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해당되는 글 32건

  1. 2009.04.09 시간을 되돌려도 피할 수 없는 시간
  2. 2009.04.08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3. 2009.03.27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생명과학
  4. 2009.03.25 동네책방, 랩이 흐르다
  5. 2009.03.23 소외계층과 나누는 봄, 노래
  6. 2009.03.05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8편 무대에
  7. 2009.03.04 동경에서 만난 ‘하륵이야기’
  8. 2009.03.02 이상이냐 현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9. 2009.02.26 청춘, 무모하고 낭만적인 싸움의 기록
  10. 2009.02.20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와 놀자
2009. 4. 9. 10:37

시간을 되돌려도 피할 수 없는 시간

창작뮤지컬 <시간에>
안태호 기자
시간을 다시 한 번  경험하는 것은 겉잡을 수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그 숱한 노력에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절망에 부딪히기도 한다.
▲ 시간을 다시 한 번 경험하는 것은 겉잡을 수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그 숱한 노력에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절망에 부딪히기도 한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오죽하면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작품이 그토록 인구에 회자되었을까. 요즘 같아선 2007년 12월 이전으로 시간을 돌렸으면 하는 마음들이 절실하겠지만, 시간의 비가역성은 인간에게 원초적이고 공통적으로 주어진 운명이다. 지금의 당신은 이제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늙은 당신이지만, 동시에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당신이다.

단순한 시간여행을 넘어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영향을 미치려는 주인공들의 노력이  원하던 것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불러오고 만다는 이야기는, <레트로액티브>, <나비효과>, <동감>, <이프온리> 등의 영화에서 이미 여러 가지 변주를 거친 소재다. 소재 덕에 공상과학 영화들이라고 단정짓기 쉽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위의 작품들도 멜로물이나 드라마 형식을 띠기도 하니까.

뮤지컬 <시간에> 역시 시간을 되돌리는 SF적 상상을 끌어왔지만, 기본 뼈대는 죽음과 사랑, 꿈 등의 말랑말랑하면서도 절박한 인생사에 직접 맞닿아 있다. 2년 동안 만나온 애인에게서 돌발적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지수, 나이 마흔에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절망에 빠진 순간 로또 100억 당첨이라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에 처한 명운, 가정형편 때문에 소매치기로 전락했지만 스스로의 인생에 불만이 가득한 현실. 주인공들은 어떻게 해서든 지금 이곳의 시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이들 앞에 버튼 하나를 조작하는 것만으로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는 시계를 파는 남자가 나타난다. 단 기회는 세 번 뿐. 주인공들은 거침없이 시계를 조작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바꿔내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시간을 다시 한 번  경험하는 것은 겉잡을 수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그 숱한 노력에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절망에 부딪히기도 한다.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 고통스런 진실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으로 인해 분명하게 드러날 때의 안타까움, 시간을 돌려도 자신의 본질이 혹은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은 결국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라는 조금은 뻔한 교훈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대형 라이센스 공연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창작뮤지컬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대중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에만 골몰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통찰력 있는 작업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인 걸까.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뮤지컬은 철저하게 대중을 위한 장르니까. 더군다나 이 작품은 제2회 DIMF 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창작뮤지컬상까지 받은 작품 아닌가. 그만큼 작품의 흡인력은 빼어나다. 배우들의 가창실력은 청중의 귀를 즐겁게 하고 각종 소품의 아기자기한 활용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무대장치의 재치 있는 사용과 짜임새 있는 연출도 작품을 빛낸다. 특히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시간에’의 합창은 제법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극 초반 자주 엇박을 치는 유머들이 조금 걸리지만 거슬릴 정도까지는 아니다. 다만, 소매치기 ‘현실’의 에피소드가 다른 주인공들에 비해 견고하지 못해 보이는 점은 향후 보완이 필요할 듯싶다. 5월 31일(일)까지. 아티스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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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8. 09:54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리미니 프로토콜, <카를 마르크스 : 자본론 제 1권>
안태호 기자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이 마르크스의 고전을 무대에 재현한다.
▲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이 마르크스의 고전을 무대에 재현한다.

