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9.02.11 진지하면 바보되는 세상
  2. 2008.12.22 경제위기, 문화비 지출은 더욱 줄이고
  3. 2008.12.17 장르간 이기주의 부추기지 말라
  4. 2008.11.21 '독립영화배우'로 부담을 가져야 할 때 (1)
  5. 2008.11.10 한국인, 영화만 열심히 봤다 - 2008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양극화 현상도 뚜렷
  6. 2008.10.24 멜로드라마를 보는 방법
2009.02.11 10:33

진지하면 바보되는 세상

[공연소개] 극단 전망, <억울한 여자>
쓰시다 히데오 원작의 연극 <억울한 여자>가 2008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월 5일(목)부터 3월 8일(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재공연에 들어갔다
▲ 쓰시다 히데오 원작의 연극 <억울한 여자>가 2008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월 5일(목)부터 3월 8일(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재공연에 들어갔다

                                                       김나라 기자

쓰시다 히데오 원작의 연극 <억울한 여자>가 2008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월 5일(목)부터 3월 8일(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재공연에 들어갔다. <억울한 여자>는 2008 대학로 순수예술작품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며 2008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7’에 들기도 했다. 또 연출가 박혜선에게는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안긴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이웃집 숟가락 개수도 알만큼 작고 무료한 일본의 어느 시골이다. 이 지방의 자랑거리라고는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에너지연구소와 전설의 떨매미 뿐이다.

그림책 작가 다카다는 자신의 열혈팬이었던 유코와 결혼한다. 다카다는 두 번째, 유코는 네 번째. 다카다의 단골이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카페의 주인은 둘을 위해 결혼 축하 자리를 만들어 주고 마을 사람들은 호기심 반, 호감 반으로 도시에서 온 세련되고 아름다운 유코에게 친절을 베푼다.

어느 날 수수께끼의 떨매미에 대해 알게 된 유코는 떨매미를 찾겠다고 나서고 마을 사람들은 소문에 불과한 떨매미를 진지하게 찾아나서는 그녀를 속으로 비웃는다. 유코는 사람들이 자신을 괴짜 취급 하는 것이 억울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다카다에게 자신이 ‘이상한’건지 묻는다. 또 끊임없이 다카다의 바람을 의심하며 ‘솔직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 유코에게 질린 다카다는 결국 유코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 며칠 후 떨매미가 발견되고, 에너지연구소에서는 위해 물질이 방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종종 사람들이 진지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실없는 농담에 진지하게 응수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때 말이다. 유코는 그런 다른 사람들의 정치적인 화법에 조금 서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순수한 인물이다. 원작을 번역한 이시카와 쥬리는 <억울한 여자>는 “모든 것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집단의 폭력성, 그리고 타자와의 차이를 두려워하고, 집단에 안주하려고 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풍자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인 비단 일본인만의 것일까. 

유코는 마치 불행해지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 같다. 유코의 유별난 언행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끈질기게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이상함을 인정받고자 하는 그녀를 보고 관객은 한숨을 쉬기도 하고 종국엔 짜증을 낸다. 다른 이들과 조금은 ‘다른’ 면 때문에 소외되어야 했던 과거로 인한 상처와 불안감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그래서 유코는 보통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살고 싶다고 외친다. 그렇지만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는 법. 여전히 다르고 솔직한 그녀는 억울하다. 이만원, 문의: 02-762-0010(이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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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2 21:18

경제위기, 문화비 지출은 더욱 줄이고

[컬처뉴스가 뽑은 10대 뉴스] ③ 경제위기 속 예술시장 침체 여전(김나라 기자)

2000년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뮤지컬계가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 2000년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뮤지컬계가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예술시장 침체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고유가, 고환율로 인한 경제 한파는 문화예술계의 체감 온도를 더욱 낮아지게 했다. 외환위기 이후 아니, 그보다 더 살기 팍팍했던 올 한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문화생활” 명목으로 들어가는 지출을 줄였다. 실제 문화부의 2008년 ‘문화향수실태 조사’를 보면 경제적 부담이 예술 관람의 걸림돌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영화, 공연․연극, 미술, 문학, 음악 등 각 문화예술계가 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경제 한파의 여파를 들여다봤다. 

