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4.10 국공립예술기관 공공성, 근본부터 검토하자
  2. 2009.03.25 [학술소식]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국경을 넘는 연대’ 외
  3. 2008.12.16 "우리는 창조자들의 창조자들이다"
  4. 2008.12.15 한국판 ‘몸의 학교’ 만들자
2009.04.10 12:45

국공립예술기관 공공성, 근본부터 검토하자

사회공공연구소에서 국공립예술기관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세종문화회관 사회공헌프로그램 '천원의 행복' 공연장면.
▲ 사회공공연구소에서 국공립예술기관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세종문화회관 사회공헌프로그램 '천원의 행복' 공연장면.

2009년 3월 31일 결국 국립오페라합창단은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물론, 합창단 단원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부당해고 철회와 합창단 해체에 반대하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의 일방적 해고와 합창단 해체는 문화예술계 뿐 아니라 사회 일반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 예술가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물론, 예술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의 입지와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는 4월 초, 연구보고서 <국ㆍ공립예술기관 운영 평가 및 공공성 강화 방향>(연구자 박정훈, 황윤정)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이전 정부의 국공립예술기관 공공성 확보 정책에 대한 평가와 현재 국공립예술기관의 공공성 현황, 향후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은 기관들은 국립극장전속단체(국립극단, 창극단, 무용단, 국악관현악단), 예술의전당 상주단체(국립합창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및 입주기관(서울예술단), 세종문화회관 전속단체 등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국공립예술기관의 재단법인화와 책임운영기관화 등 민영화 정책 드라이브를 펼친 바 있다. 이에 대해 연구보고서는 “국·공립예술기관 개혁안으로 채택된 민영화 정책은 문화적 보편권 확대에 기여하지 못한데다가 자율성 확보에도 실패”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ㆍ공립예술기관의 공공성현황에 대해서는 취지는 공공성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한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각 기관의 취지는 “주요 국·공립예술기관의 설립취지는 기본적으로 예술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시민의 문화향수권 증진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ㆍ공립예술기관은 ▲아웃리치활동의 증가 추세 ▲다양한 예술교육활동의 전개 ▲입장권 정책을 통한 관객 유인 ▲예술노동자들의 단체협상을 통한 사회적 활동 강화 요구 등으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 기조에서 비롯된 수익성 우선 운영 원리로 인해 제약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국ㆍ공립예술기관의 공공성 강화방향으로 ▲공공문화기관을 예술발전의 진원지로 ▲유관기관 및 지방문화기관과의 수평적 협력 모델 구축 ▲시민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전략 구사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 강화 및 민간 활동에 대한 적극적 지원 등을 꼽았다. 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으로는 ▲자율적 운영권 보장ㆍ공적 책임 준수 등 민주적 지배구조 구축 ▲공적 재정 지원 및 다양한 재원의 확보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운영원리 쇄신 등을 들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공립예술기관 개혁방향은 관료지배모델과 시장지배모델을 결합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ㆍ공립예술기관의 진보적 개혁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공공예술기관의 위상과 역할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2009.03.25 12:35

[학술소식]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국경을 넘는 연대’ 외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는 3월 31일부터 사흘간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석학강좌Ⅱ'국경을 넘는 연대'를 개최한다
▲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는 3월 31일부터 사흘간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석학강좌Ⅱ'국경을 넘는 연대'를 개최한다

                                              박휘진 기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석학강좌 ‘국경을 넘는 연대’>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는 3월 31일부터 사흘간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석학강좌Ⅱ를 개최한다. 작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석학강좌에는 니시카와 나가오와 니시카와 유코가 초빙되었으며, 주제로는 ‘국경을 넘는 연대’가 선정됐다. 니시카와 나가오와 니시카와 유코는 강좌에 참여하는 3일간 ▲프랑스혁명 재론 ―혁명은 식민지주의를 극복했는가(니시카와 나가오) ▲국가와 가족 ―일본형 근대가족과 표상으로서의 주거(니시카와 유코) ▲국내(내적) 식민지를 둘러싼 고찰 ―식민지주의론의 심화를 위해(니시카와 나가오)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양대 비교문화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반일 감정 등이 여과 없이 통용되고 있는 사회, 즉 국민국가를 자명한 것으로 인지하면서 국민국가의 외부에 있는 타자를 배제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나아가 국가 안팎의 식민지주의를 극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의:비교역사문화연구소, 02-2220-0545


