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9.03.04 그 많던 미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 2009.03.02 유인촌 장관, 정체를 밝히시지요
  3. 2009.02.27 기업 경영인 미술관장 임명은 어불성설
  4. 2008.12.10 “약속 지키셨네요, 장관님” (2)
  5. 2008.12.09 문화부, 예술위 김정헌 위원장 해임
  6. 2008.11.20 미술은행 예산 9억 줄었다 - 미술관 수장고 보수 등에 우선순위 뒤져
  7. 2008.11.13 김윤수 관장, “문화부 고의적 사실왜곡”
  8. 2008.11.11 김윤수 현대미술관장 해임사유 적절한가
2009.03.04 08:32

그 많던 미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편집자가 독자에게]배순훈 현대미술관장 취임, 미술계 왜 침묵하나
                                                                                                                                      안태호 편집장
기무사 미술관을 얻는 대가로 미술계가 관장에 대해 침묵을 지키기로 했을 리 없지 않겠습니까.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그 많던 미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국군 기무사터 구 본관 건물.(사진 문화관광부)
▲ 기무사 미술관을 얻는 대가로 미술계가 관장에 대해 침묵을 지키기로 했을 리 없지 않겠습니까.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그 많던 미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국군 기무사터 구 본관 건물.(사진 문화관광부)

“한자로 쓰면 못 알아볼 거 아냐?”
“그럴까?”
“에이, 그래도 한자로 써야지”

인사동의 한 전시장 앞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들이 방명록을 적으며 나누시던 말씀입니다. 전시는 보는 둥 마는 둥 하셨지만, 잠시 전시장 앞에 있던 저를 전시장 지킴이로 혼동하셨는지 “배정완이는 없나?”라고 묻기도 하시더군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배정완 작가는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취임한 배순훈 씨의 아들입니다. 아, 이제 찾아가시려 해도 늦었습니다. 전시는 3월 2일에 끝났거든요.

생각보다는 전시장이 붐비거나 하지 않아 나름 안심(?)을 했습니만, 흔히 말하는 ‘얼굴도장’이 아닌 ‘방명도장’을 찍으려는 분들의 인생까지 제가 탓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좀 안쓰러울 따름이지요.(행여 개인적 관계에서 오신 분들이라면 사과를 드려야겠지만, 저도 그 정도 판단은 할 줄 압니다.) 자의든 타의든 능력 있는 아버님을 둔 죄로 배정완 씨도 권력의 톱니바퀴 사이에 엮이게 됐네요. 배순훈 신임관장이 미술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인과 아들이 동원되는 와중에, 배정완 씨의 이번 전시는 아버님의 ‘알리바이’로 작용한 셈입니다.