하워드 진이 쓴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라는 희곡에는 현대 뉴욕에 ‘불시착’한 맑스가 자신의 예측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는 대목이 나온다. “고백하건대, 나는 자본주의가 용케 살아남는 재간이 있다는 것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라는 그의 고백을 듣노라면, 자본주의가 당장이라도 승리의 개가를 불러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맑스는 곧 지금이야 말로 자신이 이야기한 자본주의 분석이 정확하게 들어맞고 있다고 주장한다. 넘치는 실업과 전쟁, 높은 유아사망률, 자신의 삶에서 끊임없이 소외되는 사람들.

사실 굳이 맑스를 끌어들여 자본주의를 비판할 필요조차 없어진 것이 지금의 세계 아닌가. 소비에트와 동구권의 몰락 이후 죽은 사상 취급을 받던 맑스가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는 세계 경제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저 ‘자본’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미 다큐멘터리’를 표방해 온 리미니 프로토콜이 맑스의 <자본론>을 공연의 주제로 삼아 페스티벌 봄의 첫 무대를 열었다. 현실을 모방하거나 반영하는 작품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무대에 올리는 예술집단으로 알려져 있는 리미니 프로토콜이 지금, 자본론을 공연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이라 할만하다. 물론, 예술이 사회와 어떤 긴장관계를 갖고 서로 삼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겠지만 일단 주제만으로도 다원예술 페스티벌의 문고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는 말이다. 형식상으로도 영상과 다큐멘터리, 설치미술과 퍼포먼스, 극 등이 혼재되어 새로운 공연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전문배우가 아닌 실제 공연 내용과 연계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보여준다는 사실, 그것도 한국에서는 금기시되어온 맑스의 <자본론>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사실은 공연 전부터 작은 술렁임을 만들어냈다. 실제 공연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했다. 독일 출연자 중 한 사람이 한국에서 시위할 때 외치는 구호를 묻자 강신준 교수가 ‘투쟁’을 관객들과 함께 외치거나, <자본론>을 관객 모두에게 나눠주고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공연을 진행하는 등의 대목들이 그랬다.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자칫 강연이나 세미나와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한 장면들도 있었다.  극 초반 제법 긴 시간 동안 독일어판 자본론을 점자책으로 낭독하는 장면이 그랬고, 자본론의 한국어 번역자인 강신준 교수가 페이지를 지정하며 <자본론> 강독을 하는 모습은 여느 강의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강신준 교수는 교환가치와 사용가치, 잉여가치와 초과이윤의 발생 등 자본의 핵심요지를 간명하게 전달해주었다. 그러나 한편, 극의 형식을 강조하며 맑스를 소재주의 식으로 끌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강신준 교수의 강의도, 공연장 밖에서 <자본론>을 판매하고 있던 출판사 직원도 단지 소품으로 소구된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사실, 이념적으로만 말하자면 거대담론으로서의 혁명을 이야기하던 구좌파의 경직성 덕에 신좌파와 자율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변혁이론들이 세상에 등장한지도 꽤 되는 이 시점에서  맑스를 논하는 것을 두고 ‘금기를 넘어선다’며 호들갑을 떠는 것은 좀 철 지난 우스개일 수도 있겠다. 또, 단지 흥미로운 형식실험이라고 보기에는 배우로 등장한 이들의 삶이 퍽 곡진하게 전달되는 지점을 고려해야 할 듯싶다. 동구권 맑스주의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라는 토마스 쿠친스키나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 중국으로 건너가 마오주의자로 살아온 요혠 노트, 이제 갓 20대 초반에 혁명을 선동하며 청년사회주의노동자계급연맹 활동을 하고 있는 자샤 바르네케 등의 삶의 궤적이 그러하다. 쿠친스키는 관객들에게 ‘벌거벗은 임금님’을 지적하는 소년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고, 자샤 바르네케는 2020년에는 혁명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아마도 관객들은 귀가길 지하철에서 ‘벌거벗은 자본’에 대해서, ‘오지 않은 혁명’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상념에 잠겼을 것이다.