미술: 2007년까지 최대의 호황을 누린 미술계에 2008년은 너무도 추운 해였다. 미술 시장도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급격하게 위축됐고 설상가상으로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방안까지 다시 입법화되었다. 그러나 역시 올해 미술계 최대의 화두는 ‘위작 논란’이다. 권옥연의 인물화가 위작으로 밝혀져 경매가 취소됐고, 도상봉의 정물화 2점이 유족의 진위 의문제기로 출품자에게 반환되었으며,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도 가짜 논란에 휘말려 경매가 취소됐다. 위작 논란의 중심에는 박수근의 <빨래터>가 있다.

<빨래터>는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돼 국내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미술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위작의혹을 제기, 서울옥션은 아트레이드 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에 따른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2008년 1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를 위원장으로 전문가 20명의 특별감정위원회를 구성해 안목감정을 실시하고 19 대 1로 진품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감정연구소는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정전가속기센터와 도쿄예술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에 추가로 과학감정을 의뢰했다. 올 7월 결과는 진품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명지대 최명윤 국제과학미술연구소장이 서울대의 연대측정 결과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서울대는 재조사를 벌여 지난 11일 서울옥션에 수정된 최종보고서를 보냈고, 윤민영 정전가속기연구센터장을 보직 해임했다. 서울대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빨래터>의 제작연대가 1954년 이후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래터>의 진위는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영화: 애초에 개봉 편수가 크게 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월부터 11월까지 영화진흥위원회의 집계 결과 100편의 한국영화가 극장에 걸렸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경기침체로 투자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자 완성 뒤 개봉을 미뤄왔던 '창고 영화'들이 숫자를 채운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기대 이하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연히 칸, 베를린,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 수상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비디오, DVD 등 부가판권 시장이 무너진 가운데 불법다운로드가 줄지 않자 해외 배급사들이 철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 관람료 인상 문제가 다시 불거져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2009년에는 제작편수가 더 줄어 40편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영화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공연․연극: 올해는 ‘한국연극 100주년’의 해였다. 그럼에도 별다른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연극계도 역시 '연극열전2'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연극열전2’는 스타 마케팅으로 객석 점유율 95%라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화제작’에 비해 ‘문제작’이 없다는 일부의 비판을 받았다. 2000년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뮤지컬계가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 불황의 여파도 있겠지만 그동안 거품 속에서 성장해온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환율 상승과 대기업 후원이 급감해 내년 공연 예정인 작품 중 상당수가 이미 취소됐거나 유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학: 종이 값 50% 상승, 고환율로 인한 저작권 로열티 부담 증가, 매출액 73% 감소 등 최악의 상황에 놓인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한국문학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여겨진다.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외수의 <하악하악>,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등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몇 년 전 출간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등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힘입어 다시 한번 인기를 얻었다. 올해는 또한 황석영, 공지영, 이기호, 박민규 등의 순수문학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기도 했다.

음악: 대중음악 시장은 2007년 대비 음반과 음원 매출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 말까지 한터차트에 의하면 10만장 판매 음반이 7개나 됐다. 10만장 판매는 90년대로 치면 100만장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올해는 대중음악 시장에 조금은 숨통이 트인 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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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7 15:07

장르간 이기주의 부추기지 말라

연극인 100인, 아르코극장 무용중심운영 반대 성명(김나라 기자)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중심극장’으로 운영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에 대해 지난 12월 15일(월) 연극인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중심극장’으로 운영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에 대해 지난 12월 15일(월) 연극인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중심극장’으로 운영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화부)의 정책에 대해 지난 12월 15일(월) 연극인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문화부는 지난 9월 4일 ‘국립공연장 및 국립예술단체를 기능별, 장르별로 특성화하여 우리나라 예술발전의 중심기지화 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테면 국립중앙극장은 현대공연예술 중심, 국립국악원은 전통공연예술, 예술의 전당은 오페라, 발레 등 서양장르 공연 중심, 아르코예술극장은 무용중심, 대학로복합공연장은 연극중심으로 특성화해 공연장별로 상호중복 기능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화부의 계획이 “장르 간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연극인들의 주장.