<라틴아메리카 지역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3월 27일 서울대 인문대학 산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학술대회 ‘라틴아메리카 지역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한국사회와 지역연구’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연구의 새로운 모델’ 두 분야로 나눠 진행되며, ▲한국사회와 지역연구의 방향성(김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의 지역연구 조직화 및 후진양성 모델: 동남아연구 사례(전제성 전북대학교) ▲인문한국 해외지역연구소 운영경험과 제언(유승만 한양대 유라시아연구사업단) ▲라틴아메리카 지역연구와 범위 설정의 다양성 문제(박병규 고려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연구사업 통합 메트릭스 구축방안(이상현부산외국어대학교 HK교수) ▲ 국내 라틴아메리카 연구의 과거, 현재, 미래(이성형 외교안보연구원) 등 총 6편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문의: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02 - 880-8065 


<이화학술원 강좌 ‘우주의 탄생’>

이화여자대학교 이화학술원은 3월 27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에서 제7회 이화학술원강좌 ‘우주의 탄생(The Beginning of the Universe)’을 개최한다. 강사로는 이화학술원의 해외석좌교수이자,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신 조지 F. 스무트 교수가 초빙되었다. 문의:이화학술원, 02-3277-6576


<좌파의 역사 실험실, 라틴아메리카>

사회공공연구소는 4월 7일부터 4주간 매주 화요일, 사회공공연구소 교육실에서 열린 강좌 ‘좌파의 역사 실험실, 라틴아메리카’를 진행한다. 강사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지낸 7년 동안 그곳에서 진행되는 과감한 대안 실험들을 경험한 라틴아메리카 전문기자 박정훈(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았다. 강연주제로는 ▲좌파의 역사 실험실, 라틴아메리카 ▲게릴라 혁명의 마지막 주자, 라울의 쿠바/ 자치 민주주의자, 사빠띠스따의 멕시코 ▲21세기 사회주의(?),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현실주의 신좌파, 룰라의 브라질 등이 선정되었다. 문의:사회공공연구소, 02-832-4211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2008.12.16 11:19

"우리는 창조자들의 창조자들이다"

[인터뷰]몸의 학교 공동교장 알바로 레스뜨레뽀, 마리 프랑스 드리유방 - ①(박정훈 _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몸의 학교 설립자이자 공동교장인 알바로 레뜨레뽀, 마리 프랑스 드리유방.
▲ 몸의 학교 설립자이자 공동교장인 알바로 레스뜨레뽀, 마리 프랑스 드리유방.

14일과 15일 연달아 공연을 가진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는 예술교육이 이루어낼 수 있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전체인구의 80%가 빈민인 베네수엘라에서 저소득층의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제공하고 음악을 가르쳐주는 '엘 시스테마'는 시행 30년이 된 지금, 30여 만 명의 음악가를 배출했고 120여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냈다. 구스타보 두다멜 또한 빈민가 출신으로 엘 시스테마를 통해 음악을 접했고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올랐다. 공교육이 허물어지고 사교육만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들의 사례는 꿈만 같은 일이다. 그러나 예술교육이 특정한 계층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세계의 예술교육은 증명하고 있다.
콜럼비아의 대안예술학교인 몸의 학교는 예술교육이 가져온 또 하나의 기적과도 같은 사례다. 지난 10월 한국을 찾은 몸의 학교 창립자이자 공동교장인 알바로 레스뜨레뽀와 마리 프랑스 드리유방을 사회공공연구소의 박정훈 연구위원이 인터뷰했다. 사회공공연구소의 협조를 받아 인터뷰 전문을 3회에 걸쳐 전재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 편집자.

 

몸의 학교 무용단은 10월 18일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 [몸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라는 작품으로 참가하여 서울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랐다. 안산 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라틴아메리카 연극제에 [또 다른 사도]라는 작품으로 참가했고 24일 안산 시민들과 만났다. 10월 21일과 22일 이틀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안산 대안학교 ‘들꽃 피는 학교’ 중고등학생 30명과 워크샵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인터뷰는 워크샵 행사가 끝난 뒤 ‘몸의 학교’ 무용단이 머물고 있던 호텔 1층 카페에서 이뤄졌다.

안산 청소년들과 워크삽 행사는 어떠했는가?  

