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9.04.06 은폐와 망각의 역사에 저항하는 예술
  2. 2009.03.23 용산, 예술이 있다
  3. 2009.03.13 리얼 디스토피아, ‘멋진 신세계’는 없다!
  4. 2009.03.13 김현희의 귀환, 추억은 방울방울
  5. 2009.03.08 망루(望樓)는 망루(亡淚)다!
  6. 2009.02.27 문학을 통해 본 한국의 재개발 정책
  7. 2009.02.19 뻥튀기 장수 ‘꺼먹손’
  8. 2009.02.18 백악관 '워터게이트' vs 청와대 '홍보지침'
  9. 2009.02.13 속도전 중단해야 제2 참사 막는다
  10. 2009.02.11 야만에 저항하는 것이 예술이다
2009.04.06 08:57

은폐와 망각의 역사에 저항하는 예술

[I Love Automata]②제노사이드(Genocide)를 기억하기 위하여
                                                                                                                전승일 _ 독립애니메이션 감독

<오래된 추방> (전승일作_무한반복 애니메이션_2009)
▲ <오래된 추방> (전승일作_무한반복 애니메이션_2009)

제노사이드의 개념화와 유엔 협약

흔히 ‘국가권력(혹은 그에 준하는 권력체의 대리집단)이 특정 집단구성원을 절멸할 의도를 갖고 체계적인 계획 속에서 실행한 집단학살’로 정의되는 ‘제노사이드(Genocide)’는 인종이나 종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genos와 살인을 의미하는 라틴어 cide를 결합하여 만든 합성어로, 폴란드 출신 법학자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에 의해 1943년 처음으로 개념화되었다.

이어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를 목도한 렘킨은, 제노사이드는 “어떤 집단을 절멸할 목적에서 그 집단 구성원들의 생활에서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토대들을 파괴하기 위해 기도되는 다양한 행위들로 이루어진 공조 가능한 계획”을 뜻하며, 제노사이드의 목표는 “한 집단의 정치 제도와 사회 제도ㆍ문화ㆍ언어ㆍ민족 감정ㆍ종교ㆍ경제적 생존 기반을 해체하고, 개인적 안전ㆍ자유ㆍ건강ㆍ존엄성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 집단에 속한 개인들의 생명까지 파괴”하는데 있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였다.

유엔과 국제사회 속에서 제노사이드 범죄의 반인도성을 확인하고, 그 범죄를 명령하고 집행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 범죄를 조장하는 ‘철학’을 수립하고 가르친 사람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여, 제노사이드를 자행한 나라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집단책임까지도 물어야 한다는 렘킨의 제안과 주장은 1946년 유엔 총회에서 의제로 상정되었고, 결국 “정치적ㆍ종교적ㆍ인종적 혹은 어떤 다른 이유”에서 자행된 제노사이드 범죄를 비로소 국제법상의 범죄로 공인하는 인류 최초의 유엔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1948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1946년의 제노사이드 결의안을 바탕으로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evention and Punishment of the Crime of Genocide)’이 92개국의 찬성으로 공식 채택되었다.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은 “① 집단 구성원을 살해하는 것, ② 집단 구성원에 대해 중대한 육체적ㆍ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등을 제노사이드 범죄 행위라고 적시하고, ‘제노사이드 범죄를 저지른 자ㆍ공모한 자ㆍ교사한 자ㆍ미수자ㆍ공범자’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국제 제노사이드 방지협회 웹사이트 (www.preventgenocide.org)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의 정신은 20세기 들어서 유난히 거세게 일기 시작한 집단학살의 야만적 물결을, 인류의 이름으로 이성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에 따라 저지함으로써 세계의 평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2005년 기준,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모두 137개국이며, 인도네시아ㆍ나이지리아ㆍ일본 등 50개 국가는 아직도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엔 제노사이드 협약’이 채택된 후 무려 38년이 지난 1986년에 이르러서야 비준되었다.


은폐와 망각의 역사, 코리안 제노사이드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한국 정부ㆍ미군에 의한 학살이 좌익보다 10배는 많다.”

솟대 오토마타 제작을 위해 2D 애니메이션으로 미리 만들어 본 필자 작품 <오래된 추방> 속의 신문 기사(2006. 6. 23_경향신문)이다. 무한반복 애니메이션 <오래된 추방>은 크랭크 방식으로 작동하는 오토마타를 위한 사전 작품으로, 추후 연재될 예정인 <예산족 애니메이션 프로젝트>(2008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사전제작지원작)>와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한국전쟁전후 한반도 남단에서는 무려 100만여 명의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학살당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90%는 대한민국 국군ㆍ경찰ㆍ우익단체 그리고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불법적인 집단학살이었던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보도연맹과 예비검속 학살 30만여 명, 형무소 수감자 학살 4∼5만 명, 유격대 토벌 관련 10만여 명, 부역자 색출 과정 희생자 10∼20만 명, 미군 폭격 희생자 10만여 명, 인민군과 좌익단체에 의한 학살 10만여 명 등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는 무려 7,775건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 진실규명 신청되었는데, 이 가운데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은 19건(신청건수 903건 병합)에 불과하다.
 

용산참사 게릴라 기획전 <망루전(亡淚戰)> (2009. 3. 11∼4. 28_평화박물관)
(왼쪽부터 성낙중ㆍ배인석ㆍ전미영 공동作 / 이윤엽作 / 나규환作)


독일의 전 대통령 바이츠체커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사람은 현재에 대해서도 맹목이 되어 버린다. 과거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새로운 감염의 위협에 노출된다.”

