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 15:24

“공동체의 에너지를 지역운동으로 끌어내고 싶어요” - 대한민국 민중의 집 1호점 ‘마포 민중의 집’ 안성민 사무국장

공동체의 에너지를 지역운동으로 끌어내고 싶다는 민중의 집 안성민 사무국장.
▲ 공동체의 에너지를 지역운동으로 끌어내고 싶다는 민중의 집 안성민 사무국장.

이탈리아나 스웨덴에서는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민중의 집’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7월, 마포에서 문을 열었다. 1층은 술집, 2층은 교육관 3층은 사무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유럽형과는 달리 마포 민중의 집에는 술집이 없다. 대신 다양한 책이 꽂혀있는 책장과 넓은 테이블이 있는 열린 공간이 술집을 대체하고 있다. 술집이 가진 호방한 분위기를 대신할만한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 ‘마포 민중의 집’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안성민 사무국장을 만났다.

 - 민중의 집을 만들기까지 준비기간이 길었다고 들었습니다.

민중의 집 시작은 당시 민주노동당의 진보정치연구소,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마포지역위원회 이렇게 세 단위가 모인 민중의 집 연구모임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이탈리아나 스웨덴에서 있었던 민중의 집 모델(지역의 노동조합과 여러 단체들, 정당 등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단체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민중의 집을 건설하고 그 곳을 거점삼아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방식)이 국내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연구모임을 만들었고요. 사실상 건립이 실무적으로 추진된 것은 몇 달 안 됐어요. 그 전까지는 사례검토하고 지역의 노동조합이나 함께 사업을 했으면 했던 단체들 만나서 설명회하고 간담회를 가지는 등의 활동들을 했어요. 건물을 알아보러 다니고 하는 등의 실무가 추진된 것은 올해 초였고요.

 - 특별히 마포에서 민중의 집이 시작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사실상 연구모임 때부터 만약에 민중의 집이 만들어진다면 ‘마포여야 한다. 는 생각을 했었어요. 참가단위 중에 민주노동당 마포지역위원회가 있었잖아요. 민중의 집도 지역운동을 하는 거라서 지역에서 책임을 지고 진행할 수 있는 단위가 필요했는데, 그 단위로 마포구 지역위원회가 들어 왔었고요. 연구모임 때에는 민중의 집이 적용 가능한 모델인지를 검토해보는 수준이었지만, ‘만들어진다면 마포에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마포 지역 분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죠. 한편으로 민중의 집은 ‘봉사단체’ 차원에서 하는 지역 활동이 아니라 ‘사회운동’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진보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운동을 했던 개인이나 집단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포는 여러 시민단체, 문화단체, 생활협동조합, 대안학교, 등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점이 실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됐죠. 지역적으로 여러 단체들이 근접해 있다보니까 다른 단체와 연대해서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희가 두 달에 한 번씩 하고 있는 대안생리대 만들기 같은 것도 사실은 단체들이 인접해있어서 사업을 추진하는데 용이하고요.

