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6 11:59

퓨전국악의 새로운 가능성

[필살의 라이브]퓨전국악보컬그룹 아나야
                                                                                                                      김형찬 _ 대중음악 연구자
5명의 멤버를 주축으로 구성된 아나야는 퓨전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팀이다
▲ 5명의 멤버를 주축으로 구성된 아나야는 퓨전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팀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역사의 심각한 단절을 경험했다. 이에 따라 전통문화가 서구사조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을 만나면서 순조롭게 현대화되지 못하고 일방적 모방 혹은 수세적 수용의 형태로 귀결됨으로써 ‘전통문화의 현대화’ 라는 화두는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왔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1980년대 초반 김영동의 국악가요 작업이 그 단초를 보여준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들어와서는 슬기둥을 중심으로 한 국악전공자그룹과 민예총 산하의 민족음악인협회 음악인들이 그 작업을 이어왔다. 주류음악 쪽에서는 채치성의 <꽃분네야> 주병선의 <칠갑산> 등이 국악가요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기억된 바 있다.

슬기둥의 작업은 전공자들답게 국악기와 양악기를 함께 섞은 연주팀으로 새로운 연주를 들려주었고 몇 곡의 노래들을 대중에게 기억시킨 바 있다. 민족음악인협회도 10년 이상 이 작업에 매달려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현재는 거의 소멸된 상태이다. 전공자들로 구성된 슬기둥은 국악어법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악’ 정도의 성과는 거두었지만 전통에 방점을 둔 상태라 ‘국악의 맛을 지닌 새로운 대중음악’ 으로는 나아가지 못하였다. 민족음악인협회는 의욕은 높았지만 전문적 기량의 부족으로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그에 비해 채치성과 주병선의 국악가요는 대중음악반주에 국악의 선율과 창법을 사용하는 초보적인 단계로서 1970년대 김민기가 보여준 문제의식을 답습하는 수준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국악전공자들이 과거처럼 소수가 아니라 대중음악과의 만남을 자신의 새로운 진로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그 양상은 양과 질을 달리 하게 된다. 강은일과 꽃별은 해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해금을 배우려는 대중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숙명가야금연주단과 같은 연주그룹은 대중음악음반 못지않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형태도 무척 다양해졌다. 거문고연주팀, 가야금연주팀, 아쟁연주팀, 국악메탈밴드, 타악그룹, 월드뮤직그룹, 가야금싱어송라이터 등이 출현하면서 ‘퓨전국악’이라는 새로운 경향을 형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그 수준의 향상이다. 국악전공자로서의 전문기량, 대중음악적 감수성, 새로운 세대가 갖는 자유로움 등이 결합하여 선배들의 음악작업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들에게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지난 2월 7일 남산국악당에서 공연했던 ‘아나야’라는 그룹은 그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팀이라 할 수 있다. 5명을 중심으로 객원연주자를 포함하여 10여명이 드럼, 베이스, 신디사이저, 일렉기타 등의 양악기에 태평소, 대금, 가야금, 장구 등의 국악기를 혼합하여 연주하는 팀인데 새로운 민요풍의 노래를 중심으로 내세우는 팀이다. 2003년 창단한 아나야는 2005년 제3회 한국가요제에서 <신사랑가>로 동상을 수상했고, 2007년 제1회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는 <기원>으로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제2회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따북네>로 아리랑상을 수상하면서 그 실력을 이미 과시한 바 있다.

새로우면서도 격조가 있게 느껴지는 아나야의 음악이 대중들의 눈높이에 어떻게 편안하게
다가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나야는 팀내에 3명의 보컬을 둘 만큼 민요의 현대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것을 위해 아나야는 각 지방의 민요를 그대로 부르지 않고 경기소리를 서도소리로 부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서로 혼합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 결과 민요의 맛은 살리면서 새로운 민요의 느낌을 주고 있다. 창법도 전통창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가미하여 민요의고졸함을 탈피하고 있다. 정지상의 고시와 황진이의 시조를 차용한 <송인>이 그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공간의 제약이 없어진 현재 각 지방의 민요를 섞는다는 발상은 역사적 타당성을 갖는다고 보이며 그것이 오히려 현재의 대중감수성에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아나야의 또 다른 시도는 판소리에 쓰이던 사설을 현대화하는 시도이다.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 대목을 랩과 비트박스를 사용하여 힙합의 형태로 바꾼 <신사랑가>가 그것이다. 사실 랩의 원조는 판소리임에도 외국문화인 랩이 현재 청소년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00년 전의 판소리와 현재의 랩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낼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 하겠다.

아나야의 바램은 새로운 보컬그룹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시를 차용하여 가사로 사용하는 것은 전통의 흥취를 담아낼 수는 있지만 현재의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현재 대중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아나야의 음악은 새로우면서도 격조가 있는 음악으로 느껴지는데 대중들의 눈높이에 어떻게 편안하게 다가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아나야 - 송인 아나야 - 신사랑가

 
 * 필자가 녹화한 <송인>은 상태가 좋지 않아 아나야의 협조하에 광주MBC 출연시 아나야가 직접 찍은 영상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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