극단 미추 손진책 대표, 박명성 서울연극협회회장, 허현호 한국연극배우협회 회장 등 연극인 100명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현대연극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해온 아르코예술극장은 한국현대연극의 상징적 공간이자 현장 연극인들의 창작공간으로 그 쓰임새를 확고히 해왔고, 이는 국내의 유일무이한 상징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 “아르코예술극장은 연극, 무용 뿐 아니라, 문학발표, 전통음악공연장으로도 사용되는 등 다양한 공연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인 정책 통보로 인해 ‘무용중심공간’으로 그 쓰임새를 제한, 축소함에 있어 연극계는 그 일방적인 정책 통보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연극인들은 “각 공연계의 실무자들과의 논의와 합의 없이 진행된 발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유인촌 장관에게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독선적인 재단을 멈추고 현장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수렴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연장의 특성화란 문화적인흐름, 관객의 동향, 창작자들의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지고 완성되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정책의 재단을 통해 완성하려고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문화부의 정책 발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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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1 16:59

'독립영화배우'로 부담을 가져야 할 때

배우 서영주를 만나기 위해 한국종합예술학교로 찾아갔다.
▲ 배우 서영주를 만나기 위해 한국종합예술학교로 찾아갔다.

지금까지 김동원 감독,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등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 막 독립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아직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많은 젊은 독립영화인들은 한국 독립영화계와 한독협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까? ‘매점에서 빵 먹다’ 캐스팅되어 독립영화를 찍게 되었다는 배우 서영주를 만나봤다. 서영주는 2003년부터 꾸준히 <잘돼가? 무엇이든>,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 <은하해방전선> 등 장․단편 독립영화에 출연해 배우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또 <친절한 금자씨>, <괴물>, <미쓰 홍당무> 등 충무로영화에서도 간간히 그녀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직접 만나본 배우 서영주는 잘 웃고, 열정적인, 20대의 에너지와 고민들로 충만한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좋은 질문들 해 줘서 고맙다, 나에게는 이게 인터뷰가 아니라 대화였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던 그녀에게서 발전적인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소감 한마디 해달라.

그 전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에 한 독립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가졌다. 중요한 건 ‘지금 같은 시대’에 꿈을 갖고 무언가를 하고 움직인다는 게, 새삼스럽게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몰라도 이것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에게 10주년은 참 클 거다. 그리고 문득 사람들이 어떻게 날 독립영화인으로 보게 됐을까 돌아보게 됐다.

‘어떻게’에 대한 답이 나왔나.

음, 글쎄.(웃음) 요점은 꿈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한독협이 계속 잘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언제 배우로 데뷔했나.

2003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또 학교에 들어왔다고 해서 신입생이 바로 연기를 한다거나 알게 되는 건 아니다. 배우가 된 계기는 1학기 다니고 휴학을 했는데, 영상원 친구들에게 캐스팅이 됐다. 그 때 매점에서 빵을 먹고 있었다.(웃음)

길거리 캐스팅은 들어봤어도, 학교 매점 캐스팅은 처음이다.(웃음)

영상원 친구들의 졸업 작품을 찍으면서 배우로서의 경험을 하게 됐고, 영화들이 영화제 등에 알려지게 되니까 장편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되었다. 그렇게 1 ,2년이 지나고 장편 <은하해방전선>에 출연했다. 돌아보니 단편영화를 10여 편 정도 찍었더라. 연극은 올해 처음 해 봤다.(웃음)

연기를 시작해보니 어떤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배우의 직업 정신이라든가 배우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 나름 얼굴이 알려졌다. 그게 좀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아직 ‘시작했나?’ 하는 의문을 계속 갖고 있다.

