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5. 12:29

다문화가 주는 에너지에 단점은 없다

[인터뷰]이주노동자의 방송 이병한 대표
                                                                                                                                         이주호 기자
이주노동자방송 이병한 공동 대표.
▲ 이주노동자방송 이병한 공동 대표.

2월 22일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가 경선을 통해 이병한, 소무뚜(버마) 두 사람을 공동 대표로 선출했다. RTV의 지원 중단, MB정권의 이주민 탄압, 실업 증가로 인한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배타 의식 고조 등 한결 같은 악화 일로의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MWTV 이병한 대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 봤다.

이주노동자의 방송이 최초로 경선을 시도했다. 경선을 통한 선출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종래에는 후보를 추천하고 추천인을 대상으로 표결을 했다. 공약 같은 것을 내세우면서 대표를 뽑는 건 아니었는데 내부에서 경선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단체의 경우 이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단체이기에 후보에 대한 정보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선거와 관련된 공지가 전부 한글로 돼 있기에 이 또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장애가 된다. 경선 과정에서 생겨날지도 모르는 불평등을 생각하면 경선을 하기에는 때가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표가 외국인 1명, 한국인 1명이다. 각자의 역할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인가?

이주민 대표는 주로 이주민 공동체와의 네트워크 확장에 중점을 둔다. 한국인 대표는 전반적인 업무를 조정하는 일을 맡는다. 처음에는 네 명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나 역시 거기에 속했다. 한국인인 내가 이주노동자방송의 대표를 맡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행정적인 면에서 특히 관청에 드나드는 문제에 있어선 한국인들의 역할이 필요했다. 이주민 대표가 처리하기에는 접근조차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다 업무 효율 때문에 두 명으로 줄였고, 개중에는 한 명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업무 효율을 내세우는 것은 실질적으로 이주민 대표를 배제하는 것일 수 있다. 한국 활동가들이 어느 순간부터 강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여기서 이주민 활동가들이 소외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리더십이란 게 얼마만큼 일의 완성도에 기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다른 미디어 단체에 비해 완성도가 미비하다는 사실은 남도 알고 우리도 안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이주민들과 보조를 맞추는 데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고 업무가 느슨해진다는 느낌도 받겠지만, 이주노동자의 방송은 이주민들이 만드는 미디어 단체고 생생한 이주민들의 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다.

