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6. 20:01

예술인들도 복지혜택 좀 받으면 안되나요?

[인터뷰]예술인복지법 제안하는 연극인복지재단 김석진 사무국장

김석진 사무국장,
▲ 김석진 사무국장, "예술인복지법 문제를 못 먹고 못 사니까 돈 달라는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최소한 사회적으로 지위를 보장받자는 의미가 있다. "

예술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 일반인들의 복지마저 흔들거리는 통에 무슨 예술인복지를 위한 법이냐고 타박할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복지 문제는 오랫동안 예술인들에게 주어진 멍에였다. 예술에 몸담고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은 분명, 뭔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가능케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예술인공제회’를 공약 중의 하나로 내걸기도 했다.

11월 26일에는 예술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예술인복지와 관련된 기존의 논의들을 종합하고 예술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법적 사항들을 검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토론회를 준비와 예술인복지법과 관련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김석진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인복지재단은 예술인복지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생각이다. 재단의 활동사항을 정리해서 이야기해 달라.

2005년도에 발족은 했지만 사무국을 꾸린 것은 2006년부터다. 최초에는 복지재단의 활동방향이나 연극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세미나 등을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연극인복지기금 마련을 위해 공연을 올리거나 릴레이 후원을 조직하거나 하는 등 기금마케팅을 통해 기금을 마련해 왔다.

올해 초부터 의료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하나는 연극인 본인에 한해서 입원비나 수술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연극인과 연극인 가족 포함해서 재활치료나 장기입원, 노인성 질환 등에 대해 병원 한 곳과 결연을 맺어 식사비, 진료비, 치료비, 간병비까지 무료로 모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극인들은 직업특성상 몸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몸을 다치면 의료비가 나간다. 그런데 작품은 물론, 다른 일도 못하니까 수입은 없다. 더군다나 오래 쉬게 되면 무대의 감이 떨어진다. 말하자면 삼중고다. 재단이 전액을 부담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부담되는 부분에 대해서 같이 안고 가려 한다. 올해 말부터는 연극치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산업노조를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역시 연극이나 무용 등 집단작업을 하는 장르가 상대적으로 집합적인 활동을 하기에 용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흔히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연극도 다른 장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요즘은 대개 프로젝트별로 모여서 활동하고 끝나면 흩어진다. 극단 시스템의 결속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와해된 상황이다. 극단들이 자체적으로 생존해나갈 힘이 없는데다가 단원들을 먹여 살리기도 버겁다. 연극인들의 구심점으로서의 극단이 많이 흩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경향은 지역보다 서울이 더 심하다. 소속 없이 활동하는 이들이 지역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 된다. 그래도 일단 작업을 하려면 모여야 한다는 특성은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모노로그라 해도 스탭들이 있으니까.


최근 연극인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역시나 암담한 결과들이다.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연극인을 6천에서 7천 명 정도로 본다. 그 중 1,554명을 일일이 면담조사를 했다.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전국을 두 바퀴 정도 돈 것 같다. 문화부에서 하는 예술인실태조사는 장르별로 200명씩 표본을 뽑아서 한다. 장르별 인원도 모르고 무조건 200명, 그것도 기관에서 접근성이 용이한 분들만 조사한다. 굳이 말하자면, 먹고살만한 이들이다.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이 나라에 예술인이 몇 명인지 부터 확인해야 한다.

공연장, 연습장을 찾아갔다. “나 이거 해도 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단체의 회원이 아니다, 연극한지 얼마 안됐다, 학교졸업을 안했다 등등 이유도 참 많다. 어디까지가 연극인인가. 무대/조명 스탭들도 그렇고, 기획팀은 더더욱 그렇다. 실태조사라는 게 제대로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면담조사를 하면서도 괴로운 질문들을 한다고 혼이 많이 났다. 이를테면 연극 말고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이 연극과 관련 없는 일에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용직으로 종사한다. 서빙, 대리운전, 건설노무 등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을 상기시킨다고 많이 싫어하더라. 그러나 역시 가장 큰 것은 자기 얘기가 아니라는, 이래봤자 실제 효과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예술인복지법을 제안하게 된 이유는?

그 동안 예술인복지를 위해 여러 가지 세미나나 포럼 등에서 많은 의견들이 오갔다. 그런데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누군가 제안을 하거나 제언을 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법적, 제도적 보완장치 내지는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법안을 제안한 경우는 없지 않았나. 각종 아이디어와 제안들, 예술인공제회 추진 등이 있었지만 뭔가가 없는 것 같다. 우리끼리만 이야기하다가 끝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논의는 충분하다, 논의되어 왔던 것들을 하나로 담는 구체적인 성과물들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다. 이젠 필요한 것들을 성사시킬 방법이 뭔지를 강구해야 한다. 공제회가 그 차원에서 나왔는데 단순한 상호부조의 공제회로는 의미가 없다. 경조사비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예술인복지법 제안에는 한편으로 예술인공제회 논의가 진행되는 데 예술계의 의견을 좀더 뚜렷하게 밝혀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니들이 좋아서 하는 걸 하고 니들이 배고픈데 그걸 왜 우리보고 책임지라는 거냐” 라는 논리가 가장 무섭다. 예술가들 역시 생산적인 일을 하고 경제적인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4대 보험에 끼워주지 않는가라는 게 문제의식이다. 예술인복지법 문제를 못 먹고 못 사니까 돈 달라는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 말고도 많다. 예술가들은 의료보험도 지역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은행 대출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사회적으로 지위를 보장받자는 의미가 있다.


예술인복지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도적이란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재단이 총대를 매긴 했지만, 이번 토론회는 다른 장르와 예술인들에게 제안을 한다는 의미이다. 내년에는 정례회의를 통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예술인복지법을 이렇게 추진해 보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하고 예술계에 말을 건네는 거다. 예술인복지법을 만들려면 그 안에 논란이 되는 사항이 매우 많다. 예술인은 누구냐, 노동자냐, 일을 얼마나 해야 인정받느냐 등등 다양한 논란거리들이 있다. 당연한 일이다. 창작활동의 조건이 다르니까.


향후 일정은?

일단 26일 토론회를 진행하고 예술계 내에서 논의를 확산하는 시간을 가지고 내년 정례회의를 통해서 논의를 다져나갈 계획이다. 내년 이맘때는 초안까지 나와서 법안에 대한 공청회까지 진행되었으면 한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에 대한 보호를 위해 추진되었던 특수형태근로자 보호 법안은 예술인들에게 근로자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 사례지만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 됐다. 이 법안과 같은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인들이 국가의 사회복지 시스템 안에 편입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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