알바로
시간적인 제약으로 이틀에 걸쳐 3시간씩 총 6시간에 불과했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드리유방
그 아이들이 예술이 뭔지 알겠는가. 춤이 뭔지 알겠는가. 그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아주 새로웠을 것이다.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 앞에 나서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그러다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면서 자신을 표현하지를 못하던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예술가로서 모국 콜롬비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알바로
콜롬비아라는 국가의 탄생 자체가 아주 복잡한 과정의 산물이었다. 아주 많은 고통이 담겨 있는 탄생이었다. 국가 형성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형성되었다.   

이 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엄청난 힘들의 충돌이 있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그런 특징이 있겠지만 콜롬비아는 그 같은 특징들이 얼키고 설켰다. 이 나라의 위치가 중미와 남미의 통로에 위치한다. ‘아메리카의 배꼽’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복기를 거쳐 식민지 시대에 끄리오요(스페인 후손이지만 아메리카에서 태어난 계층)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스페인 정복자들보다 더 사악한 집단이었다.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의 나쁜 면들은 모두 지니고 있으면서 그들보다 더욱 악랄하게 권력을 활용했다.   
 
드리유방
콜롬비아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시대를 마감하고 독립된 나라들의 지배층은 과거 식민지 지배층을 모방하면서 똑같이 행세했다. 즉 탈식민지의 역사적 경험이 부재했다.

알바로
콜롬비아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나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나라를 ‘눈 먼 국가’라 부르곤 한다. 자신의 힘, 자신의 잠재력,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인하는 나라. 그래서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나라. 그 파괴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라. 나는 이 나라가 힘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콜롬비아는 카오스 속에서 허우적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자기파괴적 경향으로 인해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콜롬비아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알바로
바로 이런 콜롬비아를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나는 자식이 없다. 하지만 자식이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이 나라의 온갖 문제를 연장시키거나 해결하거나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드리유방
청소년기의 일반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전 세계 모든 청소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다. 바로 거기에 콜롬비아의 내부 문제가 겹쳐 있다. 세계 곳곳에 폭력은 존재한다.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폭력이 더욱 증폭되어 왔다. 콜롬비아 내부 위기가 폭력과 빈곤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고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알바로
삶의 성스러운 가치가 파괴되고 있다. 아이들 청소년에 대한 강도 높은 폭력이 행사되고 있다. 방치, 빈곤, 기회 부족, 질 낮은 교육, 무지로 인한 가족 내 폭력 등. 아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모르고 자신의 존엄성에 대해 자각하지 못한다. 그 결과 제대로 성장하지도 제대로 삶을 영위하지도 제대로 발전하지도 못한다.


콜롬비아의 인종 차별 문제는 어떠한가?   

드리유방
콜롬비아 도시들에는 노예제도의 유산이 여전히 살아 있다. 식민지 시대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노예들이 이 나라에 도착했다. 아프리카계 콜롬비아 사람들은 오늘날 가장 가난한 계층을 이루고 있다. 인종주의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알바로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주는 태평양의 초꼬(Choco)주로 그곳은 ‘흑인들의 게토’에 다름 아니다. 콜롬비아는 문화적, 인종적,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하지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드리유방
자기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고 자각하지도 못할 때 스스로의 인생에서 아무런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 자신의 삶, 삶의 발전, 집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들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타인의 삶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절실하고 이를 통해 각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알바로
콜롬비아 아이들은 성장기를 빼앗겼다. 이 아이들이 유아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가 필요하다. 아이들을 홀대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두 분 다 예술가들이다. 교육자의 길은 예술가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드리유방
콜롬비아의 아이들은 버려진 아이들이다. 거리에 버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가제도에 의해 버려졌다. ‘유년기를 갖지 못한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가 버린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예술가로서 내 고민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예술가의 길을 버리고 예술교육자의 길로 나섰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활동이 나의 예술 활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육자가 되기 위해 예술 활동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나는 예술가가 되지 않은 채 예술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난 더 예술적인 생애를 살기 시작했다.
 
알바로
교육이 바로 하나의 예술이다. 예술가 양성이 바로 하나의 예술적 노동이다. 교육은 조각가의 노동과 유사하며 예술교육은 예술가를 조각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창조자들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창조자들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산파들이다. 예술가 산모들이 예술작품을 잘 낳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나는 늘 사회적 소명을 느끼곤 했다. 청년시절 거리의 아이들과 연극을 하면서 연극이 훌륭한 교육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역사와 고통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같은 경험이 현대무용으로 날 이끌었다.

