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5 10:30

불법체류자는 있는데 왜 불법사장은 없는가?

[인터뷰]서울독립영화제 초청작 '쫓겨난 사람들' 감독 마붑 알엄(이주호, 김나라 기자)

11일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에 2007년 작 <쫓겨난 사람들>을 초청 받아 상영하게 된 마붑을 컬처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 11일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에 2007년 작 <쫓겨난 사람들>을 초청 받아 상영하게 된 마붑을 컬처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마붑 알엄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의 둘째 형이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 그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고 한국에서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다. 그가 한국에 온 게 1999년이니 그의 한국 생활도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간 그는 공장노동자에서 이주노동 활동가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최근에는 영화배우로까지 생활권역을 넓혀갔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여건상 이주노동자의 삶의 궤적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다.

11일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에 2007년 작 <쫓겨난 사람들>을 초청 받아 상영하게 된 마붑을 컬처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서울독립영화제 초청 작품으로 <쫓겨난 사람들>을 상영하게 되었다. 어떤 영화인가?

<쫓겨난 사람들>은 2007년에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법무부의 표적단속으로 강제 추방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 추방당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국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주노동자활동을 하던 사람들인가?

처음부터 인권이나 노동 문제를 위해 한국에 와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아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 중 아마 그런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다들 한국에 일하러 왔다가 돈 버는 것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활동을 하게 된 것이고, 그 중 7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원래 영상에 관심이 있었나?

원래 방글라데시에서는 회계를 전공했다. 한국에서는 그것과 상관없는 일을 했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열악한 싸움, 법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의식도 넓혀야 할 것 같아서 이주노동 활동을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공동체 활동과 노동자 활동 같은. 일반적인 방송에서는 이주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왜곡 돼서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래서 무엇을 해야 바뀔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미디액트를 알게 되었고, 8mm 카메라를 빌려서 찍기 시작했다. 우리 안에도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 시민방송을 2004년에 알게 되었는데 시민방송에서는 시민이 직접 만든 방송을 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여서 찍기 시작했다. 다큐가 조금 다른 매력이 있다. 주제 의식이 있고,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할 수 있어서. 그래서 다큐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극영화를 찍을 생각도 있는가?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 놓은 게 하나 있다. 제작비가 문제인데, 우선 단편 영화라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쫓겨난 사람들>에 등장했던 사람들도 그렇고, 한국에서 활동을 하다 자발적으로 혹은 강제 추방을 당해서 돌아간 사람들과 아직도 교류가 있는가?

그렇다. <쫓겨난 사람들>을 찍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방글라데시와 네팔에서 촬영을 했는데, 방글라데시는 내 고향이기도 해서 통화도 자주하고, 태풍 피해 돕기, 어린이 돕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계속해서 교류해 왔다. 2007년 11월에도 한국에서 후원행사를 하고 그때 모인 돈을 방글라데시에서 현지 활동가들과 함께 전달하고 왔다. 방글라데시에는 한국에 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한국문화, 역사, 언어 등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게 바로 그들(한국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나는 방글라데시에서 이주민 라디오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을 만들어서 동시에 한국으로 오려는 사람들이나 한국에서 돌아간 사람들 간의 정보교환의 통로를 만들고 싶다. 이주의 문제는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겪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방글라데시를 떠나는 절차의 문제이기도 한 까닭이다.

네팔에서도 역시 한국으로 오려는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동시에  다시 네팔로 돌아간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할 수 있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해외에서 촬영을 하려면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충당했나?

한국을 떠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자니 한국에서 찍는 것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선 MWTV(이주노동자 방송)에 지원을 부탁했다. 적자는 자비로 채워 넣겠다는 것을 전제로 지원금을 받아 카메라와 장비를 짊어지고 혼자 떠났다. 당시 방글라데시 평균 온도가 35도 정도였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다. 한국과 같지 않아서 그곳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힘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쫓겨난 사람에 대해 개인적인 미안함도 있었다. 나는 비자가 있어서 그래도 편하게 활동할 수 있으니 이런 게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2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아서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충격을 받았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 캐나다, 인도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상영을 했었고, 앞으로 방글라데시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쫓겨난 사람들>의 후속편이라든가, 혹시 새로 하고 있는 작업은 없는가?

지금은 이주노동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가족 관계나, 쫓겨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무얼까 하는 내용으로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숨은 한국에서 12년 동안 활동했다. 사실 자기 나라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그러다 한국에서 표적 수사에 의해 강제 추방을 당했는데, 그의 가족들은 그가 돌아왔다고 오히려 좋아했다. 외국에서 일을 하더라도 1년에 한 번은 가족을 만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마숨은 12년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딸의 얼굴을 못 보고 떠났는데, 돌아가 보니 어느새 아이가 12살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떠났던 땅이다 보니 물이 안 맞아 배탈이 나거나 잠을 못 자거나 하는 신체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담은 다큐멘터리인데, 이제 촬영은 다 됐고 편집 중이다.