불행히도 코리안 제노사이드는 2009년 1월 ‘용산’에서 다시 자행되었다. 그리고 망자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하고, 은폐와 망각의 역사에 저항하는 예술인들의 노력은 미술ㆍ연극ㆍ만화ㆍ음악ㆍ문학ㆍ공연ㆍ영상 등 다양한 장르에서 현재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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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일 _ 독립애니메이션 감독
스튜디오 미메시스(
www.mimesistv.co.kr) 대표감독으로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고, 최근 오토마타 블로그(www.iloveautomata.com)를 개설하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작품: <내일인간>(1994), <미메시스TV>(2000), <하늘나무>(2003), <Cold Blood>(2004), <오월상생>(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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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3 17:52

용산, 예술이 있다

용산참사 추모 문화예술 활동 활발
안태호 기자
문화예술인들의 용산추모는 여전히 뜨겁다. 이번엔 연극인들이 6주간의 무료연극제를 연다. 연극제의 주제는 용산참사의 상징처럼 되버린 구호 ‘여기, 사람이 있다’.
▲ 문화예술인들의 용산추모는 여전히 뜨겁다. 이번엔 연극인들이 6주간의 무료연극제를 연다. 연극제의 주제는 용산참사의 상징처럼 되버린 구호 ‘여기, 사람이 있다’.

6명의 억울한 죽음을 빚어낸 용산참사가 벌어진 지도 벌써 두 달이 됐다. 그간 수많은 목소리들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해 왔지만, 여전히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희생자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용산에서는 재개발 공사가 재개되는 등 사건 자체가 조금씩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는 듯한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비례해 용산참사를 기억하려는 움직임도 역시 활발하다. 참사가 일어난 직후부터 현장에 나가 걸개그림을 걸고 추모시를 낭송하며 추모활동을 벌였던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다양하게 움직이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시민들에게 참사의 진상을 알리며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미술인들은 3월 11일부터 평화공간space*peace에서 망루전(亡淚戰)을 열어 용산참사의 폭력적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31일까지 1부 전시가 진행된 후 4월부터는 억울한 이들이 망루에서 싸워온 역사를 보여주는 망루전(望樓傳)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장에서의 추모문화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는 연극인들이 나서 6주간의 무료연극제를 연다. 연극제의 주제는 용산참사의 상징처럼 되버린 구호 ‘여기, 사람이 있다’. 연극제는 3월 20일(금) 제주도 놀이패 한라산의 ‘차사영맞이’를 시작으로 4월 24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참사현장에서 열린다. 3월 27일에는 대구의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이 ‘집 이야기’를, 4월 3일에는 경북 청송의 나무닭움직임연구소가 ‘부내굿’을, 4월 10일에는 청주의 예술공장 두레가 공연을 각각 선보인다. 4월 17일에는 부산의 마당춤꾼 정승천이 문둥춤굿을, 4월 24일에는 인천의 최금예ㆍ송연수가 인형극 ‘소녀, 이별하다’를 공연할 예정이다.

문학인들은 사인회로 함께 한다. 20일에는 공선옥, 송경동, 손세실리아, 오도엽 등의 문인들이 자신들의 책을 사인해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학인들은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 선착순 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3월 21일(토) 낮 12시부터는 참사 현장에서 황해도굿 한뜻계 보존회의 김매물 만신이 주관하는 희생자 열사 원혼 위령제 ‘진오귀굿’이 열린다. 진오귀굿은 죽은 자를 저승으로 천도해줌으로써 극락왕생하게끔 도와주는 전통 의례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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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3 11:03

리얼 디스토피아, ‘멋진 신세계’는 없다!

용산참사 게릴라 기획전 제1부 ; “망루전亡淚戰
                                                                                                                             김종길 _ 미술평론가
예술행동주의는 제도와 권력, 악의적 법이 실행하는 파괴적 문명화를 안티테제로 내재화하여 그 거름의 자양분으로 키운 실천의 나무이며, 꽃이다. 배인석 작가의 출품작.
▲ 예술행동주의는 제도와 권력, 악의적 법이 실행하는 파괴적 문명화를 안티테제로 내재화하여 그 거름의 자양분으로 키운 실천의 나무이며, 꽃이다. 배인석 작가의 출품작.

아수라의 ‘까쇠’들이여,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그대는 1991년 5월의 굿판을 기억하는가? 그해 김지하는 조선일보 확성기로 “젊은 벗들이여,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목청을 찢었다. 결기와 비장의 음율로 타전하는 그의 소리는 민주주의의 제단에 나부끼는 독재의 깃발보다 더 절망적으로 우리의 몸을 휘 감았다. 시대는 위선과 반역, 탐욕, 독선, 기만, 환멸의 정치로 치달아 갔고, 세계는 그것들이 살포한 위장 정의의 이름으로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 세계에서 삶을 회복하거나 제 이름의 윤리학을 확보하는 것은 그 자체로 투쟁일 수밖에 없었으며, 미세하게 떨리는 주체의 자율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논리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었다.

1987년 6월은 1991년 5월의 권력자들에게 단지 지나간 과거의 역사일 뿐 어떠한 양심적 정치의식을 견인해 주지 않았다. 그해, 청년들은 광막한 시대의 벼랑으로 달려가 예수가 광야에서 던진 씨알의 소리처럼,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소리쳤다. 그리고 몸을 불살랐다. 참된 정의와 민주주의에 중독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불의 시학을 그들은 온몸으로 새겨 넣었다. 그러나 불의 제단은 쉬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참된 것들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듯 자꾸만 번져 갔다. 강경대가, 김귀정이, 박승희가 죽었다. 한홍구의 표현대로 정말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죽음의 의미는 죽임을 즐기는 자들에 의해 왜곡 과장되고 확대되었으며, 당시 조선일보는 최전선에서 이 죽음을 죽임의 논리로 바꾸어 선전했다.