그 전에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없었나.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영화배우가 되어야지’ 하는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영화는 관객으로서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럼 독립영화도 많이 접해보지 못했겠다.

그렇다. 실험영상물에는 좀 익숙했다. 스토리가 없는 영상물. 주변에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부담을 느껴야 한다

그래도 2003년부터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남들이 보기엔 꾸준히, 내가 보기엔 그냥 되는 대로 출연한 거다.(웃음) 별 부담 없이 ‘하고 싶으면 하고’ 이런 식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작품이 ‘좋고 싫고’가 아니라 시간이나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영화를 찍었다. ‘난 독립영화를 찍어야 돼, 단편영화를 찍어야 돼’ 이런 생각을 갖고 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이 볼 때는 뭉뚱그려서 보니까 ‘저 사람은 영화를 하는 사람’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른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작품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좀 달라졌다.

어떻게 달라졌나.

좀 더 책임감 있게 되었고 무게를 가지고 결정하게 되었다. 나름 부담도 갖게 되었다. 배우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좀 더 생각 하게 되었고. 그때는 ‘배우로서’ 보다는 ‘경험’ 이었다.

맞다, 서영주 씨는 한독협이 추천한 독립영화 여배우다. 부담을 가져야할 것 같다.(웃음)

지금 정답을 말했다. ‘부담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작년 말까지 작업을 하고 올 초부터는 연극을 하면서 올해는 작업을 하나도 안했다. 작은 역할이지만 들어온 드라마도 안했다. 올해는 ‘연극을 하는 해’로 잡았다. 그렇지만 영화는 자기만의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고 있다.

영화가 계속 움직인다니.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생명력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거다. 오늘도 ‘오! 인디풀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이렇게 독립영화 행사에 계속 연락을 받는데 내가 예전에 빵 먹다가 우연찮게 시작한 자세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좀 더 들여다 봐야 할 거 같다. 이를테면 배우관을 정확히 갖는다든가. 그렇지 않으면 모호하게 될 것 같다.

고민이 많겠다.

지금은 좀 정리해야 하는 시기 같다. 정리가 되면 좀 더 명료해 질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모든 사람이 아닌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이게 이미지나 직관적으로는 명료한데 실제로 현실에서 맞닿는 부분이 모호하다. 없는 걸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웃음)

"지금은 좀 정리해야 하는 시기 같다. 정리가 되면 좀 더 명료해 질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모든 사람이 아닌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


경험과 연기, 그 사이에 서서

‘독립영화 배우’라는 타이틀이 갖고 있는 정체성의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배우면 배우지, 독립영화 배우는 뭘까’ 하는 혼란을 겪지는 않나.

좋은 질문이다.(웃음) 지금껏 내가 선택을 했지만 ‘내가 정말 선택한 적이 있었나’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어떤 기준으로 영화들에 출연했나 생각해 보면 ‘받아들임’이었던 것 같다. 열어놓고 있었다. 놀았다고 볼 수도 있고. 탐구가 있는 놀이. 그러다 보니 혼동을 겪기도 했지만 그 혼동을 달갑게 생각 했다. 그러나 내가  부담스럽게 느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앞으로는 ‘받아들임’은 아니지 않을까.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다른 배우들과 ‘독립영화 배우’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본적 있나.

대화를 나눌 때면 내가 나쁘게 보면 모호하고, 좋게 말하면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뭔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정체성의 문제다. 내가 아직 결코 열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구나 하는 걸 대화를 하다 발견한다. 많은 배우들이 하는 일반적인 고민은 가치관의 혼란은 기본이고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차이가 뭘까.