맑스와 엥겔스의 동상 아래 새겨진 스프레이 낙서의 내용이 ‘우리는 결백하다’라거나. 강신준 교수의 친구가 1987년 최초로 <자본론>을 출간해 체포되었으나 검사가 <자본론>의 난해함에 혀를 내두르며 이적성을 증명하지 못해 기소를 포기했다거나 하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퍽 유쾌한 기억으로 남았다. 단지, 번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공연의 특성상 자막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 순간들을 감내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자샤 바르네케를 소개하는 ‘Revolutionaer’를 ‘개혁가’로 번역한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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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7. 09:28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생명과학

[연극리뷰]《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

《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시리즈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생명과학과 인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 《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시리즈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생명과학과 인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박휘진 기자

21세기의 과학은 범인들이 쉬 접할 수 없는 공간에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고만 있어도 눈이 팽팽 돌아가는 유전자지도, 전자현미경으로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안 나오는 분자구조들, 뚜껑만 열었다하면 짜증부터 나는 컴퓨터. 21세기 과학의 결과물들은 가까이 하려해도 정부터 떨어지고 마는 것뿐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과학은 모든 삶의 근간이다. 지금 이 순간도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접속해 있고, 시중에 파는 음식들은 온통 GMO(유전자조작식품)들이지 않은가.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복제실험들은 정말 우리의 삶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일까. 가까운 미래에 공상소설의 한 캐릭터처럼 심장은 돼지에게서, 간은 말에게서, 신장은 개에게서 받은 사람이 옆에 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의 실험실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보통 연극은 과장되어 있기 마련이다. 배우의 연기도 과장되고, 캐릭터도 과장되어 있다. 그래서 쉽게 몰입하기도 하지만 쉽게 불편해지기도 한다.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길거리에서 대성통곡하는 모습은 일상의 모습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 연극은 다르다. 입장을 허락받고 좌석을 찾아 해맬 때도 무대는 이미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뿐만 아니라 배우도 이미 연기중이다. 테이블에 앉은 남자는 열심히 책자를 읽고 있고, 칠판 앞에 어리바리한 여자는 한자로 ‘물질, 생명, 뇌’를 적는다. 그러다 그 공간을 통과하던 사람들이 슬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없어진 케이크 이야기, 한쪽에서는 얼마 안 남은 교생실습이야기. 어떤 안내 멘트도 없이 연극은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것이다. 어둠을 뚫고 한줄기 핀조명을 받으며 휘황하게 등장하는 배우 대신 과장되지 않은 현실의 인물이 눈앞에 있다. 이게 바로 이 연극의 묘미다. 카페에 진을 치고 앉아 이쪽저쪽 테이블의 수다를 엿듣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더 재밌는 상황을 찾는, 그 재미를 연극에서도 맛볼 수 있다. 때문에 평소라면 애써 모른 척 했을 과학 이야기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빠져들게 된다.

무대 위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이내 하나의 화제에 집중한다. 화제의 중심에는 ‘뇌’가 있다. 이 연구실은 얼마 전 전쟁에 참여했다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세계적인 뇌과학자 ‘알렌 클래식’의 ‘뇌’를 보관하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의 ‘뇌’는 배양액 속에서 살아있다. 아니 최적의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 알렌의 뇌가 끊임없이 뇌파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 뇌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일단 진정하자. 이 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쓰인 것이니까. 이때부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과 대답, 아니 수다 한판이 신나게 벌어진다. ‘뇌만 살아있는 게 가능한 것인지. 그게 가능하다면 과연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뇌를 배양액 속에서 살릴 수 있다는 것은 곧 그것을 누군가에게 이식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 뇌이식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누구라고 해야 하는지. 뇌 주인이 신체의 주인인 것인지, 신체의 주인이 뇌주인이 되는 것인지. 혹시 인공신장, 인공심장처럼 인공뇌도 만들 수 있는지. 인공뇌를 이식받은 이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등 뇌과학을 둘러싼 쟁점들이 날카롭게 제기된다.