김지하는 바로 그 확성기에 대고 소리친 꼴이 된 것이다. “나는 너스레를 좋아하지 않는다. 잘라 말하겠다. 지금 곧 죽음의 찬미를 중지하라. 그리고 그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당신들은 잘못 들어서고 있다. 그것도 크게!” 그의 소리는 얼음보다 차가워서 일순간에 불의 제단을 침묵으로 바꿔 버렸다. 침묵하는 자에게 민주주의는 결코 오지 않는 봄과 다를 게 없다. 그리고 오직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꽃을 피위기 위해 불살랐던 그 모든 것들의 ‘잘못’으로 인해 1990년대는 1980년의 봄보다 더 짧은 시련과 더 긴 공허를 견뎌야 했다. 김지하의 외침은 그래서 폐부로 가 닿는 절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로부터 20여년이 되는 동안 하나의 사실을 간과했거나 부정했다는 것을 잊고 있다. 죽음의 찬미를 선동한 ‘까쇠Casseur’들의 정체는 청년들이 아니었다는 사실. 하여, 우리는 김지하의 ‘젊은 벗들이여’를 ‘탐욕의 까쇠들이여’로 바꿔 읽어야 한다.

김지하는 촛불의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일부 세력을 가리켜 프랑스어 ‘까쇠’라고 불렀다. 그 의미는 “시민들의 평화적인 시위에 복면을 쓰고 끼어들어 이렇게 저렇게 난장판을 만드는 자를 말하는 것”이며, “나는 이것을 약간 비틀어 ‘까부수고’(파괴), ‘까불고’(난동), ‘까발리는’(선동) 것을 본업으로 하는 쇠(마당쇠의 그 쇠)를 요약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다음 그는 낮은 목소리로 현장에서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한 숨은 목소리가 음산하게 외친다. ‘아무개를 찢어 죽이자!’ 곁에서 한 여성이 외친다. ‘너나 죽여라!’ 내 곁에 있는 초등학생이 속삭이듯 외친다. ‘종이냐, 찢게?’” 이 이야기는 촛불의 내부에도 여전히 죽음의 굿판을 선동하는 자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들려주는 것인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바로 그 현장에서 까쇠들의 선동을 부정하는 여성과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여성과 아이들이 촛불의 주체였고 희망이었으며, 기억의 상실 저편에서 스스로 깨어 걸어 나온 민주주의의 실체임을 깨닫는다. 한데, MB정권은 그 많은 시대의 청년들이 쌓아 올린 민주주의를 한 순간에 쓸어버리고, 촛불의 저 도도한 민중의지마저도 법적 테두리로 끌어 모아 ‘싸잡아’ 범죄화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산참사에서 보여주듯 그들은 그들의 힘으로 민중의 몸을 불사른다. 시대의 역행이 아니라 시대의 추락이며, 현실적 아수라에 다름 아니다. 김지하의 ‘죽음의 굿판’은 이 시대에 충분히 예지적이다. 강경대의 절망이 그를 그토록 분노케 하였지만, 생명을 찬탈하려는 그 모든 까쇠들을 향해 우리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소리쳐야만 할 것이다.  


생태적 에스노그라피를 실천하라!

아수라의 힘은 다시 온 대지로 향하고 있다. 용산참사로 확연히 드러났듯이 민중을 향한 화염의 비수와 더불어 우리를 경악케 하는 세종로 1번지 까쇠들의 도시 재개발과 대운하 정책은 전국토의 전면적 개토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것은 한반도에 인류가 정착한 이래 가장 잔인하게 전개될 대지에 대한 학살일 터이다. 세계의 환경론자들은 문명의 쾌속 질주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돌출시켰으나 오히려 그러한 이성적 판단이 지속적인 개발정책의 자기이념으로 합리화 되었다는 게 근본 생태론자들의 주장이다. 자연에 대한 생태론적 사유에는 이성과 합리적 사유로는 접근할 수 없는 신성한 생명성이 존재한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의 본뜻은 주체와 객체가 한 몸으로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는 어떠한 인위적 가해 없이 그 스스로 존립되었고 형상화되었으며, 또한 그 기세와 흐름으로 앞으로도 영구할 것임을 드러낸다.

그런데, 박정희가 독일 아우토반의 무한 질주 개념을 흉내 내어 경부고속도로를 직선의 폭력으로 뚫어 버렸듯이 MB정부는 그 자신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카르텔을 하나의 아비투스habitus로 형성시켜 토목국가를 위한 대중설교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박정희의 폭력을 내면화하고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MB정부의 그런 개념 활용을 알면 뒤로 넘어가겠지만, MB정부가 상상하는 에코토피아 대한민국에는 그래서 생태적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땅이 지닌 최소한의 공공성이나 역사적 기억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이 대운하를 운운하며 “고구려, 신라, 백제, 마한이 융성했던 이 강의 생명력으로 국운을 일으키자”고 떠벌리는 것은 모순의 구토이다. 대운하를 위한 비밀조직을 운영하면서 양심선언 연구자를 징계하는 이들의 태도에는 사회적 합의나 미래세대에 대한 역사적 책임보다 한 권력자의 탐욕만을 충족시키려는 복종의 패거리 의식만 엿보인다.

이 땅은 그들이 언급했듯이 유사이래 한민족의 역사가 골골에 새겨진 거대한 생명이다. 이 땅 어디에도 그 숨결 새겨지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 민족의 예술 미학은 그 근본부터 자연 미학의 본류를 흠모했고, 숱한 예술가들이 그것에 다가가기 위해 예술적 고투를 마다하지 않았다. 역사가들 또한 사기史記의 첫 페이지를 자연과 인간이 혼융된 신화적 판타지로 기록했던 것은 그 뿌리가 대지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인간의 삶은 둘로 분리될 수 없으며, 어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억압하거나 해서도 안 된다. 이 구도가 조금씩 붕괴된 것은 인간이 자연의 신성을 밀어내면서 획득한 근대에 있다. 인간의 발과 수레로 새겼던 실크로드는 1920년대 후반 일본에 의해 ‘국도’로 확장 개발되었고, 그 길은 침략과 약탈, 전쟁의 아우성을 실어 날랐다. 근대화 도시화 현대화에서 ‘도로’는 문명이라는 괴물을 성장시켜 온 최대의 공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괴물의 속도로 그들은 생명에 반하는 만행을 저지를 태세다. 유구무언. 그들은 역사 앞에 생명이니 숨결이니 환경이니 하는 따위의 미사여구를 내뱉을 자격이 없다. 이 땅은 반역자들의 영토가 아니다! 