 - 이름이 ‘민중의 집’인데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여타의 의견은 없었는지. 실제로 주민들이 거리감을 느끼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아직 이름으로 공식적인 설문조사를 해보진 않았어요. (웃음) 사실 아직 공식적으로 민중의 집이 창립한 상태는 아니에요. 지금은 민중의 집 건립준비위원회구요, 공간을 먼저 오픈을 하고, 시범사업들을 진행하는 중이에요. 공식적으로는 11월 1일에 창립총회를 하게 되요. 그래서 이름도 사실상 창립총회 때 최종확정을 하기로 했었어요. 그래서 아마 그 즈음해서 이름 공모도 할 예정이에요. 그렇지만 이름은 어떻게 지어지던지 간에 이 운동은 민중의 집 운동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예를 들어 마포 민중의 집은 '늘 푸른 집'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이런 건립운동 자체는 민중의 집 운동이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저희가 민중의 집이란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민중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가지고 싶었어요. 그리고 민중이란 단어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부분도 있고요. 처음부터 늘 푸른 집이나 풀로 엮은 집, 나눔의 집 이런 이름들보다 사람들이 한번쯤 되물어볼 수도 있고 그 사회적 함의에 대해서 논의도 다양하게 펼칠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있더라도 회피하지 말고 민중이란 이름을 가져가자고 이야기했었죠. 그러나 실제로 주민을 만나게 되는 이 공간 같은 경우에는 회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회원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정해져야 하겠죠. 그런데 저희 회원들은 민중이란 이름을 좋아해요. 생각보다 지역주민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아요. 오히려 민중이란 단어에 대해서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 민중이란 단어가 가진 함의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 하셨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집단성이라고 생각해요. 현대사회에서는 개인들이 가지는 개성, 개별성들을 과도하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런 것을 부추기거나 개인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전략인 것처럼 여기는데 그런 점들이 분명히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집단성, 공동체성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과거의 전통사회가 가지는 형태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고요. 지금의 운동이 공동체성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민중이란 단어 안에 그런 함의를 담아보고 싶은 것이죠.
 
 - 아직 공식창립은 하지 않으셨다고 하셨지만 홈페이지에서 보기에는 벌써부터 많은 활동들이 있어왔던 것 같던데요. 어떤 활동들을 하셨는지요.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들이었어요. 독서토론 교실, 영어로 진행하는 미술사 수업 그리고 마당극으로 구성된 방학프로그램을 짜서 시행했고 지금은 현재 끝난 상황이에요. 썸머스쿨에서 약 30여명의 청소년들을 만났는데 청소년들에게서 오는 피드백도 좋고, 학부모님들도 꽤 만족해하셨어요. 지금 청소년들은 주관도 뚜렷하고 토론문화에 상당히 익숙해있어서 깊이도 있고 생각보다 질적으로도 괜찮았어요. 그래서 토론교실은 계속 이어가자는 제안이 나왔고, 10월부터는 독서토론 교실을 중등반과 초등반으로 나눠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민중의 집은 지역의 공동체 운동을 지향한다. 벽면에 설치된 작품.


 - 농활도 다녀왔다고 들었는데요.

네. 농활을 다녀온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은 회원 간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민중의 집이 회원 간의 관계가 가장 기초가 돼야 되거든요. 전체적인 취지에 동의해서 회원가입은 했지만 공동체를 이루는 경험들을 아직 가지지 못해서 관계를 잘 다져보고자 다녀왔고요. 다른 하나는 아무래도 민중의 집이 도시에서 하는 운동이잖아요. 도시에서 하는 운동은 어떻게든 간에 농촌지역과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회적으로 역할을 강제로 나눠버려서 현재 이분화 되어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같이 가져가고자 하는, 도농연대의 관점에서 생태농활을 다녀왔어요. 반응은 꽤 좋았어요. 농활을 처음 가보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바로 가을농활을 가자고 해서 지금 날짜를 잡고 있는 중이에요.

 - 화요밥상도 있던데요.

화요밥상도 하고 있어요. 그것도 마찬가지로 회원간의 일상적인 연대모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었고요. 또 새로 만나는 주민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프로그램만으로 만나기에는 딱딱한 면도 있잖아요. 새롭게 민중의 집을 소개받는 분이 있으면 ‘화요일에 식사하러 오시라’ 이렇게 말씀드리고, 오시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으니까요. 10월에는 화요밥상이 스페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저희 회원들 중에 마포 가든 호텔 노조 분들이 계시는데요. 그 분들이 돌아가면서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음식들 위주로 요리법도 알려주시고 같이 먹어보고 그럴 예정이에요. 그리고 문학 강좌도 하고 있어요. 문학 강좌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죠. 아쉽게도 다음 주에 종강이에요.