‘배우가 돼야지’하고 시작한 배우와 나처럼 ‘경험해 봐야지’하고 시작한 배우의 차이가 아닐까. 내가 영화를 할 때 받아들이고, 열어놨다고는 했지만 아직도 열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영주라는 배우가 다음번에 부담을 갖고 풀어야 할 지향점인 것 같다. 결국 말로 푼다기보다는 영화를 찍어서 결과물이나 관객의 평가를 보고 내가 얼마나 충실하게 선택했나, 선택하는 기준이 생겼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 것을 찾고 싶다는 말이다. 

결국 영화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동안 연기할 때는 어땠나.

연기라는 걸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영화를 했다. 그래서 내 식대로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랬을 때 재밌었다. 특별히 정말 ‘이건 나야’라고 했던 건 잘 기억이 안 난다. 매순간 매 역할이 나였고 소중했다. 근데 캐릭터와 교감한 거라고 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복잡하게 얘기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선택의 기준이 생기지 않을까한다. 정말 교감을 하고 싶으니까. 정말 교감을 할 거 아니면 이제는 받아들이는 건 그만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배우가 ‘교감을 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하는 건 굉장한 용기다.(웃음)

그러니까 이게 인터뷰가 아니라 나한테는 대화다.(웃음) 왜냐면 이미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있다. 근데 그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가 않은 거다. 이상하게 다른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정리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복잡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에이 까발려 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웃음)


독립영화, 누구냐 넌?!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 순간이 오지 않는다면 답을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맞다. 그게 답인 것 같다.(웃음) 얘길 하다 보니 너무 복잡해졌다. 내가 독립영화라는 것에 대해서 나름 할 말이 있어서 이 얘기를 굳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그 질문이 반가웠던 것이 이게 비단 배우라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독립영화계 얘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독립영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사람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더 쉽지 않을 거다.

그렇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부담을 갖고 명료해 지고 싶은 거다.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하면 독립영화라는 것에 혼란을 겪고 있다. 독립영화, 독립영화인들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본질을 봐야 선택을 할 수 있는 건데 내가 봤을 때는 독립영화나 한독협이 현상일 뿐일 수 있다는 거다. 의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독립영화, 한독협에 대한 생각들을 낯설게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독립영화가 현상이라니.

독립영화는 수 만개의 특징이 있다. 무엇이 독립영화인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나는 ‘독립영화를 해야지’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계기가 생겨서 영화를 찍은 거고, 독립영화와 가까워진 거다. 그렇다면 독립영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난 가끔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 그 순간 독립영화 배우가 된다.(웃음)

그럼 현상으로서 한국 독립영화는 무엇인가.

지금 한국에서 독립영화는 작품 퀄리티로서의 의미가 아닌 것 같다. 자본으로 모든 게 돌아가는데 한독협은 그런 게 아니다. 그래서 더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 시대가 붕괴되면, 진정으로 독립하게 될까.(웃음)

독립영화에 대한 회의는 없었나.

있었다. ‘충무로 가기 위해 만드는 거 아니야? 뭐가 달라?’, ‘이 사람 영화에 어떤 생명을 불어 넣은 거야?’, ‘이 영화 만든 사람의 꿈은 뭐야?’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영화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면 된 것 같은 그런 영화. 내 기준으로만 보는 건데, 편협하고 정말 나쁜 거다. 그런데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기운도 없는 이 현대 사회에서 더 기운 빠진다.(웃음)

그렇다면 반대로 독립영화의 매력은.

음, 진짜 짧고, 기술적으로도 정말 못 찍었고, 한마디로 영화가 ‘꼬졌는데’ 그 안에 ‘빛’이 보이는 영화가 있다. 그런 게 독립영화의 포인트가 아닐까. 지금 시대가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독립영화는 존재해야 한다.

충무로 영화에도 몇 편 출연했다. 독립영화계와 차이가 있나.

출연료 말고 말인가?(웃음) 충무로 영화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아직 많이 하지 않았다. 어, 근데 독립영화에 대해서는 쉽게 말했네.(웃음)

"한독협, 힘내십시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생
각난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힘든 게 좋아!

영화를 하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나.

