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4. 16:20

안티가족 다큐, <쇼킹 패밀리>

<쇼킹패밀리>는 가족이라는 혈연 공동체의 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인’들의 진정한 독립을 지지하는 영화다
▲ <쇼킹패밀리>는 가족이라는 혈연 공동체의 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인’들의 진정한 독립을 지지하는 영화다

안티가족!을 부르짖는 세 명의 여자들이 있다. 어떤 이에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허울 좋은 족쇄일 뿐이고, 어떤 이의 꿈은 ‘이혼’이다. 얼핏 황당하게 들리는 이 이야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쇼킹패밀리’라는 제목만 보고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온갖 욕을 다 들으면서도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지키는 주말 드라마의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으려는 걸까, 아님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극장의 불이 꺼지길 기다렸다. 두 시간 후, ‘쇼킹’함 보다는 ‘시원’함을 느끼며 극장을 나왔다.

‘가족은 늘 개인의 존재를 망각한다’

<쇼킹패밀리>는 가족이라는 혈연 공동체의 틀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개인’들의 진정한 독립을 지지하는 영화다. 물론 가족 안에서 행복한 사람들에게까지 가족이 족쇄라는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틀이 때로는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위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틀을 깨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경순에게 사회는 ‘틀렸다’는 잣대를 들이댄다.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경순 개인에게는 더 행복한 삶인데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녀와 그녀의 딸에게 ‘결손 가정’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학교에서는 아무 생각도 없이 경순의 딸에게 아버지에 대한 질문지를 들이민다.
 
가화만사성?

국가가, 사회가 개인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없듯이 가족이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해 주진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아직도 ‘가화만사성’을 외치며 가족의 행복이 곧 개인의 모든 행복을 책임질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그리고 강요한다. 관습화 된 것은 무섭다. 그렇게 배우고 컸기 때문에 중년의 여성이 호주제 폐지 반대를 외치며 “예부터 곳간 열쇠는 안방 차지였으며 지금도 남편들 월급 통장은 여자들 수중”에 있다며 “그만하면 대접 받는 거 아니냐”고 외칠 수 있는 것이리라. 또 워킹맘의 밤10시 귀가는 ‘나가라’는 시어머니의 말을 들어 마땅한 것이 된다.

유난히 혈연주의, 가족주의에 목매는 한국 사회에 해외 입양아 빈센트는 일침을 놓는다. “가장 큰 아이러니가 뭔 줄 알아? 한국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다들 죽고 못 사는 것이 뭐야? 가족. 그런데 왜 해외 입양 1위인거야?”

이기적이라고?

영화는 한 가정의 ‘엄마’가 되는 것을 자신의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삶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틀이 그들 ‘개인’의 존재를 가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엄마로서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관습화된 가치인지, 정말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인지는 돌아봐야 할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산다. 남들 다 가족을 위해서 조금씩 희생하면서 사는데 그걸 못하겠다는 건 이기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세영의 어머니는 전업 주부로 세 딸을 키워냈지만 남편이 명예퇴직하자 낮에는 남의 집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밤에는 손 하나 까딱 않는 남편과 딸을 돌본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여긴다.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이 그래왔으니까. 이런 생각들이 더 이기적으로 느껴지는 게 과연 이상한 걸까.

<오!인디풀영화제> ‘보다 자유롭게’ 섹션 네티즌 선정작으로 뽑힌 <쇼킹 패밀리>는 영화제가 끝나는 20일까지 단 한 번의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 영화를 보려면 14일 오후 4시 홍대 시네마 상상마당으로 발걸음을 서두를 것. 많은 네티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2008-11-13 오후 4:16:52 컬처뉴스 김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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