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2 09:29

살인마는 우리의 이웃사람이었다

[신간소개] 강풀 『이웃사람①~③』

강풀, 『이웃사람』(전 3권), 문학세계사, 2009, 값 각권 12,000 원.

▲ 강풀, 『이웃사람』(전 3권), 문학세계사, 2009, 값 각권 12,000 원.



                                                                 이주호 기자

내 이웃에 연쇄 살인범이 산다. 이웃의 피자 가게에서 패스트푸드를 사 먹고 이웃의 상가에서 가방을 사고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나간 이웃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때론 주차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는 내 이웃이 정해진 주기, 정해진 방식으로 게임을 하듯 살인을 한다. 연쇄 살인범의 주변 사람들이 뉴스에 등장해 살인범의 신변에 대한 증언을 하고, 설마 우리 옆집에 그런 사람이 살았을 줄 몰랐다고 끔찍해 하듯, 살인범은 내 주위에 있고 그래서 내 이웃이라 불린다.

국내 인터넷 만화에 관련한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강풀이 2008년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했던 <이웃사람>(전 3권)이 출간됐다.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정 나눔을 작품 중심 정서로 두어 왔던 강풀이었던 까닭에 연재 당시부터 댓글을 통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지만, 완결에 가서는 어김없이 인간적 공감, 마음씀으로 마무리 된다.

비가 내리던 어느 밤, 수줍고 말없던 한 여고생이 실종되고 며칠 후 여행 트렁크 속에서 사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며칠 뒤 피해자와 같은 주택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가 실종된다. 범인이 이웃에 있다는 단서는 주택 단지에 사는 사람들을 두렵게 하지만 이 단서를 통해 저마다의 의혹을 품은 이웃들은 각자 단서를 확보해 간다. 문제는 무고한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노파심과 혼자 살인범과 맞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한 단지 내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삶은 개별적이다. 이들의 연대는 오로지 집값이나 개발에 따른 이익을 논의하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연이어 터지는 사건과 깊어가는 의혹, 이들은 자신의 용기와 맞대면하고자 하지만 불안 앞에선 여전히 혼자다. 살인범과 나의 1:1 싸움에서 승산은 없다. 하지만 1:다수의 싸움이라면? 살인범의 범행을 가운데 두고 사건의 중심부로 걸어들어 갈수록 사람들은 조금씩 내 이웃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절대적인 악과 선한 다수의 싸움이라는 대결구도는 잘 짜인 구성 덕에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을 일부러 예상하지 않고 시종 긴장을 유지하게 하지만, 악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는 작가의 인식은 어쩐지 석연치 않다. 이명박 역시 민주화 순행의 연결고리일 수 있다는, 살인범 역시 피해자일 수 있다는 식의 과감한 상대론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악에는 이유가 없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아무래도 거슬린다. 이웃에 사는 살인범이라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가 뒤섞인 상황 설정을 절대적 악을 절대적 보복으로 갚는다는 결말로 이끄는 것은 너무 쉬운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누가 언제 범죄자로 돌변할지 모르는 기막힌 현실을 누구라도 할 것 없는 마음씀씀이를 통해 이해해 가는 방식은 왜 강풀 만화가 매체를 달리하며 거듭 태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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