배순훈 관장은 현대미술관장직에 응모하게 된 계기를 묻자 "서울대 경영대 교수분들의 모임이 있는데 미술관 발전을 위해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고 밝히셨지요.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요. 언제부터 경영대 교수분들이 한국 미술계를 그렇게 걱정해주시며 사령탑 노릇을 하셨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배순훈 관장님, 참 주옥같은 발언을 많이 남겨주셨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어차피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인데 보수나 그런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라고 하셨더군요. 졸지에 미술계는 자선사업의 대상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아, 다음 말씀도 중요합니다. “미술관이 기업들의 상품디자인 경쟁력의 원천기술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하셨거든요. 삼성미술관이나 성곡, 아트선재 등 기업미술관 관계자가 한 말이 아닙니다. 제가 잘 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임 관장님이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몇 해 전 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습니다. 미술관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었지요. 국립현대미술관이 재정자립도의 압박을 받으면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책임운영기관이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전초단계가 아니냐는 의혹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미술관 노동조합에서 배순훈 관장 임명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더군요. “국립현대미술관 노동조합은 신임 관장의 미술관 발전을 위한 실천방안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하면서, “신임 관장의 역할과 능력에 많은 기대와 성원”을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몇 가지 상황을 나열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미술계 내의 모든 분들이 신임관장에 대해 만장일치로 ‘기대와 성원’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 텐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미술계는 평소에도 말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악의적으로 말하자면 뒷공론이 무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다양한 논의들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집단행동도 잘 일궈내는 편입니다.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발표에 갤러리들은 동맹휴업을 감행했습니다. 온갖 비리와 추문으로 얼룩진 미술장식품 제도에 문제가 많아 공공미술로 전환한다고 했더니 미술인들이 탄원서를 쓰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청회장에서 집단적으로 실력행사를 해 정책의 방향을 틀었습니다. 미술은행과 관련해서도 숱한 논란이 벌어졌던 것은 여러분도 익히 봐오신 대로입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조용한 것인지 잘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자리가 가진 상징성이 그렇게 사소한 것이었을까요. 딴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임 김윤수 관장이 얼토당토않은 억지이유로 해임되었을 때도 몇몇 단체를 제외하면 미술계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이 문제가 코드인사 따위를 넘어선 미술계에 대한 분명한 모독이었음에도 말입니다. 신임관장에게 ‘많은 기대와 성원’을 보내고 있는 현대미술관 노동조합도 그때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미술계는 오랫동안 기무사부지에 현대미술관 분관을 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 문제에서도 미술계의 ‘단결력’은 힘을 발휘해 인사동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해 전시를 열리고 하고 명망가들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성사될 듯 성사될 듯 하던 기무사 미술관은 올해 들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급물살을 탔습니다. 물론, 저간의 노력과 논의가 일궈낸 성과겠지만 미술계가 권력자의 입만 바라보는 ‘권력 바라기’가 되어가는 것만 같아 맘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신임 관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기무사 미술관입니다. 설마, 기무사 미술관을 얻는 대가로 미술계가 관장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기로 약조했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더더욱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그 많던 미술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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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09:00

유인촌 장관, 정체를 밝히시지요

[기자의 눈]당신은 예술지상주의자입니까, 시장만능주의자입니까
                                                                                                                                         안태호 기자
설 연휴,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유인촌 장관.(사진 문화체육관광부)
▲ 설 연휴,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유인촌 장관.(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자립은 말하기도 싫으며 국립극장은 돈을 버는데 신경 쓰지 말고 단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만 매진해 달라"(유인촌 장관, 2008년 3월 21일 국립극장 업무보고 중)

문화부는 3개월 간 공석으로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대우전자 사장 출신인 배순훈 씨를  임명했습니다. 배순훈 관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제적 시각으로 미술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국립극장에 돈벌이 걱정은 하지 말고 예술성과 공공성에 힘써달라던 유인촌 장관과 전문 경영인을 미술관장으로 데려와 미술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유인촌 장관 사이의 간격입니다

사실, 이런 의문은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공직에 나선 이후로 스스로도 헷갈릴 만한 질문이지요. 지금의 유인촌 장관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유씨어터를 운영하고, 공연할 때마다 손해가 나도 예술을 위해 마구(馬具)를 걸치고 연기했던 홀쓰또메르의 유인촌과는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의 당신은 독립영화는 ‘될 놈을 지원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입장이고, 미술관에 미술전문인이 아닌 기업 사장 출신이  와서 미술관을 '경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해야 할 형편이니까요.

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 지원할 3천만 원을 행사 일주일 전에 취소해 버린 게 재정자립도의 문제였다는데 사실인가요? 엠넷 등의 케이블 방송을 끼고 하는 음악상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SM 노래방에 가서 한국의 그래미를 호언장담하며 음악산업 진흥에 힘쓰겠다던 순간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시네요.