힘든 게 제일 좋았다. 안 힘들면 별로였다.(웃음) 근데 생각보다 힘든 게 별로 없었다. 독립영화 장편 찍었을 때, <은하해방전선>을 처음 찍었는데, 찍을 때는 너무 맘 편하게 찍었다. 근데 찍고 나서의 책임감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꼈다. 개봉하고 나서 훨씬 많은 활동을 했다.

힘든 게 좋다니...(웃음)

<미확인 미행물체>란 작품에서 비구니로 나왔는데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 11월인가, 밤새도록 옷 하나도 안 입고 폭포에서 목욕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자세히 보면 너무 추워서 물을 조금씩 끼얹는 게 보인다. 근데 지금 보면 되게 기쁘다. 더 힘든 거 하고 싶다.(웃음)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에 만족하나?

옛날 작품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니까, 좋다. 근데 영화를 찍을 때에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별로 없었다. 마음에 들기는커녕 내 모습이 다 이상하기만 했다. 최근에 한 영화제에서 내가 출연한 작품을 많이 상영했다. 그 영화들을 보면서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이 너무 흐뭇했다. 처음으로 그런 맘이 들어서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럼 배우로서의 재미를 느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나.

맞다. 사실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이 날 배우로 봤다고 해도 내 스스로는 배우가 아니었다. 내 기준으로는 아직까지도 내가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정체성을 찾게 될 것 같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난 지금 그 과정에 서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미래상은.

처음 얘기하는 건데 러브 스토리 찍고 싶다. 사랑에 빠지는 역할.(웃음) 영화든 연극이든 내러티브 안에서 진짜 살고 싶다. 그런 건 변하지 않는다. ‘연기는 행동이다’라고 배웠고,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건 ‘똥배우’라고 배웠다. 그게 맞는 말이다. 연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연기를 해 보고 싶은 이유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고, 빠지고 싶은 거다.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나 자신과 만났던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그런 역할을 더 찾고 싶다. 그 극 안에 진짜 빠져서 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독립영화인으로서 현재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독립영화계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한독협에 대한 제언을 해달라.

힘내십시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필름온 안효원 기자, 컬처뉴스 김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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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0 10:09

한국인, 영화만 열심히 봤다 - 2008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양극화 현상도 뚜렷

2008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예술행사는 '영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 2008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예술행사는 '영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부는 5일 ‘2008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주관으로 진행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1회 이상 예술행사 관람률은 67.3%로 지난 2006년 조사 시 65.8% 보다 소폭 상승했다. 연평균 예술행사 관람횟수 또한 4.9회로 지난 조사 결과인 4.7회에 비해 약간 증가했다. 

관람횟수가 늘고 있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나 분야별 관람실태 조사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예술행사 전체 관람횟수 4.9회 중 영화 관람이 차지하는 횟수가 4.0회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반해 무용공연 0.03회, 문학행사 0.1회, 클래식음악·오페라 공연 0.1회, 전통예술공연 0.1회 등 기타 예술행사는 모두 평균 1회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관람비율 증가도 실은 영화 관람률이 58.9%에서 61.5%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편 소득별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는 200만원 미만 소득층의 예술행사 연간 관람률이 54.7%에서 48.3%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100만원 미만 층 역시 23.9%에서 19.3%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200만원 이상 소득층에서는 연간 관람률이 평균 70%를 웃돌고 있으며 400만원 이상 소득층의 관람률은 80.6%로 드러났다. 소득에 따라 예술관람 경험의 차이가 커진 것이다. 시·군·구민회관, 문화예술회관, 복지회관, 문화원, 박물관 등 문화시설에서 여는 문화프로그램 참여율에서도 위와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예술행사 관람의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예술 행사를 관람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결과 “예술행사의 내용과 수준(41.6%)”과 “관람비용의 적절성(41.2%)”에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예술행사를 관람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결과 “비용이 많이 든다(35.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즉, 경제적 부담이 예술 관람의 걸림돌이란 것이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문학행사와 미술 전시를 제외한 대다수 예술 분야의 보완점으로 “관람비용을 낮춰야한다”는 의견이 1위를 차지했다.

