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5 11:29

문화부와 예술위, 뭐가 그리 급했을까?

[기자의 눈]예술위 사무처장 인선의 무리수
                                                                                                                                   안태호 기자
윤정국 사무처장 임명에 대해 예술위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예술위 노조원들의 아르코 미술관장실 점거농성 장면.
▲ 윤정국 사무처장 임명에 대해 예술위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예술위 노조원들의 아르코 미술관장실 점거농성 장면.

문제1.
“행정 경험 능력이 부족한 현장예술가들에게 문화예술위의 방대한 예산과 조직을 맡긴다는 것은 전문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불안한 일”

2008년 6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순수예술 육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가 한 발언입니다. 이 토론자는 누구일까요?

문제2.
“첫째, 위원회는 지원정책 개발, 예술계 주요 어젠다 형성 활동에 주력한다. 둘째,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의 기금운용심의회 당연직 참여를 제한하고 현장예술인 2인을 추가로 위촉한다. 셋째, 구성의 편향성, 지원사업에 대한 권한 행사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소위원회는 정책연구개발 중심으로 특화 운영될 예정이다.”

2008년 9월 4일 문화부가 발표한 새정부 문화정책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운영개선’ 파트입니다. 이 내용은 문제1에 나온 발언 내용과 같을까요, 다를까요?

문제1의 답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사무처장 윤정국 씨입니다. 문제2의 내용은 그의 발언에 대한 부연설명이라도 되는 듯 장단이 맞네요.

그러나 윤정국 씨의 토론회 발언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윤정국 씨가 2007년 12월 31일 뉴시스에 기고한 글을 보면 지금의 문화부가 한 일들을 예언이라도 하듯 딱딱 맞추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대입해보자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우선, “지난 10년간의 문화예술계 적폐들을 씻어내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서두를 장식하셨네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전형적인 수사가 돋보입니다. 다음 구절이 중요합니다. “문화예술계 기관장들의 대폭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본다”. 왠지 오싹하지 않습니까? 유인촌 장관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기관장들을 ‘학살’해 버린 이후에 확인한, ‘뒤늦게 도착한 예언’이 되버렸지만 말입니다.

이제 핵심구절이 나옵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과거 문예진흥원으로 복귀하든지, 아니면 현재 위원을 맡고 있는 예술가들을 심의의결기구로 보내고 집행기구를 문화예술 관련 행정가나 경영가들에게 따로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발언이 현실화된 것은 앞의 새정부 문화정책에서 이미 확인하셨습니다. 새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문화부가 할 일들을 이리 딱딱 맞추셨더군요. 인터넷에서 신들린 예언으로 추앙받았던 미네르바 뺨치는 수준이십니다.

사실, 모든 인사는 코드인사입니다. ‘코드’가 맞지 않는 이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피곤한 일이지요. 그러나 코드인사라는 말에는 정당하게 거쳐야 할 절차를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건너뛰고 인사를 진행했다는 음모론의 냄새가 배어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노동조합은 위원회 회의 시 간사 자격으로 사무처 직원들이 배석을 하는데 “사무처장 선임이 결정된 9일에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낸 채 위원들끼리만 회의를 해 급작스레 사무처장을 뽑아버렸다”며 ‘낙하산 인사’에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신임위원장 공모 공지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서둘러 사무처장이라는 중직을 뽑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습니다. 예술위 위원장은 애초에 12일까지 공모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월 10일에 돌연 연장공모 공지가 떴더군요. 공지가 나간 게 10일이니 아마도 그 이전에 이미 연장공모가 결정됐다고 봐야겠지요.

공모를 내놓고 공모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공모를 연장한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일반상식에 비춰보면 공모에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건 마지막 날인데 말입니다. 연장공모의 가장 일반적인 사유, ‘적임자가 지원하지 않았다’는 요건을 충족하기에도 한참 미달하는 이런 무리수를 둔 까닭이 뭘까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문화부는 예술위 사무처장 임명에 대해 ‘업무공백의 장기화 우려’라는 ‘해명’을 했습니다. 석연치 못한 상황들을 접하니 ‘업무공백 상황을 과장하기 위해 위원장 공모기간을 연장한 게 아닐까’ 싶은 어처구니 없는 상상력마저 발동하네요. 애초에 예술위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해임할 땐 업무공백에 대한 대비쯤은 해두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문화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하니 충분한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있거나 적임자가 응모하지 않았다면 연장공모 자체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고 답해주시더군요. 그리곤 비근한 예로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가 연장된 일을 거론했습니다. 답변을 듣곤 그럴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는 2008년 11월 28일 1차 공모가 마감된 이후에야 연장공모 공고가 게재됐습니다.

현재 예술위 노조는 사무처장과 위원장 직무대리의 출근저지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부는 이에 대해 ‘노조의 불법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업무에 즉각 복귀할 것을 종용하고 나섰군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윤정국 씨는 현 정부와 코드가 딱딱 맞는 분입니다. 예술위가 ‘현장예술인들의 합의기구’에서 ‘문화부 산하의 기금집행기관’으로 변신하는 데 있어 어쩌면 이분만큼 사무처장에 맞춤한 분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문화부와 예술위는 뭐가 그리 급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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