재정자립도가 평가의 가장 큰 기준이 되어 각종 문제를 야기시켰던 국립중앙극장의 경우, 당신은 예술은 돈 걱정 없이 해야 한다며 기업형 책임운영기관에서 행정형 책임운영기관으로 변경하셨지요. 책임운영기관이 성공한 제도였다고 자화자찬해오던 문화부와 국립극장에서 이리도 쉽게 태도를 바꾸시니 조금 당혹스럽기도 합니다만, 여하튼 예술계에서는 장관의 그 결정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직까지 그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국립발레단ㆍ국립합창단ㆍ국립오페라단ㆍ서울예술단의 기타 공공기관 해제와 순수예술창작법인으로의 지위변경도 아마 재정자립도의 비중을 낮추고 이름 그대로 예술적 성취도를 제고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요. 그 와중에도 '돈 걱정 없이' 7년간이나 부려먹던 국립오페라합창단은 해체를 해버리니 말입니다. 합창단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연습생 신분으로 30만원에서 70만원을 겨우 넘기는 대가를 받으며 일궈낸 성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럼에도 40여명 단원의 인건비 3억이 아까워 합창단을 해체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장관님 본인도 헷갈려서 이런 결과들이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화부의 정책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당혹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조금 가닥이 잡히는 것도 같습니다. 작년에 가수 인순이 씨가 예술의 전당에 대관신청이 불허되어 문제가 되고 대중가수들이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대중가요 전용 콘서트홀을 지어주겠다며 달래기에 나서신 적 있지요? 물론, 가수들이 대중가요 전용공간에 대한 압박을 위해 부러 그런 활동들을 벌였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분리에 대한 문제제기였기 때문에 살짝 동문서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워낭소리>가 ‘대박’을 터뜨리자 독립영화인들과 간담회를 가지셨죠? 대통령의 워낭소리 관람에는 장관님의 역할이 있었을 거란 얘기도 있더군요. 주무부처 장관이시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상영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옆자리에 앉은 이충렬 감독에게 ‘배고프다고 말씀하세요’라고 부추기는 장면은 좀 코믹했습니다. <워낭소리>의 인기에 대통령과 장관이 ‘묻어가기’전략을 구사하시니 제가 몸둘바를 모르겠더군요. 지난 1년간 독립영화와 관련한 정책은 계속 뒷걸음질만 쳤는데 말입니다. 물론, 장관과 대통령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후퇴하던 독립영화 정책이 그나마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건건마다 대중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에 일일히 반응하며 인기에 영합하는 걸 뭐라고 부르는 지 아시는지요? 그걸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부릅니다. 정책의 장기적인 관점이나 전망 없이 그때그때 이벤트식으로 정책을 펴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여쭤봅니다. 유인촌 장관님, 당신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만 매진’하는 것이 중요한 예술지상주의자입니까, 아니면 ‘문화예술에도 경영효율성을 도입해야 한다’는 시장만능주의자입니까. 혹시 당신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단편적인 정책들을 즉흥적으로 내어놓기 바쁜 포퓰리스트는 아니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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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7 09:13

기업 경영인 미술관장 임명은 어불성설

문화연대 현대미술관장 임명 관련 성명, ‘임명 철회, 장관 사퇴 요구’
                                                                                                                                        김나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배순훈 씨가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되자 문화연대는 지난 2월 25일(수) 성명서를 발표했다
▲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배순훈 씨가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되자 문화연대는 지난 2월 25일(수) 성명서를 발표했다

2008년 11월 김윤수 전 관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해임 된 이후 공석으로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에 배순훈 씨가 임명된 데 대해 문화예술계에서 비판적인 입장이 제기되었다. 문화연대는 2월 25일(수) “문화예술계는 이명박 정권의 무원칙적인 인사를 위한 장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배순훈 관장의 임명 철회와 유인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23일(월) 신임 관장에 임명된 배순훈 씨는 대우전자 회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에 미술계와 무관한 비전문인을 한국 미술계의 상징적인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문화연대의 입장이다.

문화연대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문화예술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서는 “이번 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가장 큰 문제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인식이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문화와 예술을 시장 중심적으로 접근하며,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문화를 도구화하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문화부 정책과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며 문화부 장관의 시장중심적인 예술관을 질타했다.