현대무용가가 되어 외국에서 활동하다가 콜롬비아에 돌아와 현대무용가를 양성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이 프로젝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충분히 깨닫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무용을 콜롬비아에 뿌리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부모의 고향 까르따헤나로 가겠다고 결정하면서 나는 그곳에서 나의 뿌리를 만나게 되었다. 많이 접촉하지 않았던 사회적 계층과 만났다. 나는 그들과 완전히 다른 가정환경에서 나고 자랐다. 내가 까르따네하에서 만난 새로운 계층은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그 계층을 발견하고 소외된 그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civilizar)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계층은 눈에 보이지 않은 이들이었고 무시당해온 아이들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 자체는 하나의 정치적 행위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프로젝트는 빈민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 전체를 향해 내 놓은 제안이다. 인종과 계층을 불문하고 모두 통합하여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콜롬비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인종과 계층의 아이들 모두의 몸의 감수성을 계발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목표이다. (콜롬비아의 교육제도내의 불평등은 심각하다. 계층과 인종에 따라 공교육의 분리가 알게 모르게 이뤄진다)

우리는 소유가 아니라 존재에 착목한 프로젝트이다. 소유가 부의 원천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유함의 진정한 원천이다.  
 

알바로 레스뜨레뽀가 들꽃학교 아이들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알바로 선생님의 가정환경은 어떠했는가?  

알바로
나는 까르따헤나 중상층의 가정에서 태어나 수도 보고따로 이주했다. 상류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으론 윤택했다. 아버지는 독학으로 공부했고 상업으로 자수성가했다. 예술적 감수성도 풍부한 사람이었다.

나는 전직 대통령의 자식, 전직 각료의 자식들이 공부하는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난 그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한 콜롬비아의 또 다른 세상, 아주 커다란 현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드리유방 선생님이 콜롬비아 초대를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콜롬비아의 경험이 선생님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드리유방
알바로가 콜롬비아 현대무용을 발전시키고자 수도 보고타에 현대무용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협력을 요청했다. 프랑스 외교부 문화국은 프랑스 앙제 국립현대무용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던 나를 콜롬비아에 파견했다. 일종의 외교적인 목적의 공식적인 방문이었고 예술교육가로서 직업적인 관심의 방문이었다. 

나는 그 전에 콜롬비아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 보고타에 도착한 나는 유럽에서 이 나라를 본 것과 아주 다른 현실을 발견했다. 이 나라의 예술가들을 만났고 청년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 나라엔 내가 모르던 전통이 살아 있고 예술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는 여전히 양국의 문화교류 및 문화협력을 통해 전문무용수를 양성한다는 목적에 충실했다.

알바로가 까르따헤나행의 포부를 밝혔을 즈음엔 이미 나는 콜롬비아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알바로가 까르따헤나의 일과 관련해 자문을 요청했다. 나는 까르따헤나에서 알바로가 추진하고자 하는 일이 가져올 사회적 충격과 힘을 알게 되었다. 

까르따헤나 아이들을 가르칠 계획을 세우면서 나는 근심거리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예술교육에 종사할 때 느낀 점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아주 더디고 더딘 과정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한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프랑스에서 5년이 걸려도 이루지 못한 일을 콜롬비아에서는 1년 만에 달성했다. 아이들의 발전 속도는 놀라웠다. 내 이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었다. 콜롬비아 아이들은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강렬한 욕구를 갖고 있었다. 아이들에겐 기회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회가 주어지자 아이들은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노력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 삶의 변화는 분석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직관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은 대체로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해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사회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관점을 갖는 경우가 많다. 많은 예술가들이 세상의 바깥에, 사회 현실의 바깥에 거하고 있다. 

나는 현실을 느닷없이 충격적인 방법으로 발견했다. 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콜롬비아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가 프랑스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법도 바뀌기 시작했다.(콜롬비아와 프랑스를 오가면서 교육자로 일하고 있다) 
교육에서 예술적 감수성 교육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 모든 이들이 그렇다고 말하기는 한다. 하지만 대체로 실천하지 않거나 혹은 실천하더라도 잘못 실천하고 있다.

교육에서 여전히 예술은 첨가물로 간주되고 있다. 수학, 언어, 문법, 과학 등의 일반과목과 달리 예술의 하나의 사치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적 감수성 교육은 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드리유방 선생님을 초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알바로
현대무용학교를 세우려 했을 때 난 교육자의 경험이 없었다. 예술교육과 관련한 여러 가지 경험들을 듣고자 했다.