좌파든 우파든 정권을 잡은 권력자들이 하는 일이란 온갖 난개발을 통한 파괴의 정치뿐이다. 자본주의 도시문명의 확장을 위대한 선진화의 척도로 내세우면서 ‘생태도시’ ‘휴먼시아’ ‘명품도시’를 부르짖고, 녹색성장과 녹색뉴딜이 정권의 미래비전이라면서 토건국가의 유토피아를 설교해 온 것은 참여정부든 실용정부든 똑 같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부안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새만금 간척사업, 서귀포 해군기지, 천성산 터널, 시화호, 행정복합도시에서 경인운하까지 지난 정부에서 현 정부까지 죽임의 정책과 집행은 계속되고 있지 아니한가!

예술행동주의는 제도와 권력, 악의적 법이 실행하는 파괴적 문명화를 안티테제로 내재화하여 그 거름의 자양분으로 키운 실천의 나무이며, 꽃이다. 우리는 이 예술의 이름으로 파괴의 문명을 생명의 문명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미래세대를 위한 예지적 전망을 타전할 수 있다. 하여, 예술행동주의가 발산하는 미적 이미지와 에너지는 고정되거나 관념화되기 이전의 상태로서 개념 전야의 혼돈을 보여주는 역동과 ‘엇’의 미학이며, 분열과 통합이 어그러진 ‘개체-융합’의 마당 굿이다. 용산참사 게릴라 기획전으로 치러질 <망루전亡淚戰>(제1부)과 <망루전望樓傳>(제2부)는 그 굿판의 서막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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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3 09:02

김현희의 귀환, 추억은 방울방울

[편집자가 독자에게]반공교육과 공작정치의 기억
                                                                                                                                     안태호 편집장
김현희가 돌아왔습니다. 115명을 죽게 만든 테러범이 ‘왜 자신을 간첩으로 인정하지 않느냐’며 큰소리를 칩니다. 매우 도착적이면서도 오싹한 장면입니다.
▲ 김현희가 돌아왔습니다. 115명을 죽게 만든 테러범이 ‘왜 자신을 간첩으로 인정하지 않느냐’며 큰소리를 칩니다. 매우 도착적이면서도 오싹한 장면입니다.

“오직 자유민주주의만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고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어린 시절 웅변대회에 출전해 세뇌교육에 가까운 반공교육의 성과 한 자락을 우렁차게 늘어놓던 그 때. 저를 포함해 학교 대표로 나가기로 했던 친구들 몇몇은 방과 후에 학교에 남아 선생님의 특별지도를 받곤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미그기를 몰고 남쪽으로 넘어온 이웅평 씨를 소재로 했던 기억만은 또렷합니다. 사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때 민방위본부에서는 공습경보를 발령하며 인천이 폭격당하고 있다고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를 연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는군요.

아무튼, 그 시절 반공교육의 끝자락도 어지간했습니다. 폭력성에 대해 꾸준히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영상물, 게임, 도서, 가요 등에 대해 지치지도 않는 검열을 해대는 나라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신체절단 퍼포먼스‘가 벌어지는 하드고어한 영화를 무삭제판으로 보여주는 만행을 감행하기도 했지요. 네, 이승복 말입니다. 우리는 먼지 풀풀 나는 학교 강당에 줄지어 앉아 짐승같은 공산당이 어린아이의 연약한 입을 사정없이 잡아 찢는 끔찍한 장면을 도리 없이 지켜봐야했습니다. 마음약한 몇몇 여자아이들은 그 소름끼치는 폭력성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요. 심지어 몇 년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게 현실을 그대로 기록한거겠구나 싶은 생각으로 저 역시 두려움에 몸서리쳤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에 대해 조작 논란이 있지만, 사실 여부를 제쳐두고라도 교육을 빙자해 아이들에게 피비린내 나는 영화를 강요한 건 국가차원의 범죄에 가깝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김현희가 돌아왔습니다. 115명을 죽게 만든 테러범이 ‘왜 자신을 간첩으로 인정하지 않느냐’며 큰소리를 칩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매우 도착적인 상황입니다. 그녀가 이제와 다시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큰 소리로 주장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저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고 싶다”며 KAL기 폭파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은 그녀가 이제 와 ‘좌파정권’의 핍박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나서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번 기자회견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본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들여 성사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진행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일본정부와 한국정부가 짝짜꿍을 맞추었습니다. 김현희를 주연삼아 양국의 국민들에게 한바탕 쇼를 보여줄 요량인 듯합니다. 한류스타 못지 않은 김현희씨, 온갖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한일 우파동맹의 결성이라고 규정하더군요.

일본에서는 납북자 문제가 매우 중요한 외교적 이슈임에도 이번 김현희의 기자회견에 대해 ‘닳고 닳은 수법’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국에서도 냉소적인 시선들이 많습니다. 반면,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펄떡이는 분들도 물론 계시지요. 참 재밌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좌파정권’으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서라지만, 그토록 혐오하며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던 북한이 길러낸 테러리스트를 옹호해야 하는 상황이 스스로도 아이러니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분들께는 ‘적의 적은 동지’라는 이항대립쌍만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마저도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까닭은 더더욱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지난 정부의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KAL기 폭파 사건이 '간첩' 김현희의 범행인 것을 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 조사의 결론에는 "당시 정부가 이를 노태우 후보가 출마한 대통령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데에 급급해 국가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내용 역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의 당선을 위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에 노력하기 보다는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당시 정부 문건에는 안기부 주관 하에 내무, 국방, 문교, 문공, 상공, 교통, 서울시, 치안본부, 반공연맹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 설치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부처가 총동원되어 사건을 적극 활용한 셈이지요.

