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4 09:01

기타 치는 도깨비 김광석

[필살의 라이브]김광석의 음악여정 보여준 '기타 치는 도깨비'
                                                                                                                      김형찬 _ 대중음악평론가
클럽 바다비에서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김광석의 1집부터 3집에 이르는 음악의 변모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클럽 바다비에서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김광석의 1집부터 3집에 이르는 음악의 변모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90년대 중반기에 시작되었던 초창기의 홍대 앞 클럽가는 쏠림현상이 심했었다. 모던록, 펑크, 댄스 등의 장르편중현상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음악위주의 클럽보다 상업성 위주의 클럽들이 더 번성하는 폐단을 낳기도 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을 거치는 동안 살아남은 음악인들의 수준은 상당한 내공을 지니게 되었고 다양한 음악으로 승부를 걸어온 음악위주의 클럽들은 매달 한 번씩 사운드데이(매달 마지막 금요일 음악위주의 클럽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집중공연순례 프로그램)를 거치면서 홍대 앞뿐만 아니라 한국대중음악에 창작곡과 다양성을 공급하는 수원지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런 좋은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을 하는 클럽 중의 한 곳이 ‘바다비’ 라는 클럽이다. 여기서 지난 3월28일부터 4월3일까지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기타 치는 도깨비’ 라는 공연이 열렸다. 기타리스트 김광석은 본인의 2006년 6월의 칼럼에서 다룬 바 있다. 그는 1978년 이후 주로 녹음실과 연주무대에서 세션기타리스트로 활약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기타리스트이다. 1960년대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록그룹이었던 히파이브에서 1976년 이후 기타리스트로 활약했으며 1980년대 중반에는 들국화의 객원기타리스트로 많은 공연에 참가했으며 1995년에 1집과 2003년 2집, 2009년 3집 등 자신의 독주곡집을 발매한 바 있다.

음악위주의 클럽들은 한국대중음악에 창작곡과 다양성을 공급하는 수원지 구실을 하고 있다

이 날의 공연은 제목이 의미하듯이 일정한 주제와 흐름을 가진 공연이었다. 어느 날 도깨비가 인간세상에 내려왔다가 <그리움>이라는 연주를 듣고 기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없이는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를 가진 연주회였다. 두 번째로 연주했던 <혼돈>은 도깨비가 자신의 괴력을 발휘하며 종횡무진 연주를 들려주는 곡이다. 이 곡에서 연주한 악기는 ‘비타’ 라는 악기로서 김광석이 개발한 악기인데 기타의 몸통에 7줄의 명주실을 매서 한국의 전통악기 비파와 기타를 결합한 음향을 낸다. 김광석은 3집 음반부터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의 탐구를 시작했다. 비타라는 악기의 개발과 전통리듬을 도입한 연주곡 <혼돈>은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이어서 도깨비는 그가 반했던 <그리움>을 연주하려고 하지만 마치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더듬거리기만 한다. 이 때 김광석은 기타를 왼손으로 잡고 이 장면을 연출한다.

 김광석이 개발한 악기 ‘비타’, 전통악기 비파와 기타를 결합한 음향을 낸다.

네 번째로 연주된 순서는 뇌성마비의 장애를 갖고 있는 퍼포먼스 예술가의 퍼포먼스와 <은하수>라는 연주곡의 결합이었다. <은하수>는 김광석이 몽골 여행 도중 캄캄한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얻은 느낌을 작곡한 곡인데 5음계와 3박자로 이루어진 아주 단순하지만 몹시 아름다운 곡이다. 이런 아름다운 곡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마룻바닥을 구르는 퍼포먼스는 바로 도깨비가 인간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겪는 고통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앞의 곡 <혼돈>처럼 기량과 위력을 과시하는 연주는 잘 하지만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을 표현하는 연주는 오히려 고통이 되고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도깨비의 마음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느껴졌다.

무대 전경

도깨비는 인간의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한 이후 드디어 그가 바라던 <그리움>을 연주하게 된다. 앞의 곡들이 추상적인 느낌인 것에 비해 이 곡은 아주 대중적이고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연주곡이다.

이번 공연은 김광석의 1집부터 3집에 이르는 음악의 변모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집에서는 김광석의 역량을 과시하는 연주곡들로 구성이 되었고 2집은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4장의 음반에 대작의 형태로 담아내었음에 비해 3집은 2집의 느낌을 아주 단순한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인간적이고 소소한 아름다움까지 감싸 안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는 김광석의 음악여정을 한 편의 음악이야기로 풀어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음악인 김광석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몸은 인간이나 짐승의 마음을 닮아가는 돈이라는 도깨비가 활개 치며 인간이 살 수 없는 세상으로 만들고 있는 현재 우리의 삶의 모습에 대한 예술가 김광석의 음악적 성찰은 우리에게 무언의 간절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기타 모양으로 새겨진 공연 현수막

 

 

 
 김광석 - 그리움 김광석 - 은하수, 퍼포먼스

 
 

김광석 - 혼돈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