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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몸부림, 혹은 꿈틀거림이었다. 차가워진 늦가을 저녁의 서울거리는 그만큼 걸음걸이를 재촉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의 걸음이 우리 때문에 지체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자 했다. 문화연대와 진보신당 서울시당이 30일 서울의 거리에 깔아 놓았던 거리공연과 토론회는 '차이'와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10일부터 30일까지 서울잠실주경기장에서 '서울디자인올림픽'을 진행했다. 수많은 언론들은 이 행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입 모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동안 서울시가 보여주었던 포크레인 대신 다양한 '사인sign'이 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개발주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문화연대와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을 통해, 서울시 디자인정책의 이면에 존재하는 개발의 폭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런 저런 사업들을 진행하였는데, '아름다운 노점' 사진전도 이런 흐름에 놓여있다. 우리가 말하는 거리는 보행자들의 통행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토론회 장소가 되기고 하고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인 노점상들이 생계의 밑천을 만들어가는 일터이기도 하다. 이렇듯 거리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노점상 대신 화단을 선택했다. 서울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노점의 맨얼굴을 보여줌으로써 노점은 그렇게 쉽게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 연장선에 놓인 또 하나의 행사가 10월 30일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작은 토론회다. '서울디자인올림픽 평가토론회'가 그것인데, '삶을 파괴하는 디자인은 폭력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저녁 6시 30분쯤 보사노바 가수인 소히와 뉴포크 가수인 무중력소년이 토론회 사전행사로 노래를 불렀다. 가수 소히가 말한 것처럼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부유해' 보였다. 도심에서 진행되는 이 낯선 행사가 낯섬 이상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다. 저녁 7시부터 진행된 평가토론회는 진보신당 정책위원 김현우,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인 조승화, 문화연대 임정희 선생이 토론자로 나섰다. 그리고 이미 제시된 공통질문 5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서울디자인올림픽'을 위한 5가지 질문
우선 5개의 공통질문을 살펴보면 첫번째 '도대체 디자인이 무엇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가(혹은 사소한가)', 두번째 '디자인에 있어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세번째 '디자인올림픽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이었나', 네번째 '디자인올림픽은 과연 할 만한 사업이었나', 다섯번째 '계속되는 디자인올림픽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였다.
워낙 형식 자체가 없었던 탓에 각각의 질문들과 답들이 서로 넘나들었다. 우선 김현우 정책위원은 디자인올림픽에서 불러온 '디자인'의 모습에 주목했다. 실제로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참가하여 볼 수 있었던 디자인이란 것이 결국은 '포장지'에 다름아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은 '돈벌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런 디자인이란 결국 서울시가 아니라 기업에서 해도 그만인 디자인이었을 뿐이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디자인정책이 조금이라도 공공성을 가지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쾌적성, 보편성, 시민참여가 그것인데, 이런 기준은 서울시의 디자인정책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빈곤사회연대 조승화 활동가는 디자인을 그간의 서울시 정책이 보여준 흐름에 놓고자 했다. 서울시가 디자인거리조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준 노점상 철거과정에서의 폭력성, 뉴타운 난개발에서 볼 수 있는 획일성 등을 지적하면서, 서울시가 말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은 알맹이가 없는 정치적인 수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실상 디자인의 공공성이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의심을 보였다. 한마디로 디자인만의 자율적인 공간이 없다는 의혹이었다.
반면 임정희 선생의 진단은 달랐다. 임정희 선생은 우선 디자인이라는 개념의 이중성을 강조했다. 애초 16세기부터 등장한 디자인 개념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의미가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은 상당히 공학적인 개념, 혹은 정돈잡힌(질서있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런 개념은 서울시에서 활용하는 '디자인'의 용례와 많이 닮아 있다. 하지만 임정희 선생이 강조한 것은 디자인의 최근 흐름이었다. 그것은 '사인sign'을 붙였다 뗐다(de-) 하는 행위처럼 사회적 의미화의 과정으로서 디자인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디자인이란 애초부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등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난 개념이 아닌 셈이다. 연장선상에서 임정희 선생에게 디자인의 공공성이란, 원래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그대로 놔주는 것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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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올림픽 행사장 전경. 서울시는 188만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
'서울디자인올림픽'! 오세훈 서울시장만 있더라
질문은 그대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실제 '서울디자인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우선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묻는 질문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개발주의와 상업디자인, 껍데기뿐인 환경디자인은 있었지만 참여하는 서울시민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는 '진짜' 디자인은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도 그걸 것이,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진행된 잠실주경기장은 'SH공사', '토지공사' 등 핀트가 잘 맞지 않는 공공기관의 부스들과 각종 기업에서 마련한 상품 안내부스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도시갤러리 사업에 따라 지원되던 일부 예술활동들이 일부 소환되어 펼쳐졌다. 그리고 시민들이 좋아했던 수많은 설치물들은 일반적인 놀이동산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29일 발표했던 서울디자인올림픽 입장객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44%의 입장객들이 이번 행사를 '나들이'삼아 찾았다고 답했다. 물론 나들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서울시민의 디자인감수성을 높이고자 8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벌인 행사치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결과임에는 틀림없었다. 특히 같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떤 경로를 통해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최대응답은 23% 가까이가 답한 '학교내 홍보'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188만명의 서울시민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목적이 '서울시민의 동원'이었다면 80억에 달하는 예산으로 다른 행사를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평가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이 이번 디자인올림픽을 평가하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부 아니다'는 식은 아니었다고 본다.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공통질문 네번째인 '디자인올림픽이 과연 할 만한 사업이었나'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을 하면서도 '만약~'이라는 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현우 진보신당 정책위원은 디자인올림픽이 서울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상업화될 수 없는 서울시의 공적 공간을 풍요롭게 하는 방안을 서로 모색하는 자리라면 디자인올림픽과 같은 자리는 있어도 좋지만, 사실상 이번 디자인올림픽에선 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 나았다는 평가다. 조승화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의 지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명확하고 지금까지 배제되어 있던 사회적 약자들을 다시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불러올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은 디자인을 관계의 망으로 본 문화연대 임정희 선생이다. 임정희 선생은 디자인이라는 것이 일정기간에 특정한 장소에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미 올림픽이라는 말이나 디자인 공모전 등이 진행된 데서 볼 수 있듯이 디자인이라는 행위를 제한된 행사로 한정짓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원래의 뜻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우리'의 자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은 올해 시범사업을 기점으로 2010년까지 매년 열릴 행사다. 애당초 2010년에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데에 따른 부대행사로 기획된 터였다. 문제는 여전히 '왜 이 사업이 필요한가'라는 합의 없이 내년도 사업이 확정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자화자찬식의 성과보고서가 또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와 같이 '서울을 서울이게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 없이 불꽃놀이와 '무한도전'만으로 서울시민의 동원을 넘어선 참여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서 내년에도 서울디자인올림픽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합의를 보았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 올해보다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반성이 있었다. 임정희 선생의 지적대로 서울시가 '자기만의 리그'를 하듯이 우리 역시 '우리만의 리그'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고민들이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시의 디자인정책은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 안에서, 밖에서 다양한 흐름들을 조직해내면서 즐거운 일들을 만들 것이다.
내년 서울디자인올림픽의 주제는 'I Design'으로 확정되었다. 우리는 그 대문자 'I'에서 촘촘한 'i'들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들의 팍팍하면서도 즐거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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