영상 제작을 하는 활동은 다른 이주노동자 활동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개인적으로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면에서 좋다. 방글라데시 친구들은 그래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네팔이나 다른 나라에 사는 친구들은 만날 수 없었는데,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영화도 찍지만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앞으로 내가 뭔가 더 많은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렇다. 현지에서 학교를 만들어 활동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친구들이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다문화를 내세우고 있고, 한국 이주노동의 역사도 이제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얼마 전 마석 가구 단지의 대대적 단속사건만 해도 정부의 태도는 물론 그런 정부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도 여전히 불법체류자는 법을 어긴 사람이니 법대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불법체류자는 정말로 범법자인가?

불법적인 행위가 무엇인가? 체류가 불법인가, 노동이 불법인가. 3D 업종에서,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한국 사람은 생각도 못 하는 적은 돈을 받으며 일한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살아 갈 수 있는 건 한국에서 그런 노동력을 끊임없이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 이주노동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법조차 없었다. 단지 한국에 그런 노동력이 필요해서 사람들을 들여왔다. 그러다 이주노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다보니 이후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외국 노동자들을 받아 들였다. 연수생이라면 당연히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워가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지만 하루 12시간 노동에 주말도 없고 2,3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일했다. 이게 어떻게 연수생인가.

그러다 고용허가제가 만들어졌다. 이 제도에 의하면 이주노동자는 공장이 망하지 않는 한 그 공장을 떠날 수 없다. 노동자를 필요로 했지만 거기에 대한 법을 만들지 않았던 2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불법체류가 인정되는데 어떻게 불법 사장은 인정되지 않는가? 불법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그 돈으로 세금을 내고, 돈을 버는 자체가 불법이 아닌가.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 자체도 불법적인 생산 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돈이 아닌가? 사장은 인정하지만 노동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건 어떤 논리인가? 이주노동자는 힘이 없으니 이들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기적 체류, 숙련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말 필요한 건 시민권이다. 한 국가에서 체류한 시간이 길어지면 시민권이 나와야 하는데 나오는 것이라곤 범죄자라는 낙인뿐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범죄 문제도 그렇다. 100만 이주민이 있는데 범죄자가 없을 수 있겠나? 범법자는 법으로 다스리면 된다. 그 범법은 범죄자의 문제이지 이주노동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 저지르는 한국인 이주자의 범죄율이 한국 내 이주노동자의 범죄율보다 더 높다는 것은 왜 생각 안 하는가? 이건 실제 통계자료로 나온 것이다.

한 사람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것은 실제 이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이 불법이 아니니. 몇 년간 그 나라에 거주를 하면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거주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사실 자기 나라로 돌아갈 사람이 더 많다. 그 사람들에게는 다시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하면 그 계약으로 비자를 연장해 주면 되지 않겠나.

영화 <반두비>(신동일, 2008)에 출연한 마붑 알엄  

영화를 찍기도 하고 출연하기도 했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에 출연했는데 영화에 관한 소개를 해 달라.

‘반두비’는 벵갈어로 ‘참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나는 한국에 온지 3년 된 이주노동자 ‘카림’이라는 역할로 출연했다. 상대 배우로 박지민이 여고생 역할을 맡았다. 둘이 우연히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멜로와 드라마가 들어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도 하는 영화다. 올해 10월까지 촬영했고 내년 4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신동일 감독이 ‘카림’ 역할에 미리 생각해두었다는 말을 들었다. 전부터 감독과의 인연이 있었나?

<나의 친구, 그의 아내>라는 작품에 엑스트라로 출연했었다. 담배 피는 역할. 그러다 신동일 감독이 이번에 이주노동에 관한, 방글라데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찍는다고 의견을 달라 해서 스크립트를 받아봤다. 또 주변에 잘 생기고 비자문제 없는 20대의 배우를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스크립트를 읽어 보고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용이 좋았다. 참여하고 싶어서, 직접 하면 어떨까, 이야기했는데, 오디션을 보게 해줬다. 계속 다른 배우를 찾기는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아 내가 하게 됐다. 그때는 살이 많이 찐 상태였기 때문에 10kg 감량하라, 해서 연기 연습과 더불어 외모를 만들어 가야했다. 살이 쉽게 빠지지 않아서 감독도 걱정하고, 나도 걱정했다. 결국 굶고 물만 먹고 운동해서 살을 뺐다. 여배우보다 일찍 참여해서 미리 영화에 관련된 일도 하고, 연기연습도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드라마 <종합병원2>에서 잠시 본 것 같다. 본인 맞는가?

내가 욕심이 많아서, 드라마에 한 번 출연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MBC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출연 제안을 받았다. 엄청 힘들었다. 또 <사람의 아들>이라는 이문열 소설을 각색한 작품에도 출연한다. 그건 종교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감독, 영화배우, 이제는 드라마 출연까지 못하는게 없는 것 같다.(웃음) 하나 더 보태서 학교에서 강의까지 한다고 하는데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게 되는가?

지난 두 달 반 동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하는 연수를 받았다. 아이들에게 다문화의 중요성과 흐름에 대해 교육할 이주민 10명, 한국인 20명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제 구로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다문화 교육을 하게 됐다. 전국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강의하는데 방글라데시 이야기도 하겠지만 한국에 사는 이주민 이야기도 할 생각이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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