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5. 11:19

사물놀이의 세계화는 가능한가?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이 1월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사물놀이 30주년 기념공연 포스터.

▲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이 1월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사물놀이 30주년 기념공연 포스터.


                                                              박휘진 기자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이 1월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전통문화로 알고 있는 사물놀이가 탄생 30주년이라니 무언가 생경하다. 사실 사물놀이는 전통문화인 동시에 신생문화다. 그 뿌리는 농악에 있지만, 출발은 1978년에서야 이루어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사물놀이 탄생 30주년’을 발표한 작곡가 강준일(민족음악인협회 이사)은 사물놀이의 등장을 역사적 사건이라 불렀다. 그에 따르면 경제적 성장의 주역이었던 60년대 후반 새마을 운동은 문화사회면에서는 많은 것을 잃게 만든 사건이었다. “60년대 말에 이르면 정책자들은 노골적으로 농경시대의 풍물을 금기시 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마을 자체적으로 농악기, 굿-제기와 사물 등을 차압해서 아예 사용불가조치를 내리기도 했다”는 강 이사의 언급은 그 시대가 전통문화를 얼마나 홀대했는지를 알게 한다. 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흔한 양상 – 전통에 대해 낡은 것이라는 인상을 덧씌우고, 최신 문명을 숭배하게 만드는 - 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전 정권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어난 정치적 현상이기도 했다. 발제자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은 농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예인 집단을 이끌었던 정치인들 대부분은 정권부패의 주역으로 혁명군에 의해 체포되고 처형됐다. 뿐만 아니라 제 3공화국은 자유당정권의 표밭으로 알려진 민속예인집단 조직전체를 말살했다.’ 이 같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등장한 사물놀이는 같은 이유로 단순한 농악의 계승일 수 없었다. “사물놀이는 80년대 민주화투쟁과 맥을 나란히 하면서 거리투쟁의 방법으로, 점차 민족정신 결집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발제자의 언급은 사물놀이가 겪어왔던 지난 30년을 잘 보여준다. 결코 발랄하지만은 않은 역사를 가진 사물놀이지만 30년 간 사물놀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는 “민주화 운동에 등장했던 사물놀이가 이제 대학가 동아리에서 초등학교 풍물팀에 이르는 폭넓은 확산, 88올림픽을 전후한 축제문화의 변화, 한일 월드컵과 붉은 악마의 응원문화, 촛불시위와 거리축제 문화, 난타를 위시한 새로운 공연양식, 크로스오버와 사물의 결합 등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더불어 “이제는 사물놀이가 한국 문화의 힘으로서 세계로 나아갈 때”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사물놀이와 전통연희 세계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사물놀이의 가능성을 ‘전통예술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적용모델’. ‘한국 예술의 세계화를 위한 확산의 발판’, ‘시민들의 문화예술교육의 장’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언급하면서 이 가능성들이 실현되기 위해 필요한 문화정책들을 제안했다. 그는 첫째로 ”전통적인 정서와 가락을 바탕으로 현대인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경쟁력 있는 공연양식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물놀이에게서 찾고자 한다면 전통예술 양식의 현대화/대중화에 대한 문화정책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통문화에 대한 학습모델과 문화콘텐츠로의 전환이 전적으로 예술가들에게 지어질 짐이 아니라, 국가의 문화정책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물놀이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교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문화교류’로써 사물놀이를 대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발제자는 “그간 사물놀이를 비롯한 전통문화들이 국가간 교류의 장에서만 공연되어 왔다”며 “정치가들이 아닌 그 나라의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물놀이의 세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문화예술교육의 장으로서 사물놀이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예술강사제를 좀 더 내실 있게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교과과정에서의 형식적인 분담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함께 공유하면서, 재량수업이나 특별수업에서도 수요자 중심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문화 즉, 지극히 지역적인 한 문화가 세계화를 꿈꾼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사물놀이의 세계화가 문화제국주의를 표방하진 않을 거라는 것이다. 제국의 문화가 아닌 다문화의 일부로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매개로서 사물놀이를 대한다면 그것이 전 세계인에게 공유되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물놀이는 하나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예술의 공유는 당위만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신재성(한예종 연희과)씨는 “지금 대학에서 전통 연희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연희가 정말 세계시장에서 비전이 있는 것인가”를 질문했다. 이에 수잔나 오(대성그룹 상임고문)는 “비록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더라도 그것이 수용자와 공유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중요한 것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물놀이를 이해하게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닌 실력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라는 타이틀보다 사물놀이 공연자들의 실력이 수용자로 하여금 사물놀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대답했다. 예술의 한 종류로서 수용자를 만나고, 실력으로서 이해를 구하는 것이 사물놀이가 가져가야 할 영원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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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h7777.net/tt BlogIcon 날개 2009.01.15 12:21 address edit & del reply

    '사물놀이를 이해하게 하는 것은 실력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같은 악기를 두들기더라도 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두드려데는 소음은 사물놀이를 배척하게 만들지만 공연장에서 전문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세련된 연주는 가히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지요.
    저는 '김주홍과 노름마치'라는 사물놀이패를 통해서 그런 경험을 했답니다.

  2. 컬처뉴스 2009.01.16 02:17 address edit & del reply

    평소에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예술은 호불호의 문제이기에 그 취사선택의 과정에 정치적, 윤리적 잣대들이 들어설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혹은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순수하게 예술적인 것'이라는 수사 역시도 정치적 입장이긴 하겠지만요) 한국사회처럼 민족정서가 강하게 뿌리내린 곳에서는 전통문화에 대한 무관심, 또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과 등치시키기도 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저 역시 수잔나 오의 실력에 대한 언급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 사물놀이 공연을 통해 그런 감동을 느끼는 경험을 하셨다니 저도 그 공연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는군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