문화향수실태조사는 지난 1988년부터 3년(2006년 이후 2년)주기로 실시해왔으며, 2008년 조사는 2008년 3월 3일부터 4월 11일까지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15세 이상의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5%이다.




* 2008-11-06 오후 4:37:57  컬처뉴스 박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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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4 10:23

멜로드라마를 보는 방법

연극 <멜로드라마>의 배우 박소영 씨 인터뷰

2008-10-23 오후 4:32:40    이주호 기자
연극 <멜로드라마> 강유경 역의 박소영 씨

<멜로드라마>가 제목이라기에 장르적 속성을 대놓고 속속들이 드러내면서, 그 장르 이상의 극 형식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멜로드라마>는 멜로드라마였다. 그것도 인물간의 거리감이 전혀 없는 데다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이용되는 갈등과 상황 설정, 대사들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었다.

관객들의 몰입 정도는 놀라웠다. 이래서 <사랑과 전쟁>, <조강지처 클럽> 유의 드라마가 그토록 시청률이 높았던 것인가 실감하게 된다. 그럼 무슨 이유로 나는 연극은 안 보고 관객이나 보고 있는 것이냐. 나 또한 하루 속히 멜로에 입문하여 극장판 <사랑과 전쟁>이 개봉할 때쯤엔 격정적으로 스크린에 다가가 보리라 마음먹으며,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 유경 역의 박소영 씨를 만나 멜로 입문 지침을 전수받기로 했다.

김성령 씨와 더블캐스팅인데, 이런 경우 연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나는 <멜로드라마에>에 세 번째 출연이다. 첫 번째 공연 때는 연습은 마쳤는데 눈을 다치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무대에 못 섰고, 작년 11월, 12월에 공연을 해 봤다. 처음 한 번 훑는 연습은 선배님들 중심으로 하고 그 다음에는 더블캐스팅된 배우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한다.

나머지 배우들은 한 가지 상황만 숙지하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두 배우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연기 메커니즘을 익혀야 하는가?

내가 오르건 김성령 선배가 오르건 다른 배우들이 어렵지 않게 받아 낸다. 그래서 나도 별다른 어려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박소영 씨나 김성령 씨의 경우 서로에 비춰 자신을 부각하는가, 아니면 다른 배우를 고려하여 둘의 연기 방식을 가급적 일치시켜 나가는가?
 
연습과정을 함께하기도 했지만 김성령 선배가 연기하는 모습을 객석에서 자주 봤다. 화면에서 볼 땐 예쁜 모습만 봐서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이 연기에도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는 알 수 없지만, 연출자 역시 배우 각자의 특성이 잘 살아나게끔 유도한다. <멜로드라마>의 대본은 초연 당시의 배우들이 즉흥 상황극을 만들며 했던 말들을 토대로 씌어졌다. 따라서 배역마다 배우의 스타일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공연이 종반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본인의 연기나 혹은 배역에 대한 이해 면에서 변화가 있는가?

이제 열흘 정도 남았는데, 요즘엔 모든 사람들은 외롭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멜로드라마> 속 배역들도 다 외롭다. 유경은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지만 반대로 제일 외로운 사람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외로움을 어떻게 할 줄 모른다. 관객들도 다 외로운 사람들이다. 상대방을 온전히 보다보면 서로의 외로움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지 않겠나. 사랑, 결혼, 이혼 등 극이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유경이란 인물도 달라졌을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공연이 매일 반복되다 보면 기계적으로 연기하게 되지는 않는가?

그게 숙제인 것 같다. 매일 반복을 하다 보면 신선한 것들이 없어질 수 있다. 대학로에서 연기하는 분들 중에는 실제로 연극이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흔들리는 사람들도 있다. 말이 빨라진다거나 인물이 너무 자기화되어 버린다거나. 나 또한 고민이다. 작품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지만 사는 일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날이란 것을 늘 의식하려 노력한다. 나는 처음이 아니지만 관객은 처음이다. 컨디션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면 관객들은 그게 전부인 줄 안다. 박소영이란 배우 역시 그게 전부가 된다.