이어서 배순훈 신임 관장의 임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는 인사로 신임 관장을 재임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과 논의와 합의를 거치는 것은 재임명의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1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문화예술계를 무원칙적인 인사의 대표적인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임기가 보장된 산하기관 기관장들의 자진 사퇴를 종용하고, 결국 사임 구실을 만들어 김윤수 전 현대국립미술관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해임시켜버렸다”며 문화부의 인사정책을 비판했다.

문화연대는 "더 이상 한 국가의 문화전반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음이 자명해진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이제 사퇴하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계속적으로 문화예술기관에 무원칙적인 인사를 임명하고, 자본과 수익만을 강조하며 파행으로 몰아간다면, 문화예술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며 배순훈 신임 관장의 임명 철회와 함께 유인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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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0 12:19

“약속 지키셨네요, 장관님”

 - [기자의 눈]문화부의 어설픈 '좌파 적출'을 바라보며

유인촌 문화부 장관.(사진 문화체육관광부)
▲ 유인촌 문화부 장관.(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약속 지키셨네요, 장관님. 그렇게 ‘이전 정부의 색깔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몰아내실 거라 호언장담을 하시더니 아홉 달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결행하셨네요. 맞아요, 원래 그런 분이신 걸 제가 잠시 잊고 있던 것 같아요. 원래 ‘의리파’셨잖아요. '한다면 하는 거'고, ‘인연’을 허투루 보지 않으셨지요. 드라마에서 맺은 인연도 소중히 여기시는 분인데, 더군다나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자리에 계시면서 뱉은 말을 함부로 주워 담을 순 없는 거겠죠. 그때 당시에야 여론이 워낙에 따가웠으니 잠시 물러나는 포즈를 취해봤을 뿐이고. 하긴, 두 걸음 뛰기 위해 반걸음쯤 물러나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요. 원래 멀리 보는 사람들은 그런 거 두려워하지 않잖아요. 그때 김윤수 관장이나 김정헌 위원장과 만나 사진도 찍고 그러셨던데. 사과했다고, 화해했다고 이런 저런 훈훈한 장면들을 많이도 연출하셨던데 혹시, 그것도 '직업적 특성'에서 나오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당시에는 역시 인정할 건 인정할 줄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뭐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약속을 지킬 땐 지키더라도 구실은 좀 제대로 꾸리셨으면 좋을 법 했어요. 작품구입 과정을 물고 늘어지는 거나, 기금운영을 문제 삼는 게 좀 ‘쪼잔’해 보였어요. 김윤수 관장이 해임사유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한 후에 저는 행여라도 문화부에서 재반박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너무 명백한 증거들을 가지고 반박을 하셨거든요. 이를테면 ‘작품구입위원회가 작품구입을 결정하기 전에 작품구입 의사를 밝힌 메일을 판매자에게 보냈다’는 게 해임 사유의 하나가 됐는데, 김윤수 관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구입을 위한 전제조건들을 나열한 메일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문화부가 의도적으로 사실왜곡을 한 셈이지요. 예술위는 더해요. C등급 기관에 투자한 게 문제가 된다고 했는데, 그거 법령이나 규정에 나온 게 아니라 감사 지적사항이었대요. 이후에 조치사항도 아직 내려오지 않은 걸 무슨 범법을 저질러서 기관에 큰 손해를 입힌 것처럼 꾸미셨더라구요. 한 50억쯤 된다고 하던가요. 물론, 큰돈이지요. 근데, 문화부에서 관리하는 관광기금은 70억 날리셨다면서요. 거기 책임질 준비 되셨어요? 전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주식투자 손실 어쩌구 하는 얘기는 길게 하지 않을래요. 덩치 큰 연기금들이 수 조원씩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겠죠.

