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8 18:22

연필로 그린 ‘마법’같은 애니

[영화소개]미야자키 하야오 <벼랑 위의 포뇨>

<벼랑 위의 포뇨> 한글 타이틀 로고는 한국 팬들을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써 준 것.

▲ <벼랑 위의 포뇨> 한글 타이틀 로고는 한국 팬들을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써 준 것.



깨끗하고 반듯한 이메일 보다는 연필로 쓴 삐뚜름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편지, 맘에 안 들면 찍고 바로 지울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보다는 현상될 때까지의 기대와 두근거림이 있는 필름 카메라. 가끔은 ‘편리한 것’ 보다 조금 ‘불편한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이후 4년 만에 <벼랑 위의 포뇨>(이하 포뇨)로 돌아온 그는 ‘연필로 영화를 만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백퍼센트 수작업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무려 17만장의 셀화를 연필로만 그렸다니 <포뇨>는 정말 연필로 만든 ‘마법’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감독은 “오늘날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샤프나 기계로 그려지고 있고 미국에서 또한 3D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수작업 애니메이션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맘씨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의 하야오 감독이 잘 깎아 놓은 연필 몇 자루를 늘어 놓고 한컷 한컷 그림을 그렸을 걸 상상하니 <포뇨>가 더욱 따뜻한 영화로 느껴진다.   

<포뇨>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호기심 많고 사랑스러운 물고기 소녀 ‘포뇨’는 어느 날 아빠 후지모토의 눈을 피해 바다 위로 세상 구경을 나온다. 그물에 휩쓸려 유리병 속에 갇힌 포뇨를 벼랑 위에 살고 있는 5살 꼬마 소스케가 구해주며 둘의 즐거운 육지 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얼마 안가 후지모토에 의해 포뇨는 다시 바다로 끌려가게 되고, 소스케에게 가기 위해 포뇨는 후지모토의 마법을 훔쳐 가출을 단행한다.

단순한 스토리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바다와 개성 있고 유쾌한 캐릭터의 묘사, 수몰된 마을을 헤엄치는 고대 데본기 생물 등 환상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 그리고 수채화 같은 배경 덕분이다. 특히 인간이 된 포뇨가 물고기 무리의 모습을 한 거대한 파도를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 관객은 압도된다.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것은 음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수많은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온 히사이시 조가 이번에도 음악감독을 맡았다. 일본의 유명 소프라노 가수 하야시 마사코의 노래를 사용한 웅장한 스타일의 오프닝 곡과 귀엽고 발랄한 주제곡은 영화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특히 이 주제곡은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하고 싶다”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영화 개봉 6개월 전에 발매해 오리콘 차트 3위와 일본 빌보드 차트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포뇨>는 일본에서 지난 7월 19일 개봉해 1,200만 명 이상(10월 22일 일본 집계 기준)의 관객을 모았으며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김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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