<멜로드라마라>가 대놓고 통속극을 지향한다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통속을 넘어서 작위적인 느낌도 들었다.

<멜로드라마>가 배우들의 즉흥극을 통해 완성되어 갔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 연극의 연출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이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다. 내용이 통속적인 것은 연출자가 의도한 면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풀려고 하는 시도이다 보니 이런 상황 설정도 가능하다.

특히 결혼한 여성들이 이 연극에 공감한다. 자기 얘기이니까. 내가 남자 주인공에게 정신 차리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한 아주머니가 ‘그래 정신 차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좋겠다’ 하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그 사람들에게 사랑은 통속 멜로극보다 더 통속적일 수 있다. 결혼을 하고 난 뒤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다 공감이 가는 것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이혼하는 여성을 연기하다 보니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김성령 선배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혼자 머릿속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조건부 결혼, 다시는 뜨거운 사랑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 내 선택이 과연 옳았는가 하는 문제를 이해하는 폭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극 결말 부에 유경의 감정에는 비약이 있는 것 같다. 감당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기꺼이 짊어지겠다고 나서는 감정 변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제부터 시작이야”라는 대사나 “내가 그리로 갈게”라고 말하는 부분을 이해하려면 유경이 현재 어떤 상태인가를 알아야 한다. 유경은 결혼에 대해 이미 건조해진 상태다. 이혼에 대한 결심은 이미 그 전에 굳어졌을 것이다. 미루려고 했던 일을 실행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예전 어느 장례식 장에서의 일인데, 죽은 아이의 엄마라는 사람이 계속해서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그게 합당하지 않았을까. 예상치 못한 상황과 급작스럽게 맞닥뜨렸을 때 취하는 행동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예측할 수도 없다. 이 연극의 결말은 연출자가 그런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이게 실제 상황이라면 나도 나만의 표출 방식이 있지 않을까.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가 맘먹고 통속적이고 선정적으로 나가 보자는 것인가?

연출이 통속성을 내세웠지만, 여기서 통속성이란 것은 사랑이란 게 별 거 아니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밥 먹고 자고 그런 게 사랑인가?” 하는 대사처럼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 관객들은 그 물음을 안고 돌아간다.

나도 멜로 통속극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고민도 많았다. 형사물이라면 범인을 잡으면 그만이지만 사랑이란 게 길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멜로드라마>가 통속성을 통해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작품은 정해져 있는가?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 극단에 들어가 처음부터 일하며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연극은 오디션이 아니라 극단 소속이거나 알음알음으로 연이 닿지 않으면 출연하기 어렵기 때문에 뮤지컬부터 시작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인연이 되어 <멜로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연기를 좋아하지만 노래하는 것도 좋다. 노래를 배우던 중이었는데 연극 공연 때문에 멈춘 상태다. 연극이 끝나면 노래를 더 배운 후에 뮤지컬 오디션을 볼 것이다. 뮤지컬은 매번 오디션을 봐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배우는 연기도 연기지만 작품을 선택하는 눈도 평가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멜로드라마>와 같은 정극 형식의 극을 선호하는가?

뮤지컬은 하나의 쇼라서 박수를 치며 즐거워할 수는 있지만 감동이 깊지 못하다. 거기서 배우로서의 결핍을 느꼈다. 첫째는 연기를 하고 싶다. <멜로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깨지고 갈등했다. 어린 나이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내 나이에 장르를 따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같이 하는 배우들이 중요하다. 좋은 배우를 만나려면 좋은 연출을 만나야 한다. 뮤지컬을 하다 보면 쇼이기 때문에 자기만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소통이 안 된다거나 나와 상관없는 리액션을 한다거나 하면, 힘이 든 게 사실이다.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해서 연기가 저게 뭔가 이런 소리 안 듣는 게 내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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