생명과학에서는 빠질 수 없는 쟁점 ‘복제’에 대한 논란도 화두에 오른다. 자폐증 연구를 위해 복제원숭이를 실험대상으로 사용하는 연구원과 유인원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정면으로 부딪힌다. 자폐증을 연구하는 연구원은 사흘에 한 마리꼴로 원숭이를 죽인다. “인간을 위해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써도 되는 것이냐. 복제원숭이라 괜찮다고 하는데, 복제한 원숭이는 우리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것이냐. 인간이 복제가 가능하다면 인간으로도 실험을 할 것이냐.” 며 유인원연구소의 연구원은 그를 매섭게 공격한다. 그러나 뇌 이야기가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먼 이야기 같았다면 이 두 연구원의 언쟁은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울 수 없게 만든다. 자폐연구를 하는 연구원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아이의 엄마다. 과학연구와 삶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개인의 삶과 연관되어 있을 때 이성적 비판은 그 힘을 잃는다. 아니 어쩌면 비판의 목소리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따라서 이제는 과학연구실을 엿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과 개인이 맞서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공간을 확장해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과학적 논의들은 이미 달나라를 거처 먼 우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지만, 과학은 별빛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범접할 수 없는 세계로 약올리듯 달려나가는 과학을 ‘철학’과 만나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과학의 빛은 ‘핵’ 이상의 것일 게 분명하다.

교생실습을 나가는 학부생이 이런 말을 한다. “뇌과학이 발달한다면 저는 모든 것이 분명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예술도 마찬가지죠. 인간이 어떤 것에 감동하고, 어떤 것을 아름답다 느끼는지를 알게 되면 예술도 과학이 됩니다.”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섬뜩해 하는가.

이런 상상을 해보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야만 했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조우했다. 그 자리에 그녀들의 연인이 있었다면, 그 둘은 닮지 않았을까.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는 그녀들의 외모가 비슷한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랑을 느끼지는 않을까. 말하자면 이런 거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미스터리하다는 사랑도 사실은 과학처럼 어떤 조건과 법칙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그 법칙이 발견만 된다면 이 세상에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은 정말 사라지는 걸까. 혹시 이말은 곧, 내 감정이 누군가에 의해서 컨트롤 될 수도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은 아닐까. 이 이야기가 흥미롭다면 《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을 보길 권한다. 《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시리즈의 집대성으로 평가되는, 생명과학과 인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두산아트센터의 과학연극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며 4월 12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3만원. 


《과학하는 마음3-발칸동물원》의 한장면.정말 뇌과학이 발달하면 모든 것은 분명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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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5. 12:37

동네책방, 랩이 흐르다

'랩하는 박하’의 인문학책방 랩 소공연
박휘진 기자
랩퍼 '랩하는 박하'(박하재홍)가  동네책방 랩 소공연을 기획했다. 첫 공연은 4월 10일 광주 '청년 글방'에서 열린다.
▲ 랩퍼 '랩하는 박하'(박하재홍)가 동네책방 랩 소공연을 기획했다. 첫 공연은 4월 10일 광주 '청년 글방'에서 열린다.

랩퍼 ‘랩하는 박하’(박하재홍)가 서울 뿐 아니라 인천, 광주, 부산, 홍천까지 전국 곳곳의 동네책방을 순회한다. ‘랩하는 박하’는 2003년 비폭력주의 랩 그룹 ‘실버라이닝’을 결성, 약 320여 회의 공연을 해온 나름 ‘공연의 달인’이다. 지금은 동물권리 운동과 생태주의자들의 시골 생활에 관심을 쏟고 있는 그가 이번엔 거리가 아니라 동네 책방 공연을 기획했다.

