삶을 파괴하는 디자인은 폭력이다’

10월 30일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진행된 디자인올림픽 평가토론회.
▲ 10월 30일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진행된 디자인올림픽 평가토론회.

이른바 몸부림, 혹은 꿈틀거림이었다. 차가워진 늦가을 저녁의 서울거리는 그만큼 걸음걸이를 재촉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의 걸음이 우리 때문에 지체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자 했다. 문화연대와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30일 서울의 거리에 깔아 놓았던 거리공연과 토론회는 '차이'와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10일부터 30일까지 서울잠실주경기장에서 '서울디자인올림픽'을 진행했다. 수많은 언론들은 이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입 모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동안 서울시가 보여주었던 포크레인 대신 다양한 '사인sign'이 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개발주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문화연대와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을 통해, 서울시 디자인정책의 이면에 존재하는 개발의 폭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런 저런 사업들을 진행하였는데, '아름다운 노점' 사진전도 이런 흐름에 놓여있다. 우리가 말하는 거리는 보행자들의 통행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토론회 장소가 되기고 하고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인 노점상들이 생계의 밑천을 만들어가는 일터이기도 하다. 이렇듯 거리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노점상 대신 화단을 선택했다. 서울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노점의 맨얼굴을 보여줌으로써 노점은 그렇게 쉽게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 연장선에 놓인 또 하나의 행사가 10월 30일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작은 토론회다. '서울디자인올림픽 평가토론회'가 그것인데, '삶을 파괴하는 디자인은 폭력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저녁 6시 30분쯤 보사노바 가수인 소히와 뉴포크 가수인 무중력소년이 토론회 사전행사로 노래를 불렀다. 가수 소히가 말한 것처럼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부유해' 보였다. 도심에서 진행되는 이 낯선 행사가 낯섬 이상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다. 저녁 7시부터 진행된 평가토론회는 진보신당 정책위원 김현우,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인 조승화, 문화연대 임정희 선생이 토론자로 나섰다. 그리고 이미 제시된 공통질문 5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서울디자인올림픽'을 위한 5가지 질문

우선 5개의 공통질문을 살펴보면 첫번째 '도대체 디자인이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가(혹은 사소한가)', 두번째 '디자인에 있어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세번째 '디자인올림픽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이었나', 네번째 '디자인올림픽은 과연 할 만한 사업이었나', 다섯번째 '계속되는 디자인올림픽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였다.

워낙 형식 자체가 없었던 탓에 각각의 질문들과 답들이 서로 넘나들었다. 우선 김현우 정책위원은 디자인올림픽에서 불러온 '디자인'의 모습에 주목했다. 실제로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참가하여 볼 수 있었던 디자인이란 것이 결국은 '포장지'에 다름아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돈벌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런 디자인이란 결국 서울시가 아니라 기업에서 해도 그만인 디자인이었을 뿐이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디자인정책이 조금이라도 공공성을 가지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쾌적성, 보편성, 시민참여가 그것인데, 이런 기준은 서울시의 디자인정책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빈곤사회연대 조승화 활동가는 디자인을 그간의 서울시 정책이 보여준 흐름에 놓고자 했다. 서울시가 디자인거리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준 노점상 철거과정에서의 폭력성, 뉴타운 난개발에서 볼 수 있는 획일성 등을 지적하면서, 서울시가 말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은 알맹이가 없는 정치적인 수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실상 디자인의 공공성이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의심을 보였다. 한마디로 디자인만의 자율적인 공간이 없다는 의혹이었다.

반면 임정희 선생의 진단은 달랐다. 임정희 선생은 우선 디자인이라는 개념의 이중성을 강조했다. 애초 16세기부터 등장한 디자인 개념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의미가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은 상당히 공학적인 개념, 혹은 정돈잡힌(질서있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런 개념은 서울시에서 활용하는 '디자인'의 용례와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임정희 선생이 강조한 것은 디자인의 최근 흐름이었다. 그것은 '사인sign'을 붙였다 뗐다(de-) 하는 행위처럼 사회적 의미화의 과정으로서 디자인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디자인이란 애초부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등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난 개념이 아닌 셈이다. 연장선상에서 임정희 선생에게 디자인의 공공성이란, 원래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그대로 놔주는 것일 수 있겠다.

디자인올림픽 행사장 전경. 서울시는 188만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서울디자인올림픽'! 오세훈 서울시장만 있더라

질문은 그대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실제 '서울디자인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우선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묻는 질문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개발주의와 상업디자인, 껍데기뿐인 환경디자인은 있었지만 참여하는 서울시민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는 '진짜' 디자인은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도 그걸 것이,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진행된 잠실주경기장은 'SH공사', '토지공사' 등 핀트가 잘 맞지 않는 공공기관의 부스들과 각종 기업에서 마련한 상품 안내부스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도시갤러리 사업에 따라 지원되던 일부 예술활동들이 일부 소환되어 펼쳐졌다. 그리고 시민들이 좋아했던 수많은 설치물들은 일반적인 놀이동산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29일 발표했던 서울디자인올림픽 입장객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44%의 입장객들이 이번 행사를 '나들이'삼아 찾았다고 답했다. 물론 나들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서울시민의 디자인감수성을 높이고자 8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벌인 행사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결과임에는 틀림없었다. 특히 같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떤 경로를 통해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최대응답은 23% 가까이가 답한 '학교내 홍보'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188만명의 서울시민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목적이 '서울시민의 동원'이었다면 80억에 달하는 예산으로 다른 행사를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평가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이 이번 디자인올림픽을 평가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부 아니다'는 식은 아니었다고 본다.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공통질문 네번째인 '디자인올림픽이 과연 할 만한 사업이었나'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을 하면서도 '만약~'이라는 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현우 진보신당 정책위원은 디자인올림픽이 서울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상업화될 수 없는 서울시의 공적 공간을 풍요롭게 하는 방안을 서로 모색하는 자리라면 디자인올림픽과 같은 자리는 있어도 좋지만, 사실상 이번 디자인올림픽에선 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 나았다는 평가다. 조승화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의 지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명확하고 지금까지 배제되어 있던 사회적 약자들을 다시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불러올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은 디자인을 관계의 망으로 본 문화연대 임정희 선생이다. 임정희 선생은 디자인이라는 것이 일정기간에 특정한 장소에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미 올림픽이라는 말이나 디자인 공모전 등이 진행된 데서 볼 수 있듯이 디자인이라는 행위를 제한된 행사로 한정짓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원래의 뜻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우리'의 자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은 올해 시범사업을 기점으로 2010년까지 매년 열릴 행사다. 애당초 2010년에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데에 따른 부대행사로 기획된 터였다. 문제는 여전히 '왜 이 사업이 필요한가'라는 합의 없이 내년도 사업이 확정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자화자찬식의 성과보고서가 또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서울을 서울이게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 없이 불꽃놀이와 '무한도전'만으로 서울시민의 동원을 넘어선 참여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서 내년에도 서울디자인올림픽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합의를 보았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 올해보다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반성이 있었다. 임정희 선생의 지적대로 서울시가 '자기만의 리그'를 하듯이 우리 역시 '우리만의 리그'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고민들이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시의 디자인정책은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 안에서, 밖에서 다양한 흐름들을 조직해내면서 즐거운 일들을 만들 것이다.

내년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주제는 'I Design'으로 확정되었다. 우리는 그 대문자 'I'에서 촘촘한 'i'들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들의 팍팍하면서도 즐거운 숙제다.




* 2008-11-04 오후 4:03:08   김상철 _ 진보신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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