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8 18:34

‘최진실법’? 네트워크에 대한 무지의 소치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이버모욕죄 제정에 관한 긴급 토론회

 

정부가 (故)최진실의 이름을 빌려 ‘사이버모욕죄’ 제정 움직임을 보이자 야당, 시민단체,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 이를 둘러싼 의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0월 8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외 5개 시민단체 주최로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열린 <‘악플문화’ 극복을 위한 합리적 대안 모색> 토론회도 그 일련의 움직임의 하나이다.

사이버모욕죄를 반대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그것이 친고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하지만 사이버모욕죄는 신고 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일례로 얼마 전 한 정부 기관에서 포털사이트에 ‘쥐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댓글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 법률이 적용될 경우 그것이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모욕인지 아닌지 따져보기도 전에 이들은 처벌의 대상이 되며, 인터넷 게시물이기에 작성 시기와 상관없이 소급 적용된다.

발제자로 나선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연예인 자살을 비롯한 근래 사회적 문제들이 인터넷 악플 때문인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가 표출되었기 때문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의 자살률이 10만 명 당 21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라는 자료를 예로 들어 악플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의 사회적 병폐가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게시물의 유포자와 작성자의 처벌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처벌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에조차 이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댓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며, 견해 차이만 확인하고 대안을 내지 못하는 토론 문화를 문제 삼았다. 댓글 제한과 실명제 강화에 관해서도 당리당략을 벗어난 실질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며, 아울러 인터넷 댓글 문화가 가진 순기능마저 매도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윤리 교육을 방기한 것은 오히려 정부이며 이제라도 사이버상의 윤리 교육에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장묵 세종대 교수는 “네트워크라는 망은 잘 깔아 놓았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통제를 하려 하니 규제라는 단순한 방법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사이버모욕죄는 네트워크에 대한 정부의 무지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모욕죄의 처벌 수위가 오프라인에서의 모욕죄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은 인터넷의 파급이 개인적인 발언보다 높을 거라는 오해 때문이지만 실제 매체나 블로그마다 방문자와 댓글 수가 다르므로 파급력이라는 근거 자체도 난센스임을 지적했다.

그는 “주민등록번호도, 일련의 가입 절차도 없는 외국의 사이트라고 해서 악성 댓글이 없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악플이란 현상이 한국 문화가 유독 저급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은 이미 악성 댓글이나 게시물들을 기술적으로 제어하거나 노출 빈도를 조절할 정도로 발달되어 있으며, 처벌에 관한 법률 또한 기존에 만들어져 있으므로 지금 해야 할 일은 정부가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일이며 인터넷 업체가 이런 기술들을 회사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발제와 토론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인터넷 악성 댓글을 차단하거나 조절할 기술은 이미 구비되어 있으며, 그것을 각 사이트들이 어떻게 실행할 것이냐에 대한 조절이나 규제에 관한 논의이지 모욕죄를 만드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 윤리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근간의 시끌벅적한 의견 개진이 일어날 만한 사건들이 그동안 없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진실이라는 이름이 주는 사회적 여파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기회로 비판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의 의도 역시 너무 뻔하다. 더불어 토론자들의 말마따나 악성 댓글도 교통사고 사망자마냥 어떤 새로운 체계가 생겨남에 따라 부차적으로 생겨나는 일에 불과한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눈에 보이는 의도와 그를 뒤쫓는 비판을 넘어선 움직임은 언제쯤 기대해 볼 수 있을까.






* 2008-10-08 오후 6:12:01     컬처뉴스 이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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