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6. 12:38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은 줄 알았다"

[영화소개]도리스 되리,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Cherry Blossoms-Hanami)>
영화는 배우자를 잃고 혼자 남은 노년의 삶을 조명하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게 한다
▲ 영화는 배우자를 잃고 혼자 남은 노년의 삶을 조명하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게 한다

                                                          김나라 기자

알프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독일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 ‘알고이’에 살고 있는 ‘루디(엘마 베퍼)’와 ‘트루디(한넬로어 엘스너)’. 루디는 정년을 일 년 앞둔 공무원이고 트루디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다. 루디가 말기 환자임을 알게 된 트루디는 그 사실을 자식들과 본인에게 숨긴다. 그녀는 알고 있다. 남편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더라도 어제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점심으로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와 사과 하나를 먹으며 퇴근해 그녀에게 돌아오는 일상을 살 것임을.

그녀는 남편과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자식들이 살고 있는 베를린으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지만 루디와 트루디는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자식들에게 낯선 감정을 느낀다. 그렇지만 서로가 있으니 행복하다는 것도 떠올린다. 자식들은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와중 갑작스레 찾아온 부모가 부담스럽고 또 미안하다.

부부는 며칠을 지내지 못하고 바다를 보기 위해 발트해를 찾는다. 그러나 트루디가 갑작스레 먼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시간이 많을 거라 생각했던 루디는 커다란 상실감과 무력함을 느낀다. 루디는 젊은 시절부터 일본의 부토춤을 추고 싶어 했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아내의 꿈을 쫒아 무작정 일본으로 향한다. 동경의 거리를 헤매던 루디는 부토춤을 추는 소녀 ‘유’를 만나고 ‘유’로부터 부토춤을 배우며 아내를 이해하고 그녀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큰 교감을 느낀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Cherry Blossoms-Hanami)>(2008)은 <파니 핑크>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독일 감독 도리스 되리의 최신작이다. 감독은 홀로 남은 노인에게 직접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변 관계를 통해 외로움이 서서히 배어나오는 듯이 표현한다. 그렇게 영화는 배우자를 잃고 혼자 남은 노년의 삶을 조명하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게 한다.

2008년 시애틀국제영화제 최고작품상, 2007년 독일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2008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한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세계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메가박스 유럽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어 전회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2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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