랩퍼가 책방에서 랩을 한다? 서울 시내 으리으리한 서점에서 랩을 들었던 적이 있었나. 클래식 선율이 대기를 장악한 서점만 경험해 본 이들에게는 이처럼 안 어울리는 조합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랩은 가사 내용에 따라 하위 장르가 세분화 될 정도로, 문학적인 음악이다. 또한 음악 양식 들 중 가장 서술적인 음악이며, 창작자의 관점이 치열하게 드러나는 음악이기도 하다. 때문에 책방과 랩퍼는 도리어 자연스럽고 친숙할 수 있다.

근데 왜 굳이 동네책방인걸까. 사실 이번 기획공연이 이루어지는 책방들은 알 사람들은 다 안다는 유명한 인문사회학책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제목이 ‘동네책방’인 것은, 공동체 ‘스스로 힘’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공연은 랩 가사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완성된 음악을 들려주는 형식과 랩워크숍을 진행하는 형식 중 한 가지로 진행된다. 전자의 경우  ▲라임연습장 - 선의 나침반 ▲계화갯벌이야기 - 새만금,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Mia bela birdo - 자멘호프의 평화사상 ▲꽃들에게 힙합을 - 꽃들에게 희망을 ▲Meat is Murder - 동물해방 ▲팔레스타인 소년의 편지 - 가자에 띄운 편지 ▲구름만이 아는 대답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순이 베러 블루스 - 휴머니즘의 동물학 등 8곡의 랩과 8권의 책이 소개될 것이다. 랩워크숍 공연에서는 약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랩을 만들어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현재 공연이 확정된 곳은 4월 10일 광주 <청년글방>, 4월 11일 부산 <인디고서원>, 4월 17일 서울 강남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5월 9일 서울 은평구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5월 10일 인천 책방거리 <스페이스빔> 등이다. 공연 입장료는 정해져 있진 않지만 책방 후원의 의미로 소정의 입장료, 혹은 공연 후 자율기부를 정할 수도 있다.

혹, 랩하는 박하와 아직 만나지는 못했으나, 그와 뜻을 같이 하고 싶은 책방은 그(박하재홍)와 연락을 취해보시라.  011-9885-6022 buzz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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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3. 17:50

소외계층과 나누는 봄, 노래

(사)사회문화나눔협회 제 1회 무료 정기공연

(사)사회문화나눔협회는 3월 28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공연을 연다.

▲ (사)사회문화나눔협회는 3월 28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공연을 연다.



                                                             이주호 기자

문화예술을 통해 따뜻한 세상을 가꿔가는 것을 목표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사회문화나눔협회에서는 3월 28일 오후 2시 신당 2동 뮤지컬하우스 뮤지컬홀에서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무료 공연 <노래로 전하는 봄, 꿈 그리고 그리움>을 연다.

소프라노 신주련, 이윤주, 바리톤 권용만, 피아니스트 장미경이 참여하여 장애인, 다문화가정, 노숙인, 취약계층 어린이 등 클래식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해설을 곁들인 음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사회문화나눔협회는 미술, 연극 등 장르를 다채롭게 하여 매월 정기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문의: 사회문화나눔협회 02 - 2266 - 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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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5. 12:47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8편 무대에

이오네스코 탄생 100주년 페스티벌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 8편이 3월 11일(수)부터 5월 10일(일)까지 성남아트센터와 대학로 게릴라극장, 스튜디오 76 무대에 오른다
▲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 8편이 3월 11일(수)부터 5월 10일(일)까지 성남아트센터와 대학로 게릴라극장, 스튜디오 76 무대에 오른다

                                  김나라 기자

프랑스 극작가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작 8편이 3월 11일(수)부터 5월 10일(일)까지 성남아트센터와 대학로 게릴라극장, 스튜디오 76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 오를 작품들은 <수업>, <코뿔소>, <의무적 희생자>, <왕은 죽어가다>, <살인놀이>, <의자들>, <알마의 즉흥극>, <단막극 시리즈> 등 이며, 극단 노을, 연희단거리패, 우리극연구소, 극단 쎄실, 극단 76, 극단 완자무늬, 극단 창파 등 7개 극단이 참가한다.