이주노동자의 방송 내에서도 역할이 나뉠 수밖에 없고 여타 단체에서라면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봤을 때 이주민과 한국인의 구분이 없는 통합사회를 이룬다는 건 결국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일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생겨나는 불편함을 들어 다문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통이 힘들고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등, 다름이 주는 에너지를 얻기까지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 내부에서도 다문화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내부의 갈등이나 차이를 줄여나가면서 성공적으로 단체를 꾸려 가면 외부에 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다문화가 주는 에너지가 무엇이기에 불편한 과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하나는 인권에 관한 문제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말하면서 다르다는 것 때문에 차별 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또 하나는 다른 문화가 우리에게 이식됐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다문화에 단점은 없다. 문화는 흐름이고 흡수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그것을 정체성의 잃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체성이란 것은 계속해서 달라지는 것이다. 흑인 한국인, 백인 한국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되면 인종 차별은 없어질 것이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으로 인종 차별의 문제마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보수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보다 다문화의 장점과 이주민들의 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보수를 변화시키는 방법일 수 있다. 문화적 다양성이란 용어의 정의도 다시 해야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차별 없이 문화가 뒤섞여야 한다. 서울이 전국에서 맛있는 음식점이 가장 많은 도시가 된 것은 일종의 다문화를 즐김으로써 얻는 풍요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방송은 이제까지 이주노동자 실태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었다. 단순히 대변만 하는 입장이었는데, 통합 사회를 목적에 둔다면 한 측을 대변하는 것을 넘어서 통합적 관점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주노동자의 방송의 지향점이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에 이주민 문화를 알리는 것이고, 둘째는 이주민에게 한국을 알리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방송은 11개 나라말로 다국어 뉴스를 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서 RTV와 갈등이 있었다. RTV 입장은 똑같은 내용을 언어만 달리 내보내는 게 무슨 의미냐 하는 것이었고, 한국어를 잘 몰라 한국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방송을 만든다는 게 우리의 취지였다. 언어적 장벽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지 한국 사람들에게 흥미를 제공하는 것은 목적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편파적인 내용이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는데, 우리는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는 어두운 면,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을 다룬다. 밝은 내용을 안 다루는 건 아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퍼블릭 액서스다. 퍼블릭 액서스에다 대고 왜 한쪽의 이야기만 하는가, 통합적 관점을 제시하라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주노동자의 방송은 참여자들의 자발성과 아마추어성에 힘입어 지탱되고 있다. 그러나 보도라는 것은 결국 여론을 형성하고 나아가 정책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기 마련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제까지나 아마추어리즘으로 밀고나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전문성이라는 건 양날의 칼 같은 것이다. 전문성이 과하면 이주민들은 이해를 못 한다. 진보 미디어에서 이주민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보자면 어떤 부분에서는 이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만 해도 최소한 10년 이상 한국에 살아야 어렵게나마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거기에 정책적이고 철학적 내용까지 포함되면 더 어려워진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할 때는 쉽게 풀어야 한다는 것과 그들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전문성이란 건 다문화나 다문화 관련 이슈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끌어가고 도와준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고, 서로 나눈다는 관점에서 결합해야 한다. 정책, 문화, 미디어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을 나눠주고 대신에 다문화를 배워가는 것이다. 다문화란 쉽지 않다.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문화적 차이를 스스로 겪어가다 보면 배우는 것도 클 것이다. 또한 우리가 가진 공동체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주노동자 관련 목소리들은 ‘교장선생님 훈화의 역설’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정작 들어야 하는 애들은 듣지 않고, 듣고 있는 애들은 그 말씀을 듣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애들이다. 관심을 갖는 이들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답답한 부분이다. 컬처뉴스도 마찬가지 아닌가. 보는 사람만 보는데, 딱히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RTV가 중요하다. RTV의 지원이 없더라도 그쪽 일은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온라인 활동 역시 비중 있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주류미디어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부분, 거북한 내용을 담지 않으려는 습성 때문에 외면되고 있는 현실들을 온라인을 통해 알려 가려 한다. 유튜브도 주요 수단이 될 것이다. 포기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이렇다 할 대책 없이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주류 미디어 말고는 모두 두들겨 봐야 하지 않겠나. 네팔, 방글라데시, 버마와의 콘텐츠 교류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연구 사업으로 이주노동자들의 미디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것으로 안다. 전문성을 키워간다는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데서만 그치지 말고 사회적 관점을 형성해 가는 작업도 전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방송만으로는 힘들다. 우리 매체가 가진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것은 의외로 진보 성향의 사람들도 다문화에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넘어간다면 한국인에 대한 인식,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단체조차 인종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다. 민예총만 해도 단체이름에 민족을 붙이고서 배타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니 담론 형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민예총 내에서도 다문화가 큰 의제는 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문화 다양성에 관한 의제가 좀 더 많아지고, 폐쇄적으로 돌아가는 한국사회가 개방에 대한 의제를 설정해서 그 장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갔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면에만 매달리는 태도를 버리고 사회적 개방부터 생각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다문화라는 것은 내부에서 자기를 열어야 가능한 것인데, 일단 사람이 열리게 되면 다른 문제들도 열린 상태에서 논의가 가능해진다. 타자에 대한 이해나 수용이라는 측면만 해도 문화 다양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주민의 인권과 문화 다양성이란 것은 현실적으로 복지라는 것과 맞닿아 있다. 이주민 복지라는 현안에 대해서는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는가?

방송에서 계속 다뤄왔던 문제인데,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부분이기에 정책 제안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회 영역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역할이 드러내는 것이라면 변화시키는 것은 진보단체의 역할이다. 보수진영에 대한 기대야 어차피 안 한다 하더라도 진보 진영에서만큼은 한국 사람의 집단 이기주의를 벗어난 이의 제기와 정책 변화 요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보수적 관점에서 봐도 자기 나라에 차별이 존재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진정한 보수라면 분명 생각해 봐야 할 점일 텐데, 하물며 진보에서 이것을 남의 일로 생각한다는 것은 진보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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