근데 이거, 예술계를 무시하는 처사거든요. 이런 정도로도 너희들 따윈 날려버릴 수 있다, 라고 으름장 놓는 꼴이예요. ‘정권이, 권력이 무섭긴 무섭구나’라고 생각한 사람, 저 뿐만은 아닐걸요? 현대미술관이라고 하면 한국미술계 최고의 기관이잖아요. 관장은 그만큼 상징적인 자리구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안 그런가요? 툭하면 몇몇 보수언론에서 ‘천 억 원이나 되는 자금을 주무르는 문화예술계 노른자 자리’라고 하잖아요. 물론, 돈으로만 예술을 재단하는 게 얼마나 천박한 논리인가요. 예술위가 단지 기금만 기계적으로 나눠주는 곳 아니라는 거야 저보다 장관님이 더 잘 아실 테니 생략할게요. 다만 그만큼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만은 분명하잖아요. 현대미술관 관장도 예술위 위원장도 그리 호락호락하고 만만한 자리가 아니고, 예술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 자리라는 거 아시면서 왜 그러셨어요? 그런 걸 아셨기에 3월달에 이야기하실 때도 두 분 실명 거론하신 거잖아요. 가장 상징적인 자리에 ‘철학을 달리하는 분’들이 앉아계셔서 말이죠.

근데 이거, 예술계에 대한 모독이거든요. 이렇게 모양새 안 나게 기관장들 언제든 내쫒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관치행정이거든요. 예술계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 알만한 거 다 아실만한 분이 왜 그러셨는지 퍽 궁금해요.

문화부의 해임사유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윤수 관장과 김정헌 위원장.

어떻게든 자리를 비우긴 해야겠는데, 적당한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구요? 아무리 찾아도 그 정도밖엔 해임사유를 발견하기 힘들었다구요? 결국 그분들을 이렇게 해임한 건 그분들이 해임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증명하신 꼴밖엔 안 되는 일이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임불가를 증명하기 위한 어설픈 해임사유 발굴이랄까요. 참, 그걸 기사라고 써야하는 제 처지는 생각해 보셨어요? 너무 무안해서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다른 매체들은 두 분 인터뷰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정말 무안해서 할 수가 없더라구요. 뭐, 할 말이 있어야죠.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상식적으로 따져 묻고 확인하고 그럴 게 있어야지요.

말씀드리는 김에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부작용’도 좀 생각해 보셨어야죠. 지금 ‘인사청탁 논란’ 일고 있는 거 아시죠? 예술정책과 박모 과장이 김정헌 위원장한테 이력서 두 장 들고 가서 골프장에 취직시켜달라고 떼썼다면서요? 거 참 재밌데요. 출력한 곳이 ‘대통령실’이라고 찍혀있는 이력서도 있었다던데. 그분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서 열심히 뛰었던 분들이라고 하더군요. 박모 과장은 한사코 자신이 ‘인사협의’를 하러 간 거라고 우기던데. 인사권자(뉴서울골프장 인사권자가 예술위 위원장인 건 아시죠?)에게 주무과장이 압력 넣는 걸 요즘엔 그렇게 부르나보죠? 혹시 좀 더 자세한 정황을 아시는 게 있으실까 모르겠네요. 그러게 좀 치밀하게 준비하시지 그러셨어요.

이거 하나만 더 이야기해야 쓰겠네요. 김윤수 관장 해임일이 11월 7일, 김정헌 위원장 해임일이 12월 5일이었어요. 모두 첫째 주 금요일이었더라구요. 우연이라면 기막힌 우연일테지만, 세간에서 ‘금요일의 대학살’이라고 부르는 거 아시나요? 언론은 생생한 고기를 좋아하죠. 금요일에 터진 사건이 일단 한 두 차례 보도되고 나면, 새 주가 시작될 때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싱싱한 먹잇감들로 지면이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뭐, 모르실리 없겠지요. 근데, 그것도 아시나요? 그거 참 구차한 짓이라는 거 말이죠. 그렇게 잘못이 많은 사람들이라면서요. 법에도 상관없이, 남겨진 임기도 아랑곳 않고 해임을 밀어붙일 만한 이들이면 좀 더 떳떳하게 발표할 순 없었을까요. 당당하면 당당하게 발표할 것이지 왜 그리 쥐구멍에 숨듯이 치졸한 방식으로 발표하세요? 원래 뒤가 켕기는 사람들이나 그러는 거 아닌가요?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듯이 사시는 분들께서 왜 그리 소심하게 사시는지 저로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 드리는 말씀이예요.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려요.