이오네스코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베케트와 함께 부조리극의 대가로 꼽히는 극작가로  <대머리 여가수>(1950), <수업>(1951), <의자들>(1952), <의무적 희생자>(1953) 등을 발표해 전위극의 대표적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의 대표작인 <수업>은 왜곡과 소통불능으로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수업을 다루면서, 주입식 교육을 거부하는 학생에게 교수가 칼을 꽂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또 이오네스코가 나치즘에 대한 풍자로 썼다는 <코뿔소>는 한 마을에 코뿔소가 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코뿔소로 변신하는 가운데 이에 저항하는 한 소시민의 투쟁을 희비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의무적 희생자>는 '의무'라는 현실적 강압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비극적 상황을 희극적으로 풀어냈다. <수업>, <의자>, <결함>, <대머리 여가수> 등을 재구성한 <단막극 시리즈>는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공연된 후에 4월 2일부터 11일까지 스튜디오 76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축제 기간 중 '이오네스코와 현대연극'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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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4. 08:30

동경에서 만난 ‘하륵이야기’

동경예술견본시 쇼케이스 교환 프로그램에 <하륵이야기> 선정

동경예술견본시의 쇼케이스 교환 프로그램에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하륵이야기>가 선정되어 쇼케이스를 갖는다

▲ 동경예술견본시의 쇼케이스 교환 프로그램에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하륵이야기>가 선정되어 쇼케이스를 갖는다




                                                              김나라 기자

아시아에서 가장 역사 깊은 공연예술마켓인 동경예술견본시(Tokyo Performing Arts Market, TPAM)의 쇼케이스 교환 프로그램에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하륵이야기>(배요섭 연출)가 선정되어, 3월 7일(토) 동경 에비스 가든 룸에서 세계 각국 공연관계자들에 선보이게 된다.

쇼케이스 교환 프로그램은 서울아트마켓과 동경예술견본시가 아시아 공연예술의 플랫폼 마련을 위하여 2006년부터 프로그램 교환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서울아트마켓의 해외진출 우수공연(PAMS Choice)으로 선정된 작품 중 동경예술견본시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1개의 작품이 쇼케이스를 갖는다. 2007년에는 안애순무용단(안애순 안무), 2008년에는 극단 물리(한태숙 연출)의 공연이 소개되었던 바 있다.

<하륵이야기>는 한국의 전통, 전설과 설화 등 선조들이 남긴 ‘오래된 것들’과 ‘폐자원의 재활용’, ‘자연 순환의 정신’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의 스토리는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악기, 소품, 의상, 인형 등은 한지와 볏짚, 삼베 등 전통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재료들을 사용하거나 일상에서 쓰이고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2002년 초연 당시 ‘서울국제어린이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4개 부분을 휩쓸며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이후 7년 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헝가리, 호주, 터키 등의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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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 16:40

이상이냐 현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공연소개] 극단 오늘, 돌아오지 않는 햄릿 <술집>
연극 <술집>은 ‘2009 예술전용공간지원-연극 민간소극장 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대학로의 인기 연극 및 뮤지컬을 연출한 바 있는 위성신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 연극 <술집>은 ‘2009 예술전용공간지원-연극 민간소극장 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대학로의 인기 연극 및 뮤지컬을 연출한 바 있는 위성신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김나라 기자

연극 <술집>은 ‘연극쟁이들’의 이야기다. ‘연극인’이나 ‘배우’가 아닌 ‘연극쟁이’라 함은 단순히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의 배우와 다른 그들을 구별 짓기 위해서다.