KAL기 폭파사건이나 아웅산 폭파사건을 두고 끊임없이 조작설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어디 이 두 사건 뿐일까요. 선거 때면 제갈공명이라도 초빙한 듯 불어오던 북풍도 그렇지요. 정부에 불리한 사건만 터지면 또 다른 대형 사건이 어느새 매스컴을 가득 채우던 일이 비일비재했더랬습니다. 이 모든 사건들에 대해 정부가 마치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이라도 했던 것처럼 철저하게 이용하는 자세를 보였던 탓에 음모론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쥐고 있는 이들이 진상규명은 제쳐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공작정치를 펼치는 행태를 보고 있으면 없는 음모론도 솟아나지 않을까요. 언젠가 지인들과 우리나라가 이렇게 어려운 것은 아웅산 폭파사건 때 나라의 중요하고 유능한 분들이 한꺼번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을 나누었던 기억도 납니다.

반공교육과 공작정치가 지난 시절의 추억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웅산 폭파 사건이나 칼기 폭파 사건, 이승복 사건 등을 두고두고 우려먹었던 이전 정권들의 행태가 여전히 이 정부에서도 그대로 겹칩니다. 김현희의 귀환이 상기하는 어린시절의 씁쓸한 추억을 곱씹다가, 연쇄살인범을 활용해 용산참사의 진실을 덮으려 했던 청와대를 생각하고 다시 오싹한 기분이 드는 건 저 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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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8 11:35

망루(望樓)는 망루(亡淚)다!

용산참사 게릴라 기획전 1부 망루전(亡淚戰), 3월 11일 평화공간서

용산참사의 현장을 다룬 예술작품들을 모은 전시가 열린다. 이윤엽, '여기 사람이 있다'

▲ 용산참사의 현장을 다룬 예술작품들을 모은 전시가 열린다. 이윤엽, '여기 사람이 있다'




                                                           안태호 기자

“적이나 주위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높이 지은 다락집”

한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 나온 망루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올해 1월 20일 이후 이 개념은 수정되어야, 아니 최소한 새로운 뜻이 추가되어야 마땅하다. “세상 누구에게도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는 사람들이 쫓겨 가는 마지막 장소”라는 의미가 더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쩔 수 없이 망루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속도전이 사회구성원들을 끊임없이 생존의 벼랑으로 몰아붙이는 탓이다. 여기에 예술가들이 망루전을 열겠다고 나섰다. 망루에 다시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진다. 망루전의 제목이 ‘亡淚戰’인 까닭이다. 평화공간space*peace(상임대표 김숙임)에서 3월과 4월 두 달 동안 개최될 전시는 1․20 용산참사의 폭력적 현실을 세계에 고발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유족과 더불어 그 슬픔을 연대하기 위해 게릴라 기획전이다. 3월 11일(수) 개막해 31일(수)까지 열리는 1부가 용산참사의 현장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다면, 4월 열릴 계획인 망루전(望樓傳)은 강주룡이 1931년 5월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이래 용산 망루투쟁까지를 다룬 망루의 역사를 다루는 전시다.

1부 전시에는 ‘용산참사와 함께하는 예술가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과 시인, 활동가들의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된다.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때 사용된 대형 걸개그림, 다섯 분의 희생자를 걸개형식으로 표현한 초상화, 현장 목판화, 포스터, 전단지, 사진, 다큐멘터리 동영상이 출품된다. 시인들의 시는 오프닝 당일 퍼포먼스로 평화공간 골목에 ‘벽시’로 새겨지게 된다.

전시에는 전미영, 이윤엽, 노순택, 김천일, 성효숙, 최호철, 박은태, 김미혜 등 시각예술 작가들과 송경동, 손세실리아, 문동만, 백무산 등 문인을 포함해 30여명의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전미영은 평화공간 건물 옥상에 특별한 체험공간을 마련한다. 일종의 망루를 제작해 관람객에게 망루투쟁의 체험을 공유케 한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 성효숙 작가는 주말을 이용해 일반관람객과  ‘용산참사’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시장의 한 벽면은 주재환, 윤석남, 임옥상, 류연복 등 2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기금마련 작품들로 채워진다.

전시문의 02)735-5811 주진우 평화박물관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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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7 09:12

문학을 통해 본 한국의 재개발 정책

지행네트워크 정기 콜로키움 “재개발과 도시, 그리고 문학”

 

문학평론가 오창은 씨.

▲ 문학평론가 오창은 씨.

                                                                             이주호 기자


화근은 어디에 있었을까? 용산 참사에 관한 검찰의 발표는 불씨의 출처가 어디였는지를 밝히는 것이 용산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도 되는 양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둔갑술로써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철거를 반대한 사람들 손에 들려 있던 화근은 그들의 깊은 반정부, 반민주로 분기탱천한 비뚤어진 마음에 있었을까? 한국 사회에 떠다니고 있는 헌집 주고 새집 받자는 정서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행동하는 지식과 소통 가능한 토론을 꿈꾸는 모임 지행네트워크는 3월 2일 오후 7시 30분 마포구에 위치한 지행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재개발과 도시, 그리고 문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의 모임인 정기 콜로키움을 연다.