아무튼, 이렇게나 약속을 잘 지켜주시는 장관님이 계시니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품격 있는 문화국가, 대한민국’을 만드신다고도 약속하셨죠?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요. 장관님 재직하시는 동안에 대한민국은 ‘품격 있는 문화국가’로 거듭나는 거잖아요. 저 같은 사람들은 괜히 문화정책이니 문화현장이니 살펴보겠다고 설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따로 고생할 필요 없이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잠이나 자면서 장관님 하시는 일이나 지켜볼라구요.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이 좀 맘에 안차셨더라도 너무 맘에 두지 마시고, ‘품격 있는 문화국가’ 꼭 만들어주세요. 꼭이요.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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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12:22

문화부, 예술위 김정헌 위원장 해임

 - 김정헌 위원장, “해임 사유 어처구니 없다”

예술위 김정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부의 해임사유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 예술위 김정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부의 해임사유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문화부는 5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김정헌 위원장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3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실명을 거론하며 사퇴를 요구했던 김윤수, 김정헌 두 기관장이 물러나게 됐다. 앞서 문화부는 ‘공무원의 성실의무 위반’등을 이유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해임한 바 있다.

문화부가 밝힌 해임사유는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관련 규정,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방송발전기금 집행지침 등에 대한 위반’ 등이다. 이는 위원회 내부 고발자 제보와 전․현직 위원의 조사 요청, 국정감사 지적사항 등을 근거로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문화부에 따르면 예술위는 C등급 금융기관에 기금을 예탁할 수 없는 규정을 어기고 모 증권사 등 5개사에 700억원을 예탁해 101억 3천만원의 평가 손실을 초래하는 등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했다. 또,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받은 인사미술공간 예산 3억원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고 이를 방송통신위원회에 허위보고했으며, 아르코 미술관의 ‘테이크아웃 드로잉’이라는 프로젝트형 카페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선정해 예산회계규정을 위반했다.

문화부는 이에 따라 김정헌 위원장을 해임하고 관련 직원들에 대해서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김정헌 위원장은 5일 오후 2시, 아르코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부가 밝힌 해임사유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김 위원장은 3월 유인촌 장관의 ‘코드인사 적출’ 논란 이후에도 수 차례 사퇴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1기 위원회 임기가 끝날 때는 예술국장이, 11월 초에는 차관이 결단을 내려달라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11월 초에는 김윤수 관장도 함께 사퇴압력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예술위가 운영하고 있는 뉴서울 골프장에 대한 인사청탁이 있었다고 밝혔다. 9월 초 예술정책과장이 골프장 감사와 전무로 뽑아달라고 두 사람의 이력서를 가져와 청탁을 넣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고, 두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다.

‘C등급 투자’에 대해 김 위원장은 “등급이 법령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매긴 것”이라며 문화부의 해임사유가 어처구니없다고 받아쳤다. 이는 올해 4월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투자기관의 등급을 상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하라는 지시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투자해서 손실을 보지 않은 연기금이 어디있나”라며 “해임요건을 만들더라도 점잖게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테이크아웃 드로잉’에 대해서는 “차만 파는 곳이 아니라 전시기획과 아카이빙을 진행하는 예술공간”이라며 “회계규정이 아니라 미술관 운영규정에 따라 빌려준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해외에서는 10년 이상 임기가 지속되는 아트 카운실이 수두룩한데 이래서 어떻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위원회가 가능하겠냐”라며 “이런 식으로 위원장을 흔들면 이는 나 한사람의 문제만이 아닌 전체 문화예술계의 손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문화예술위원회 전환 이후 초대 위원장이었던 전임 김병익 위원장은 2년 남짓 재임했고, 김정헌 위원장 역시 1년 3개월여 만에 해임됐다.

