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6 09:42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의 세상이 도래하다.

[박서방의 주절주절]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을 뜬다
                                                                                                                         박서방 _ 인터넷만담가

 ‘날으는 스파게티’에 대한 신앙은 한 시대를 풍자하고 야유했던 종교 패러디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선 어떤 희한한 종교들이 탄생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 ‘날으는 스파게티’에 대한 신앙은 한 시대를 풍자하고 야유했던 종교 패러디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선 어떤 희한한 종교들이 탄생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의 교회(Church of the Flying Spaghetti Monster)’를 아는가? 

“세상에 이런 일이?”란 말이 절로 터져 나오는 게 요즘 세상이지만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Flying Spaghetti Monster, 이하 FSM)을 신으로 영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스파게티 괴물에 대한 그들의 경건한 신앙은 2005년도부터 시작되었다. 그 성도(?)들은 파스타파리안(Pastafarian)으로 칭하며, FSM이 우주를 창조하고 모든 동식물들을 지금 모습 그대로 창조하였다고 ‘굳게’ 믿는다.

그들의 교리에 의하면 천지창조의 과정은 이렇다. 우주는 최초에 천국의 맥주 화산에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 FSM이 4일에 걸쳐 창조했다. 첫날이 가장 힘들었는데, 산, 나무, 그리고 인간의 조상이 될 '난쟁이‘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3일 동안 나머지 우주를 창조하고 과학자들을 속일 목적으로 가짜 탄소 동위원소 분자들을 뿌렸다. 일을 마치고 과음을 한 탓에 남은 3일은 숙취에 시달리며 쉬고 말았는데, 이 때문에 금요일 또한 주말 휴일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FSM은 대략 박서방과 유사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 듯하다. 박서방도 금요일 저녁부터 과음을 시작하여 토요일 새벽에 기절한 후 대략 월요일 아침에야 정신을 차린다. FSM의 심각한 음주 문제에도 불구하고 신도들은 그를 창조주로 모시며 기도나 중요한 말을 마치고 끝에 RAmen(라멘)이라는 말을 붙인다.

여기까지 읽고 있으면 정신병자의 헛소리거나 어린아이들이나 신기한 것을 즐기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실은 ‘날으는 스파게티’에 대한 신앙은 한 시대를 풍자하고 야유했던 종교 패러디에서 출발했다. 2005년 6월 오레건 주립대학의 물리학 석사 바비 헨더슨은, 캔자스 교육 위원회가 공립학교의 생물학 수업에서 이른바 지적설계론을 진화론과 동등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기가 막힌 주장을 듣고 반박할 방법을 생각했다. 도대체 이름도 낯선 지적설계론이 무엇이기에 젊은 과학도를 열받게 만들었던 것일까? 다름 아니라 지적설계론이란 기독교 교리에 기초한 창조론의 또 다른 변형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창조론을 창조과학이라고 하여 정규 교과과정에 집어넣기 위해 수십년간 난리를 쳤으나 번번히 법원에서 퇴짜를 맞자 마치 중립적 과학인양 위장하기 시작한 것이 지적설계론의 출발이었다. 1991년 필립 존슨의 책 <심판대에 선 다윈>이 출간된 이후 이 학설은 미국 기독교계와 보수파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됐다. 이들은 포용력 넓게도(?) 과거 창조과학자(?)의 다소 꼴통스런 주장에서 벗어나 “‘지적인 존재’ 또는 ‘설계자’가 반드시 하나님이라는 것은 아니다”라던가 “지적설계론과 진화론은 상호보완적 관계다”라고 물타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런 희석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와 진보 진영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왜냐고? 과학이 아닌데 과학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박서방이 지적설계론을 읽어본바 인상은 다음과 같다. 이건 일본 SF만화책에서 숱하게 나오는 내용이다! 기독교 보수 이데올로기에 편승해서 과학의 시늉을 하고 있을 뿐 한 시절 지나가면 완전히 잊혀질 내용에 불과하며 비슷한 예로 나치스가 주장했던 우생학을 꼽을 수 있겠다. 

여하간 이런 유사과학적 내용이 조지 부시의 재선을 틈타 교과 과정에 까지 들어왔으니 젊은 과학도 입장에서 얼마나 열받았겠는가. 그런 이유로 바비 헨더슨은 자신의 개인 웹사이트에, FSM의 교리를 올려놓고 캔자스 교육위원회에 공립학교의 생물학 수업에서 지적설계론이나 “증명 가능한 막대한 증거에 기반한 논리적 추측”(진화론)과 마찬가지로 FSM의 창조이론도 동등하게 가르쳐져야만 한다고 정식으로 요청하는데 이르렀다. 그는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에 대해 캔서스 교육위원의 한 사람으로부터 '이는 신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인터넷 잡지인 <보잉 보잉>이 2005년 6월 이를 소개하며 그의 웹사이트는 폭넓은 관심을 받았고 같은 해 8월, <보잉 보잉>은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의 아들이 아님을 증명하는 경험적 증거를 만드는 사람에게 주겠다”며 상금 250,000 달러를 걸었고, 다른 블로거들에 의해 상금은 1,000,000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과학과 교육이 정치적 입장에 좌지우지 되었던 지난 수년간의 미국 사회의 황당무계한 분위기가 낳았던 희대의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비슷한 사건들이 바다 건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어간다. 교과서도 손쉽게 건드리는 위정자들은 ‘진실이란 우리가 얘기하는 그것’이라는 식으로 세상만사를 손쉽게 조작하려 한다. 그들 앞에서 법이나 규정 같은 골치 아픈 것들도 너무 쉬운 일인 것 같다.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올렸을 뿐인 네티즌을 포승줄 채워놓고 수사하던 경찰이 사람이 여섯 명이 죽어나가도 책임질 사람 없다고 버틸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이 정도의 세상이다보니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정도로는 이미 약해져버렸다. 어떤 희한한 종교들이 탄생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FSM의 귀한 교리 말씀 하나 전한다. 그들의 8계명 중 7번째 계명이다.
“웬만하면 내가 임하여 영지를 내린다고 떠들고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웃을 사랑하랬다. 좀 알아먹어라.”

 


Trackback 1 Comment 4
  1. 난이 2009.02.06 10:12 address edit & del reply

    금요일도 주말휴일에 넣어라! ^^ FSM 믿나이다~ ㅋ

    • Favicon of https://culturenews.tistory.com BlogIcon 컬처뉴스 2009.02.08 15:05 신고 address edit & del

      부지런히 포교활동을 하셔서 꼭 이루시기를...(응?)

  2. Favicon of https://funkorea.tistory.com BlogIcon koreasee 2009.02.06 10: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또 무엇을 터뜨려 줄지 기대감이 큰 현실이지요.

    • Favicon of https://culturenews.tistory.com BlogIcon 컬처뉴스 2009.02.08 15:0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기대감이 항상 절망과 고통을 동반한다는 게 문제겠지만 말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