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 16:40

이상이냐 현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공연소개] 극단 오늘, 돌아오지 않는 햄릿 <술집>
연극 <술집>은 ‘2009 예술전용공간지원-연극 민간소극장 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대학로의 인기 연극 및 뮤지컬을 연출한 바 있는 위성신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 연극 <술집>은 ‘2009 예술전용공간지원-연극 민간소극장 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대학로의 인기 연극 및 뮤지컬을 연출한 바 있는 위성신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김나라 기자

연극 <술집>은 ‘연극쟁이들’의 이야기다. ‘연극인’이나 ‘배우’가 아닌 ‘연극쟁이’라 함은 단순히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의 배우와 다른 그들을 구별 짓기 위해서다.

당신은 어른이 되면 꿈을 쫒거나 돈을 쫒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류의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쫒는다는 사실을, 사회에 발 들여놓은 당신이라면 알 것이다. 왜냐면 어른이 되기 위해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책임’은 처자식 혹은 노부모 등 부양해야 할 -현재 혹은 미래의-가족이다. 그런데 때때로 그것이 매우 그럴듯한 변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었다면 계속 꿈을 쫒았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물론 그것이 얼마만큼의 무게인지 스스로를 책임지기만 하면 되는 나로서는 알 턱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누구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결국은 타협점을 찾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눈엔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독차지 하는 영화의 주역들보다 상영관 한 개를 확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독립영화인들이 더 멋져 보이고, 화려한 무대의 스타배우들보다 허름한 소극장의 연극쟁이들이 대단해 보인다. 실력의 차이라기보다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신념에 조금 더 플러스를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연극 <술집>은 꿈을 쫒는 ‘연극쟁이들’의 달고 쓴 소주 한 잔 같은 이야기다.

공연을 20여일 앞두고 햄릿이 사라졌다. 며칠 째 연락 없는 주인공 햄릿 때문에 나머지 배우들도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아지트인 술집에 모여 공연에 대한 고민과 연극쟁이들의 일상을 쏟아놓는다. 햄릿 없이는 스폰서도 없다. 연습은 차치하더라도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것이다. 햄릿의 계속되는 연습 불참으로 배우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싸움도 일어난다. 그러던 중 ‘기섭’이 ‘햄릿 없는 햄릿’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이 제안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데. 과연 조연들만의 ‘햄릿 없는 햄릿’은 가능할까?

‘기섭’이 ‘햄릿 없는 햄릿’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이 제안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데. 과연 조연들만의 ‘햄릿 없는 햄릿’은 가능할까?

햄릿은 주인공이다. 무대의 주인공이자 이 세계의 주인공이다. 그는 곧 스폰서고 자본이며 현실이다. 그리고 그 대립점에는 ‘주석’이 있고 ‘승일’, ‘기섭’, ‘현석’, ‘민정’, ‘인성’, ‘민호’가 있다. 그들은 무대 위의 조연들이며 이 세계의 무명의 주변인들이다. 세계의 주변부에서 그들은 타협하지 않는 열정의 상징이며 젊음과 도전과 실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꾀하는 ‘햄릿 없는 햄릿’은 ‘자본의 부재’이며 그만큼의 ‘자유’를 뜻한다.

또한 ‘술집’이라는 공간은 화려하진 않지만 희로애락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안전하고 안락한 그들만의 공간이다. 조연으로 불리는 그들은 술집에서 소소한 삶의 에피소드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꿈의 끝자락을 붙잡는다. 술집은 또한 비 내리는 날엔 비와 어울리는 음악을 듣고, 김치전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낭만이 있는 공간이다. ‘술집’에서 그들은 밑 빠진 잔에 꿈이라는 새술을 다시 채우고 유쾌하게 꿈을 노래한다. 가끔은 남루한 현실 앞에서 흔들리기도 하며 ‘이상이냐 현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고 읊조리면서.

연극 <술집>은 ‘2009 예술전용공간지원-연극 민간소극장 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늙은 부부 이야기>, <염쟁이 유씨>,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등 대학로의 인기 연극 및 뮤지컬을 연출한 바 있는 위성신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2007년 초연된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으며 올해 2월 10일(화)부터 소극장 축제에서 앵콜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공연은 3월 29일(까지) 계속된다. 2만 5천원. 문의: 02-762-0010(이다 엔터테인먼트)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