나는 프랑스 현대무용에 깊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예술교육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지원을 받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외국과의 문화적 대화에 늘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내 프로젝트에 외부의 시각을 반영하고 싶었다. 내 경험으론 외부의 시각은 늘 나 자신을 새롭게 접근하는 데 유용했다. 한국인 무용가 조규현 씨를 통해 내 속의 동양적인 면을 발견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나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가 외부의 시선의 도움을 받는 국제적인 프로젝트, 보편적인 프로젝트이기를 바랐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프로젝트는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프로젝트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문화 간의 국제적인 대화이다. 물론 아무하고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콜롬비아 사람들과 문화를 존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드리유방은 처음에 ‘양국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드리유방
나는 알바로에게 자문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로 
또한 드리유방은 앙제 현대무용학교 교장으로 콜롬비아 예술가들을 프랑스에 초대하기도 했다. 문화적 상호 기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드리유방
‘좀 더 발전한 나라들(avanzados)’. 다른 표현은 없을까요? 그 나라들을 좀 더 문명화된 나라들(civilizados)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좀 더 조직된(organizados) 나라들’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하여튼 이 나라들은 콜롬비아를 도와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들은 자신들이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나라들은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데 프랑스 예술가로서 내가 콜롬비아에 예술적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 잠재력을 계발하면 유럽과 미국과 같은 나라들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프리카도 예술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대륙의 사정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는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다.

요컨대 내게도 라틴아메리카와의 만남이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알바로와의 만남은 콜롬비아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살찌우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의 작업은 상호 교류이며 모든 교류가 그렇듯이 주고 받는 것이다. 모든 것을 주고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받고 있는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2008.12.15 10:26

한국판 ‘몸의 학교’ 만들자

 - 사회공공연구소, ‘서민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 제안(안태호 기자)

'몸의 학교'는 혁신적인 예술교육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올해 10월 들꽃피는 학교 청소년들과 함께 한 워크숍 장면.

▲ '몸의 학교'는 혁신적인 예술교육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올해 10월 들꽃피는 학교 청소년들과 함께 한 워크숍 장면.

올해 8월과 10월 두 차례 한국을 찾은 ‘몸의 학교’는 혁신적인 예술기반교육의 성공사례로 꼽히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내전과 불평등, 빈곤과 차별에 시달리는 콜롬비아의 빈민 아동들을 세계적인 예술가로 성장시키고 빈민가를 예술교육의 요람으로 재탄생시킨 몸의 학교는 라틴아메리카,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활발한 해외공연을 펼치고 있다. 몸의 학교는 현재 빈민 아동 12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 2003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 후보에 오르고 같은 해 콜롬비아 연방문화부가 주는 제1회 최우수문화기관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교육기관이다. 2006년에는 학교가 위치한 까르따헤나 시 교육청의 대안교육기관 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몸의 학교 사례를 본 따 한국판 몸의 학교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가 발행하는 이슈페이퍼 5호(집필자 박정훈 연구위원)는 콜롬비아 몸의 학교 사례 분석을 통해 한국에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 창립을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몸의 학교 실험이 주는 시사점을 ▲대안적 삶의 기회 제공이라는 교육의 고유한 역할 복원 ▲예술을 통한 기존 교육패러다임의 혁신 ▲교육과 예술을 통한 사회통합과 사회 연대의 제고 등으로 꼽았다.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 예술교육의 현실을 개선하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제안된 정책이 ‘서민 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의 현실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공교육의 실종과 사교육의 범람은 이제 하나의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대안학교 역시 아직까지는 보편적 교육방식으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여기에 소득격차가 가중되며 한국에서는 공교육에서 방치되고, 사교육에서 배제되고, 대안교육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청소년 계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민적이고 진보적인 대안학교’를 제시하고 있다. 이 학교의 목표는 ▲전통적 공교육 혁신과 기존 대안교육 한계 극복 ▲기존 정규예술학교와 전통적인 예술교육 혁신 ▲한국 사회 최하층 청소년들을 교육과 예술의 진정한 주역으로 성장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으로 가장 낙후한 지역을 혁신적인 예술교육의 요람으로 변화 등이다.

사회공공연구소는 2009년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의 예술노동자들과 함께 ‘서민청소년을 위한 대안예술학교’를 문화공공성의 구체적인 모델로 추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사회공공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