올해 첫 순서이자 13차 콜로키움인 이번 모임에서는 재개발을 명목으로 주거에 관한 권리를 빼앗겨가는 상황에서 용산 참사로 인해 사회적 분노와 환멸이 높아진 지금, 현 상황을 좀더 차분히 바라보기 위해 “재개발과 도시, 그리고 문학”을 주제로 정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이 논의를 주도할 이 자리에서는 하근찬의 「삼각의 집」,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태순의 「정든 땅, 언덕 위」, 「무너지는 산」을 통해 한국의 재개발 정책이란 것이 어떤 감수성을 만들어 왔는가를 살펴 볼 예정이다.

참가비는 없으며 희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토론 공간 사정상 지행네트워크 홈페이지(http://jihaeng.net)를 통해 선착순으로 참여 신청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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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11:03

뻥튀기 장수 ‘꺼먹손’

[기고]추억의 뻥튀기, 자본의 뻥튀기, 민중의 뻥튀기
                                                                                                        이민환 _ 부산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동네어귀에서 쌀이며 옥수수를 뻥뻥 튀겨주던 뻥튀기 아저씨는 아이들의 영웅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돈도 사람도 뻥튀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동네어귀에서 쌀이며 옥수수를 뻥뻥 튀겨주던 뻥튀기 아저씨는 아이들의 영웅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돈도 사람도 뻥튀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밑에 뻥튀기 장수가 우리 아파트 입구, 고가도로 아래에 있는 공터에서 곡물팽창사업(?)을 벌린다. 옛날 같으면 이때가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대목이라, 뻥튀기 장수들의 얼굴엔  화색이 가득했는데 요즘은 대형 사업장에 고객을 다 뺏기고 가난한 설을 맞이하려하니 떠돌이 뻥 장수의 얼굴엔 수심만 가득하다. 주문받아놓은 곡물들도 별반 보이지 않고 주위엔 구경꾼 하나 없다. 애꿎은 담배만 뻑뻑 빨다가 한숨 같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마침내 부글부글 불가마를 터트린다. 그런데 웬일일까, ‘펑’ 하는 갑작스런 대포소리에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지 않는다. 강아지 한 마리만 뿌연 연기 속을 왔다 갔다 한다. 아! 뻥튀기 장수의 꿈은 이제 접어야겠구나. 늙기도 서러운데 객석이 텅 빈 차거운 무대에서 저토록 외로운 공연을 하다니! 

부곡동 시장언저리에 좀 특별한 뻥튀기 장수가 있었다. 손님들이 원하는 온갖 곡물들을 한꺼번에 섞어서 단박에 튀겨낸다. 특정한 곡물을 많이 넣어달라고 했다간 혼이 난다. 곡물들을 섞을 땐 그 비율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방면에는 자기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달인이라고 항상 큰소리를 쳤다. 튀겨진 곡물들을 곧장 기계로 빻아서 아주 고운 미숫가루로 만들어 준다. 율무, 검정콩, 조, 수수, 쌀, 보리 등으로 만들어진 뻥튀기 미숫가루는 양도 많고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론 그저 그만이다. 연신 자기자랑을 늘어놓으며 손님들에겐 고자세인 뻥튀기 노인을 바라보며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도 이 분 문하에 들어가서 창업수업이나 받아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토록 자기직업에 대한 자존심이 대단했던 뻥튀기 달인도 어느 날 가게 문을 닫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내 기억의 창고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 추억의 뻥튀기 장수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꺼먹손’이라 불렀다. 초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이니까 벌써 50여년의 세월이 흘렀나보다. 우리 동네 골목어귀에는 뻥튀기 튀밥장수가 한분 계셨다. 씻을 물도 없는데다 조개탄으로 불을 때다 보니 손만 쳐다보면 달아나고 싶었다. 튀밥장수 하기 전에는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손의 거칠기로 보아  험한 일을 하다가 튀밥장수로 눌러앉은 모양이다. 시커먼 손, 특히 손톱 밑에는 석탄가루가 끼어있어 더욱 흉측스러웠고 땀이 나면 그 손으로 이마나 볼을 문질러 얼굴전체가 시커멓게 얼룩져 있었다. 그의 아들이 내 친구였으니 어림잡아 마흔 전이었을 것인데 예순 먹은 영감처럼 늙어보였다. 우리들은 그를 ‘꺼먹손’이라 불렀고 꺼먹손은 튀밥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우리들의 영웅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약속을 하지 않아도 그곳에 가면 다 만날 수 있었다. 모르는 것은 선생님보다 더 잘 가르쳐주고 배가 고프다고 떼를 쓰면 그 시커먼 손으로 튀밥을 한 웅큼씩 집어준다. 그곳은 꺼먹손에겐 고단한 일터였지만 우리들에겐 즐거운 놀이터였다. 그가 튀밥을 튀기려고 하면 우리들은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고 코를 씰룩거리면서 눈을 질끈 눌러 감는다. 멀리 비키라고 소리를 질러도 가까이서 꿈쩍도 안한다. 터지는 즉시 철망 밖으로 튀어나온 튀밥을 주워 먹기 위해서다. 튀밥 이삭줍기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였다. 서로 많이 주웠다고 우긴다. 철망에 걸려있는 튀밥을 빼먹는 재미도 제법 솔솔하다. 아이들은 악어새처럼 철망에 달라붙어, 철망사이에 끼인 튀밥까지 먹어치운다,  