당신은 어른이 되면 꿈을 쫒거나 돈을 쫒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류의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쫒는다는 사실을, 사회에 발 들여놓은 당신이라면 알 것이다. 왜냐면 어른이 되기 위해선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책임’은 처자식 혹은 노부모 등 부양해야 할 -현재 혹은 미래의-가족이다. 그런데 때때로 그것이 매우 그럴듯한 변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었다면 계속 꿈을 쫒았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물론 그것이 얼마만큼의 무게인지 스스로를 책임지기만 하면 되는 나로서는 알 턱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누구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결국은 타협점을 찾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눈엔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독차지 하는 영화의 주역들보다 상영관 한 개를 확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독립영화인들이 더 멋져 보이고, 화려한 무대의 스타배우들보다 허름한 소극장의 연극쟁이들이 대단해 보인다. 실력의 차이라기보다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신념에 조금 더 플러스를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연극 <술집>은 꿈을 쫒는 ‘연극쟁이들’의 달고 쓴 소주 한 잔 같은 이야기다.

공연을 20여일 앞두고 햄릿이 사라졌다. 며칠 째 연락 없는 주인공 햄릿 때문에 나머지 배우들도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아지트인 술집에 모여 공연에 대한 고민과 연극쟁이들의 일상을 쏟아놓는다. 햄릿 없이는 스폰서도 없다. 연습은 차치하더라도 공연을 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것이다. 햄릿의 계속되는 연습 불참으로 배우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싸움도 일어난다. 그러던 중 ‘기섭’이 ‘햄릿 없는 햄릿’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이 제안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데. 과연 조연들만의 ‘햄릿 없는 햄릿’은 가능할까?

‘기섭’이 ‘햄릿 없는 햄릿’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이 제안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지는데. 과연 조연들만의 ‘햄릿 없는 햄릿’은 가능할까?

햄릿은 주인공이다. 무대의 주인공이자 이 세계의 주인공이다. 그는 곧 스폰서고 자본이며 현실이다. 그리고 그 대립점에는 ‘주석’이 있고 ‘승일’, ‘기섭’, ‘현석’, ‘민정’, ‘인성’, ‘민호’가 있다. 그들은 무대 위의 조연들이며 이 세계의 무명의 주변인들이다. 세계의 주변부에서 그들은 타협하지 않는 열정의 상징이며 젊음과 도전과 실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꾀하는 ‘햄릿 없는 햄릿’은 ‘자본의 부재’이며 그만큼의 ‘자유’를 뜻한다.

또한 ‘술집’이라는 공간은 화려하진 않지만 희로애락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안전하고 안락한 그들만의 공간이다. 조연으로 불리는 그들은 술집에서 소소한 삶의 에피소드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꿈의 끝자락을 붙잡는다. 술집은 또한 비 내리는 날엔 비와 어울리는 음악을 듣고, 김치전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낭만이 있는 공간이다. ‘술집’에서 그들은 밑 빠진 잔에 꿈이라는 새술을 다시 채우고 유쾌하게 꿈을 노래한다. 가끔은 남루한 현실 앞에서 흔들리기도 하며 ‘이상이냐 현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고 읊조리면서.

연극 <술집>은 ‘2009 예술전용공간지원-연극 민간소극장 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늙은 부부 이야기>, <염쟁이 유씨>,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등 대학로의 인기 연극 및 뮤지컬을 연출한 바 있는 위성신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2007년 초연된 이후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으며 올해 2월 10일(화)부터 소극장 축제에서 앵콜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공연은 3월 29일(까지) 계속된다. 2만 5천원. 문의: 02-762-0010(이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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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6. 09:22

청춘, 무모하고 낭만적인 싸움의 기록

두산아트센터 <청춘 18대 1>
                                                                                                                                         안태호 기자
<청춘 18대 1>은 우연히 독립운동에 말려든 청춘들이 보여주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다.
▲ <청춘 18대 1>은 우연히 독립운동에 말려든 청춘들이 보여주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다.

‘청춘 18대 1’? 제목만 두고 보면 최근 몇 년간 유행을 탄 철지난 조폭코미디가 연상되지만, 정작 공연을 보고 나면 빈 바람소리가 지나가는 것 같은 아스라한 느낌이 남는다.

<청춘 18대 1>은 독립운동 이야기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독립운동에 휘말린 청춘들의 이야기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연히 독립운동에 말려든 청춘들이 보여주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다.