김정헌 위원장은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사와 상의를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밟겠다”고 밝혀 앞으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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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15:17

미술은행 예산 9억 줄었다 - 미술관 수장고 보수 등에 우선순위 뒤져

한국산업은행 로비에서 열린 미술은행 소장품 전시.
▲ 한국산업은행 로비에서 열린 미술은행 소장품 전시.

미술은행의 2009년 예산이 줄어들 예정이다. 컬처뉴스가 18일 문화부 예술정책과에 확인  결과 미술은행의 09년도 예산은 16억 8,300만원으로 올해 예산 26억 300만원에 비해 9억 2천만원이 삭감되어 편성됐다.

미술은행 예산이 줄어든 것에 대해 예술정책과의 한상철 씨는 “현대미술관 전체예산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두어 배분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미술은행 예산을 조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덕수궁 미술관 동관 활용계획과 미술관 수장고 노후화로 인한 보수계획에 각각 20억원씩의 예산이 증액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미술관의 전체예산은 올해 237억 9천 5백만원보다 조금 늘어난 258억 9천 6백만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호황을 누리던 미술시장이 경기하락과 함께 침체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의 미술품 세제개편 논란이 겹쳐 있는 상황에서 미술은행의 예산 삭감 소식은 미술계에 악재라면 악재다.

문화부도 이를 의식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상철 씨는 “미술시장이 안 좋아서 어떻게 미술시장을 활성화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려면 작품구입을 증액시켜야 하는데 미술은행 예산이 이렇게 됐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을 해서, 미술시장 활성화 부분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술은행은 국가가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대여하는 것을 통해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술문화의 대중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미술은행은 프랑스와 캐나다, 영국과 호주 등의 나라에서 20여년 동안 시행되어 온 바 있다. 국내에는 2005년 처음 도입돼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도입 첫 해에는 모두 25억원의 예산이 책정됐고 2006년과 2007년에는 27억원이 배정됐다. 작품의 구입 및 관리, 대여 등 미술은행의 업무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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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3 11:45

김윤수 관장, “문화부 고의적 사실왜곡”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작품구입과 관련된 서류를 설명하고 있다.
▲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작품구입과 관련된 서류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전 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계약해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화부는 11월 7일, 김 전 관장이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 작품구입 과정에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등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해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전 관장은 11월 12일 오전 11시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미국과 프랑스의 뒤샹 전문가들과 주고받은 서신, 작품구입과 관련해 주고받은 문서 등을 공개하며 문화부가 계약해지 사유로 든 내용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심의위원회를 통해 작품구입이 결정되기 전에 작품구입결정의사를 통보했다’는 문화부의 주장에 대해 김 전 관장은 “문화부가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부가 구입의사를 밝혔다는 5월 30일의 서신은 조각분과심의위원회가 열려 4가지 조건을 전제로 구입키로 결정한 날이라는 것이다. 4가지 전제조건은 ①구입계약 전에 그 작품의 진품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것, ②관장은 적정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가격협상을 할 것, ③구입 시 보험과 운송비는 소장가 측에서 부담할 것, ④계약은 반드시 법적인 근거위에서 보장할 것 등이다. 그러나 문화부는 서신에 함께 기재된 이런 전제조건을 누락한 채 계약체결 전 구입의사 결정을 상대방에게 알렸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여행용 가방’ 작품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미국의 뒤샹 전문가 프란시스 나우만 박사와 교환한 서신과 뒤샹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클린 마티스 모니에의 서신을 공개하며 현대미술관 구입 작품이 A등급과 B등급 사이의 희귀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작품 내에 ‘샘’ 미니어처에 ‘R.Mutt’라는 사인이 있다는 점과 ‘글라이더’가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독특한 위치를 증명해 준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이 2005년 구입한 ‘여행용 가방’의 에디션은 300여개에 이른다. 작품의 질에 따라 A에서 G까지 등급이 나누어진다. 이 중 뒤샹이 직접 제작한 것은 A와 B시리즈. C 이하의 시리즈는 딸 등 타인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샘’ 미니어처에 사인이 있는 것은 A시리즈와 B시리즈 일부이며, 글라이더 역시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 매우 희귀하다는 것이다.