어느 한적한 날, 여느 때처럼 꺼먹손이 불가마를 돌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내가 말했다. “준기 아부지, 나도 한번 돌리보입시더.” “그래, 한번 돌리바라.” 나는 꺼먹손 자리에 앉아 불가마의 손잡이를 잡고 정성스럽게 돌리기 시작했다. 기분이 뜨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이들이 알면 얼마나 부러워할까, 어깨에도 바람이 들어가 우쭐대고 싶어진다. “준기 아부지, 백환짜리 넣으면 천환짜리 됩니꺼?” “넣어 바라, 타 뿌리지.” “동전은 예?“ “동전은 녹아뿌린다.” 하도 많이 받아본 질문이라 별 생각도 없이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얼라도 집어넣으면 어른 됩니꺼?“ ”에라이 이놈아“ 머리위로 꿀밤이 떨어진다. 나는 ‘꺼먹손’이 점점 존경스러워졌다. 보리쌀 한 됫박을 한 말처럼 부풀릴 수 있는 재주를 가졌으니 가난한 시절에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이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가! ”준기 아부지, 나도 얼른 커서 튀밥장사 하고 싶습니더.“ ”머라카노 야가!“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돈도 사람도 뻥튀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본가는 돈을 뻥 뻥 튀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노동자는 죽도록 일하고 한 됫박도 못 얻어먹는다. 악덕 자본가는 노동자 알기를 ‘이삭 줍는 여인’이나 ‘악어새’처럼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는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을 파는 돈튀기 장사꾼들이 기승을 부리더니, 자기들 배만 불리고는 끝내 쓰나미 앞에 무너지면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의 바다에 빠트리고 있다. 준기 아버지한테 걸리기만 한다면 이따위 자본팽창업자(?)들의 재물쯤이야 휴지처럼 태워버릴 텐데!

어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뻥튀기 계급장을 달고 나온다. 작년 2월, ㄴ유업의 회장 손자인 ㅇ군은 8개월 된 나이로 지분가치가 9억1천 만 원이나 되는 주식을 증여받아 한 살 미만 나이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다. 미성년자로서 제일가는 주식부자는 ㅅ사장의 17세 된 딸, 민ㅇ 양으로 작년 말 현재 536억 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몇 억대의 부동산을 증여받고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 지난해 대기업 신규 임원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45세인데 총수들의 자녀들은 평균 31세에 임원이 되었다. 박정희는 소장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후 3개월 마다 중장, 대장으로 진급했고 전두환 소장은 정권탈취 후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중장, 대장,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잘 속을 수 있는 뻥튀기 정책도 뻔뻔스럽게 내놓아야 한다. 747 점보기에 태워주겠다고 뻥을 치더니, 한강 낙동강에서도 유람선을 태워주겠다고 꼬드긴다.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일자리가 30만개 창출되고 경제효과는 수 십 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가, 올 초에는 4대 강 정비 사업을 통해 2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토목공사를 삽질로만 하던 그 옛날이 그렇게도 그리운가! 최근에는 정부 여당이 방송관계법을 밀어붙이면서 2만 1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겨댄다. 취업에 목매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선 일자리 부풀기가 최고의 약인가 보다.  

부풀면 터지게 마련인데 요사이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하다가 다섯 명이 불에 타 죽었다. 소위 명박악법이란 치졸한 법들을 만들어, 가진 자에겐 더 많이 얹어주고 저항하면 손발을 묶으려한다. 그래서 그런지 성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뚜껑이 들썩들썩 한다. 반성하지 않는다면 온갖 잔머리를 굴리면서 찬물을 끼얹어도 때가 되면 펑 펑 터질 것이다. 그땐 물대포를 쏠 필요가 없다. 화염병을 던질 필요도 없다. 분연히 일어난 민중들의 봉기에 결국은 무릎을 꿇고 뒤늦게 후회할 것이다.

눈을 감고 손을 모으니 내 어린 시절의 놀이터가 보인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소달구지가 지나간다. 꺼먹손이 환하게 웃으며 앉아있던 자리를 비켜준다.

“준기 아부지, 촛불로 횃불 만들 수 있습니꺼?” “물론이지, 마이만 모으면 된다.”

“사람하고 돈하고 어느 게 먼점니꺼?”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법하고 정의는 예?” “알면서 와 자꾸 묻노, 근데 니는 요새도 튀밥장사 하고 있나?”

“안합니더. 외로와서 못하겠어예. 나도 여기서 그냥 눌러앉으면 안됩니꺼?”

                   

용산 참사 희생자 넋을 위로하며. 2009년 2월  이 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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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10:22

백악관 '워터게이트' vs 청와대 '홍보지침'

[영화소개]<프로스트vs닉슨>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사임한 오욕의 대통령 닉슨과 한물간 토크쇼 MC 프로스트의 실제 인터뷰를 담은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한국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사임한 오욕의 대통령 닉슨과 한물간 토크쇼 MC 프로스트의 실제 인터뷰를 담은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한국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김나라 기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사임한 오욕의 대통령 닉슨과 한물간 토크쇼 MC 프로스트의 실제 인터뷰를 담은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한국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홍보지침 파문에 대해 행정관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고 입을 닫아 버린 청와대를 보면 많은 이들이 미국 백악관의 여론조작, 사건 축소․은폐의 대표 격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실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며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니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거다.

닉슨(프랭크 란젤라)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 아무런 진실도 밝히지 않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3년. 토크쇼 MC 프로스트(마이클 쉰)는 그의 사임 방송이 엄청난 시청률을 올린 것에 착안,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는 닉슨과의 인터뷰를 기획한다. 프로스트는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을 밝히고 뉴욕 방송국으로 복귀를 꾀한다. 또 닉슨은 정치인과의 인터뷰 경험이 거의 없는, 한마디로 만만한 프로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계로의 복귀를 꿈꾼다.