 - 지금껏 진행해 온 프로그램들을 중간 점검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홍보측면에서는 성과가 꽤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범프로그램의 목표는 일단 지역에 홍보하는 게 가장 큰 것이었거든요. 각각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다른 단체들하고 연대를 많이 맺기도 했고, 새롭게 만나는 주민도 많이 생겼고요. 그리고 입소문이란 게 있잖아요.(웃음) 입소문을 통해서 구경 오시거나 찾아오시는 분들도 늘고, 회원가입하시는 분도 많이 생겼고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일단 대상에 대한 섬세한 고려나 운영방식이 아직은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생각되고요.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민중의 집에서 이런 활동 해보고 싶다’고 제안하는 회원들이 꽤 되는데요. 그것을 어떻게 수렴해서 잘 실행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야 갰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 말씀을 듣다보니 회원과 주민의 개념이 혼돈스러운데요.

주민을 회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겠죠. 현재도 주민들이 청소년 프로그램을 통해서 참여했던 학부모님 위주로 많이 가입을 하셨는데요. 그분들이 지금은 후원한다는 개념이 강하죠. 그러나 민중의 집의 주인이 누구냐, 누구를 후원하는 것이냐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죠. 사실 민중의 집의 주인은 회원이 주인이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야 하는데, 아직은 창립총회를 하기 전이라서 대부분의 회원들이 후원회원의 개념이에요. 11월에 창립을 하게 되면 회원이 직접 운영하는 구조로 바꿀 거예요. 회원들 중에서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프로그램 기획하는 모임도 만들고 하는 등 회원의 참여공간을 계속 만들어 내야하겠죠. 그 가운데서 정회원을 다시 모집할거구요. 그러면 회원의 의무나 권리 조항들이 생기게 되겠죠. 이런 과정들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겠죠.

 - 주민 분들의 참여를 넘어서 그분들을 민중의 집 회원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사실 8, 9월에 진행한 시범프로그램은 홍보를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그 공간에 직접 가서 하진 못 하고 지역 단체들을 중심으로 했었어요. 그리고 온라인 중심으로 했었고요.  실제로 발로 뛰면서 하는 홍보는 많이 못했어요. 10월부터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은 그걸 다 묶어서 홍보물도 제작하고, 집집마다 넣고, 상가 돌아다니면서 직접 만나고 하는 직접적인 홍보를 할 거에요. 그렇게 되면 새롭게 만나는 분들도 많을 것 같고, 더 많은 회원 분들도 만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회원들이 단순히 후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집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그 공동체에서 나오는 에너지들을 지역운동으로 뿜어져 나오도록 하는 것이 지역 공동체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소수의 운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하던 운동과 지역 공동체 운동의 다른 점이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그런 공동체를 어떻게 잘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다보면 더 나은 방안으로 나올 것이고, 더 많은 회원들이 더 폭넓게 생각을 공유하면서 지역운동을 할 수 있게 되겠죠.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성민 사무국장이 말한 것처럼  소수의 운동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비슷한 사고를 가진 하나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해내고 그 곳을 거점으로 하는 운동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각 개인들이 서로가 각각의 이익의 지점에 맞물리며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적 삶을 꿈꾸는 일은 어쩌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포 민중의 집보다 앞서 지역 공동체를 꿈꾸었던 이탈리아나 스웨덴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건대 미리부터 겁먹고 포기할 일도 아닌 듯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실행되는 민중의 집 사업이지만 아직은 공식적인 창립조차 하지 않은 걸음마 단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여러 언론들에서는 마포 민중의 집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주민분이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더니 안성민 사무국장을 보고 슬며시 검은 봉지를 하나 내밀었다. ‘지난  번에는 고마웠어요. 이거 좀 드시라구요. 더 좋은 게 아니어서 죄송하네요.’ 우연히 화요밥상에 참여하시게 되었다는 그 주민분은 아직 회원은 아니지만 종종 민중의 집에 들른다고 했다. 어쩌면 지역 공동체 운동이 가진 힘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삶의 공간을 향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언제든지 문들 열고 들어올 수 있다는 점. 생활과 분리되지 않은 생활정치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야 말로 민중의 집 운동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 2008-09-24 오후 5:15:00 컬처뉴스 박휘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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