때는 1945년,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간 세 명의 젊은이(강대웅, 정윤철, 기철 형제)는 우연히 조선인 독립운동가(김건우)를 도와주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삶을 살아가던 인생은 180도 바뀌어 댄스홀의 주인(이토에, 윤하민)과 여급(순자), 독립운동가의 아내(나츠카)와 함께 동경 경시청장을 살해하기 위한 모의에 동참한다. 댄스광인 경시청장을 초대한 댄스파티에서 폭탄을 터뜨리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작품은 폭발에서 홀로 살아남은 댄스홀의 주인 이토에가 경찰서에서 취조관에게 심문을 당하며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무대의 한쪽 구석에서 진행되는 심문과 무대의 사건들은 서로 뒤얽히고 넘나들며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열여섯 살 순자와 기철을 제외하면, 경시청장 암살에 가담한 이들은 모두 18세다. 그러나 작품제목인 ‘18대 1’은 생물학적 나이를 드러내기 보다 무모한 싸움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독립을 한 달여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다 할 신념도 없이 경시청장을 암살하기 위해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의 무모함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청춘의 열병이 가져다주는 열정이다. 독립운동도 사랑도 이들에겐 ‘춤 추는 것’의 다른 이름이다. 상대의 손을 잡고 몸을 밀착해 눈과 눈을 마주하는 순간의 두근거림처럼 이들은 목숨을 건 독립운동도, ‘당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지는’ 가슴 저린 사랑도 왈츠의 박자감에 실어낸다.

이들의 행동과 감정은 경계에 서 있는 위태로움을 보여준다. 청춘의 불안정함이 갖고 있는 위태로움, 식민지 백성으로서 갖는 위태로움, 사랑에 대한 조바심과 애써 억눌러도 이내 역류하는 감정에 대한 위태로움. 이 위태로움들이 줄을 지어 죽음에 대한 공포가 가져오는 위태로움까지 이르면 이야기는 절정에 달하고, 홀로 살아남은 이토에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청춘이야말로 삶에 대한 갈망이 가장 뜨겁게 들끓는 시기라는 것을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정하게 된다.

공연에는 아코디언, 클래식기타, 하모니카, 밴죠, 디즈, 피아노, 클라리넷, 부주끼, 만돌린 등 평소 잘 쓰이지 않거나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악기들이 쓰여 색다른 음향효과를 보여준다. 여기에 타자기, 축음기, 자전거 벨소리 등이 더해져 정서적 울림을 두텁게 만들어 낸다. 죽은 독립운동가의 자전거가 무대 위를 훑고 지나가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청춘 18대 1>은 2008년 초연당시 언론과 관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으나, 공연 중 배우의 부상으로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린 바 있다. 한아름 작, 서재형 연출. 두산아트센터 space111, 3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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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20. 11:03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와 놀자

서울프린지네트워크 F+놀이터프로젝트 10탄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F+놀이터프로젝트 열 번째 프로그램으로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와의 만남을 마련했다

▲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F+놀이터프로젝트 열 번째 프로그램으로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와의 만남을 마련했다



                                                김나라 기자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F+놀이터프로젝트 열 번째 프로그램으로 가야금 연주가 정민아와의 만남을 마련했다. 공연은 2월 22일(일) 오후 5시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64-35(프린지네트워크 약도)에서 열린다.

F+놀이터프로젝트는 예술가와 기획자 친구 맺기 프로그램으로, 2008년 2월 처음 시작해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진행되어 왔다. 그동안 음악, 연극, 퍼포먼스, 마임, 무용 등 다양한 장르와 예술가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공간은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정원달린 보통의 가정집.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입간판이 세워진다. ‘F+놀이터프로젝트-누구든 환영!’.

퓨전국악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정민아는 2005년부터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가야금 연주가 겸 싱어 송 라이터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또 자체 제작한 싱글 앨범 ‘애화(2005)’와 문화컨텐츠진흥원의 지원으로 제작한 ‘상사몽(2006)’ 등 앨범 2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의: 02-325-8150(서울프린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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