정치 생명이 다한 전직 대통령과 전성기가 지난 예능인의 4주간에 걸친 대결. 말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능력이야 토크쇼 MC라고 못할 것이 없지만 어디 노련한 정치인만 하랴. 세 번의 인터뷰에서 프로스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마지막 남은 인터뷰에서 과연 프로스트는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프로스트 vs 닉슨>은 1977년 4월 미국 TV 뉴스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스트와 닉슨 대통령의 인터뷰를 영화화한 것이다. 이 세기의 인터뷰는 <더 퀸>으로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한 피터 모건에 의해 2006년 연극으로 만들어져 뜨거운 사랑을 받았으며 <뷰티풀 마인드>의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화화한 것이다. 연극에서 각각 프로스트와 닉슨 역을 맡았던 마이클 쉰과 프랭크 란젤라는 영화에서 다시 한번 분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닉슨 대통령은 언론 매체의 위력을 알고 이를 잘 활용했던 인물이다.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는 감성적인 TV 연설을 통해 위기를 모면했으며 자신의 공적을 선전하는 도구로 매체를 적극 활용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청와대도 닉슨 못지않게 언론 매체의 위력과 생리를 꿰뚫고 있는 모양이다. 매체를 이용해 연쇄살인범을 홍보대사로 만드는 번뜩이다 못해 살벌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니. 이런 건 제 아무리 닉슨이라도 생각해 내지 못했을 거다. 3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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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3 16:12

속도전 중단해야 제2 참사 막는다

2월 12일 학계에서 용산 참사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는 재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고 현행대로 가면 제2 참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2월 12일 학계에서 용산 참사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학계는 재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고 현행대로 가면 제2 참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누군가는 죽음으로 내몰렸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적인 의사표현은 또 그렇게 짓밟히고 말 것이다”

2월 1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비판사회학회․비판사회복지학회․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한국공간사회학회․한국사회경제학회 등 5개 학술단체가 주최한 용산 참사 관련 학계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계는 총 402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진행했다.  

학계는 이번 참사를 현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에 의한 예견된 결과로 보았다. “촛불집회 이래 ‘국민들의 목소리 내기’에 ‘강경 대응’해 왔던 정부의 행태가 세입자의 생존권 주장 역시 불법행위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고, 이를 막기 위해 책임자 처벌과 정부의 강압적 공안정치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병천 교수(강원대)는 “이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작전수행이다”며 “지금 이명박 정부는 20년가량 진행된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고 민생을 죽이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 정부의 재개발 정책이 가진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공공부문의 주도적 역할이 부여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사업은 민간주도 방식으로 추진되어 용산참사와 같은 고질적 갈등을 도출하고 있다. 학계는 “이명박 정부의 소수 특권층 위주의 개발주의, 소위 ‘강부자’ 위주의 개발과 시장위주의 재개발 사업이 공공성을 방기하는 등 사업의 본 목적을 도외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창흠 교수(세종대)는  “재개발의 본 목적은 주거 수준을 높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과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만 삼아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속도를 빠르게 진행시키려고만 하고 있다”며 “현 정책에 따르면 2013년까지 서울면적의 50%가 재개발 되는데 어떻게 이 과정에서 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냐”고 언급했다.

이에 학계는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 목표를 영세한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고 지역의 종합적 재생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 •사업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업추진 전 과정에 세입자, 영세상인 등 지역의 모든 거주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 •사업의 속도를 재조정하고 순차적 재개발과 순환재개발방식을 확대도입할 것 •소형주택과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확대할 것 •재개발사업구역마다 전문가로 구성된 재개발지원단을 파견, 제 3자의 개입금지제도 도입 시도 중단, 철거용역 고용과 경찰력 투입으로 인한 불법폭력행위 근절 •대통령의 국민 사과와 책임자 처벌, 국회의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다. 최갑수 교수(서울대)는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며 “김석기의 퇴임은 마치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품을 가진 위정자가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으나 도의적으로 물러나주겠다는 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식적 사과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다. 두 번의 용산 참사를 막기 위해서 정부의 자기반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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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07

야만에 저항하는 것이 예술이다

 - 문화예술인들, 용산참사 진실회복 촉구
                                                                                                                                       안태호 기자
문화예술인들이 용산참사의 진실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문화예술인들이 용산참사의 진실회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는 세속정치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고고함을 추구하지만, 그러나 인간성의 기반을 훼손하는 불의와 폭력에는 온몸으로 저항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웃의 아픔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민중의 고통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한 문학인ㆍ예술가가 아닙니다.”(염무웅_문학평론가, 한국작가회의 고문)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수사결과가 발표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임한 2월 10일 오후 1시.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진실회복을 촉구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대표, 문화연대 김정명신 공동대표, 영화배우 권병길, 한국작가회의 이재웅 사무처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염신규 정책기획팀장 등 2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은 검찰의 수사발표가 최소한의 객관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꽃다지, 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영화인회의, 우리만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작가회의 등 9개 단체가 참여했다.

한국작가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검찰의 수사발표에 대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도대체 국가권력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만드는 사태”라며 “야만의 정치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회복이 시급한 역사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배우 권병길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장로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모든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보장해야 할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느냐”며 삼성이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가졌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임창재 대표는 한동안 침통함에 입을 열지 못하다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치, 경제, 사법권력 그 밖의 모든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가난하고 열심히 사려는 이들의 마지막 꿈마저 짓밟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어 “국민을 이기는 법은 없고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도 없다”며 “부끄럽고 비참하지만 희망을 갖는다”고 이야기했다.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문화연대의 이원재 사무처장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사임했지만, 이번 사태는 김석기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각이 총사퇴하던 어떻게 하든 정권 차원의 책임이 필요하고 김석기는 구속수사가 필요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자꾸 용역 이야기가 나오는데 용역은 꼬리에 불과하다. 삼성을 비롯한 개발자본들이 참사의 근원지”라며 용산참사의 근원적인 원인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전국 50여명의 미술인들이 작업한 걸개그림이 놓여졌고, 백무산 시인의 시 ‘민주공화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자행한 학살만행을 보라’를 송경동 시인이 낭송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참사현장을 이번 사건을 기억하는 추모공간으로 만드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모금을 통해 일간지에 추모광고를 내고 17일(화)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추모영상 상영과 공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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