미술관측은 문화부의 재감정 요청에 이러한 내용들을 보고했지만, 문화부는 작품가격이 포함된 것을 요구했다. 결국 크리스티에 감정을 요청한 결과 보험가액도 60만달러에 달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김 전 관장은 밝혔다.

김 전 관장은 “주변에서 자신에게 재임시절 잘 한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평판이 안 좋은 학예실장을 내보낸 것 두 번째가 뒤샹작품을 들여놓은 것이다”라며 “그런데 이 두가지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고 아이러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해외미술관을 다녀보니 국가적인 위상이 너무 낮다는 걸 느꼈다. 후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미술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컬렉션을 보강하려는 취지에서 뒤샹작품을 들여놓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 전 관장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관람객수 감소’ 등 미술관 운영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공무원이어서 참고 견뎌야 했던 억울함’을 해소하려던 것일까. 김 전 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화부는 사실왜곡까지 동원한 억지감사를 통해 무리하게 그를 내쫓은 것이 된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려는 게 아니’라고 전제한 후, 자신의 해임에 대해 ‘정치적으로 나가라는 얘기, 좌파적출’이라며 “주변에서 몇 달 동안 버틴 것도 대단하다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씁쓸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변호사와 상의 중”이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 2008-11-12 오후 8:03:52  컬처뉴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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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1 19:30

김윤수 현대미술관장 해임사유 적절한가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해임사유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미술관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해임사유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미술관 전경.

문화부가 결국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해임했다. 문화부는 11월 7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감사결과를 밝히고 김윤수 관장에 대한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계약해지 사유는 ‘미술품 구입과정에서 관세법(274조),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 관리 규정 등을 위반하여 국가공무원법 제 56조상 성실의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005년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 가방>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작품가격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고, 작품수집심의위원회의 구입결정이 있기 전에 소장자에게 구입의사 결정사실을 알렸으며, 관세신고가 되지 않은 미술품을 반입해 관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문화부의 설명이다.

김윤수 관장의 해임은 올해 초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이명박정부의 첫 문화부 수장을 맡은 유인촌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산하단체장들의 거취문제를 들고 나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사태로 문화예술계의 ‘코드적출’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시 유인촌 장관은 김윤수 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김윤수 관장의 해임은 비단 ‘코드인사’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미술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사태는 한국 미술계의 상징인 현대미술관장을 해임하는 사유가 충분했는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과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은 11월 10일 성명을 내고 김윤수 관장의 해임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문화부가 계약해지 사유로 든 내용들이 ‘아전인수격의 자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문화부가 올해 초부터 작품의 진위문제로 조사를 했으나 ‘구입회사로부터 진품임이 확인’되었고, 가격 역시 ‘다른 에디션의 작품보다 귀한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관세법 위반 문제도 ‘작품의 국내 반입이 이뤄졌던 시점은 아직 작품 구입이 결정되기 전이며 작품을 가지고 들어온 것 역시 작품 판매자 측’이었으므로 세관신고는 반입자에게 있는데다 ‘미술품의 관세가 0%이므로 탈세를 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상의 내용들이 한국 미술의 상징적 기관의 수장에게 책임을 물어 해임을 결정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 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현 정권과 코드에 안 맞는 기관장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말의 실행이며, 예술에 대한 폭력이고 예술가에 대한 현 정권의 추악한 탄압의 시작’이라고 규정했다.

김윤수 관장은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취임했으며 연임에 성공해 1년여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김 관장은 문화부의 계약해지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 2008-11-10 오후 5:13:21 컬처뉴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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