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1 10:01

우리는 가요 밴드다, 그게 나쁜가?

[하이웨이스타] ④ 젊은 록키드의 두 얼굴, 지킬
[강종택 _ 기타리스트]

밴드를 처음 시작한 중학교 시절부터 8살 이상 터울이 나는 형들과 음악을 해서인지 지금까지도 나는 어딜 가도 막내다. 연주할 때는 보통 10년 이상의 경력 차이를 극복해야만 했다. 너무 큰 나이 차이 때문에 나와 연배가 비슷한 밴드를 만날 때면 괜스레 마음이 끌리고 편안했다. 음악 이야기도 하지만 또래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을 공유한다는 게 나에게는 음악만큼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지킬은 나와 가장 살가운 밴드다. 2004년 처음 만난 지킬과는 전국 여러 공연장을 함께 다니면서 많은 친분을 쌓았다. 추구하는 음악이 우리와는 많이 달랐지만 밴드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 큰 의지가 되는 팀이었다. 피터팬처럼 소년의 감수성을 가진 밴드 지킬과의 이야기다.

오랜만이다. 아직 지킬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소개를 해 달라.

(심승식 / 기타&보컬 / 리더) 지킬이라는 이름이 많이 생소할 것이다. 이름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따 왔다. 이중성을 가진 인물처럼 음악을 하리라는 취지에서 그룹명을 지킬로 한 것이다. 우리는 2005년 6월 지킬 1집 앨범 “The Message For Hyde”로 데뷔한 후 현재 2집까지 낸 밴드이다.

저번 주에 부산에서 공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전히 전국을 누비고 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새 앨범 준비는 어떻게 돼 가나?
 
(심승식) 3집 앨범의 곡 작업은 이미 끝났고 데모까지 나온 상태다. 그러나 세부적인 작업은 들어가지 않아서 3집 앨범이 언제 쯤 나올지는 말을 못하겠다. 앨범 작업 말고는 연습에 몰두한다. 물론 공연도 하면서 말이다.

지킬의 곡은 대체적으로 정통 하드락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밴드음악의 느낌보다는 가요 느낌이 많이 든다. 물론 가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박성준 / 드럼) 그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지킬은 팝락(Pop Rock)을 하는 팀이다. 그래서 다른 밴드들에 비해 강렬한 느낌은 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밴드형태의 틀 안에서 멜로디 라인을 중요시 하는 팀이다. 가요처럼 들렸다고 한다는 것에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곡은 심승식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팀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멜로디 라인이 상당히 특이하면서 생소하다. 그렇지만 또 친숙한 느낌을 많이 받기도 한다.

(심승식) 만들다보니 그렇게 나왔다. (웃음) 다른 팀과 차별화된 멜로디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렇게 만들어야지, 다음번에는 이렇게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멤버가 나가고 들어오면서 밴드 색깔이 조금씩 바뀌는 것은 있다. 이런 것이 곡이 탄생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심승식이 작곡과 출신인데, 곡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밴드 음악을 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참고로 나는 작사를 잘 하고 싶은 생각에 국문과를 갔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심승식) 글쎄, 도움이라… 음악을 비롯해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술적 능력이 교육을 통해 향상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작곡과에서 기본적인 틀은 많이 가다듬었다. 그러나 나의 음악적 본질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본다. 정말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작곡과에서 기본적인 기반을 잡고, 나의 음악을 그 위에 만들었다.

지킬은 멜로디도 그렇고 비주얼도 그렇고 예전의 이브나 Girl의 느낌이 강하다. 이런 말을 자주 듣지 않는가?

(박성준) 예전에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성의 있게 음악을 준비하고 매너 있고 깔끔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다른 밴드들과 비슷하다는 말보다 지킬만의 모습이라는 좋은 말을 많이 듣는다. (웃음) 이런 것이 좋은 것 아니겠는가.

계속 다른 밴드와 비교해서 미안한데…(웃음) 공연 횟수가 비교적 적다.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예전에는 공연을 참 많이 하는 밴드 중 하나였는데….

(심승식) 음…, 대답하자면 힘든 일이 좀 있었다. 2집 앨범 발매 후 기획사가 망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베이스 치는 친구가 팀을 나갔다. 그때부터 공연을 하는데 많은 지장이 있었다. 물론 요즘 3집 앨범작업 때문에 공연을 줄이는 면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밴드를 하면서 이 정도도 각오를 안했겠는가. 힘들지만 우리는 꿋꿋이 음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면 공연섭외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심승식) 지금은 기획사에서 나와서 우리끼리, 정말 음악만 하고 있다. 그래도 특별히 음악하는데 지장이 있다거나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공연은 내가 직접 섭외를 한다. 리더인 내가 매니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몇 해 전 MBC 아침드라마 <내 곁에 있어>에 지킬이 깜짝 출연을 했다. (웃음) 그때 많이 놀랐다. 어떤 계기였는가? 방송 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생겼는가?

(심승식) 하하하, 부끄럽다. 밴드 “WHAT”의 기타리스트 김인건의 소개로 드라마에 깜짝 출연을 했다. 우리의 음악으로 방송을 먼저 탔어야 하는 건데…. (웃음)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아침드라마라서 알아보는 사람은 아예 없었다. (웃음)

이재욱(기타)과 박성준(드럼)은 나이가 아직 많이 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 참 보기가 좋다. 요즘 밴드음악을 하는 동년배 친구들을 만나기가 힘들지 않은가?

(박성준 / 드럼) 물론 예전처럼 음악에 운명을 걸고 밴드를 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취미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그만큼 저변이 확대되었다고 본다. 우리처럼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대신에 이렇게 우리가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밴드를 하고 있다.

지킬은 나이도 어리고 패션도 상당히 개성이 있다. 그리고 소녀들이 좋아할만한 넘버들도 가지고 있는데, 여성 팬들이 많지 않은가?

(심승식) 팬은 무슨…, (웃음) 우리는 팬이 없다. 소녀들보다는 아저씨들이 좋아하시더라. (웃음) 우리 팀은 결성된 지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우리 스스로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좀더 성숙해지면 그때는 팬에 대한 욕심도 한번 내보겠다.

그래도 팬들이 없다면 힘 빠지지 않는가? 음악이라는 게 사람들이 들어주고 사랑해줬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인데.

(심승식)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내가 인기만을 좇으면서 음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밴드를 하는 사람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단지 기타를 치는 것이 좋았고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다. 1집을 발매했을 때 많이 미숙했다. 그것을 보안하면서 2집을 만들었다. 좀더 가다듬어졌지만 만족한다는 말은 못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성숙하고 있다. 이제 3집에서 우리의 사운드를 비롯한 모든 면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다면 자연스레 대중들이 귀를 기울여 줄 것이다. 우선 우리 “지킬”이라는 팀을 확실하게 완성시키고 싶다.

인기 때문에 음악적 자존심을 버리지 않을 거라 확신이 든다. 그렇다면 ‘이것은 지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어떤 밴드라고 생각하는가?

(심승식) 어려운 질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밴드 곡들의 느낌을 가진 팀은 적어도 한국 안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자부심이다. 이 기사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지킬의 음악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속는 셈치고 한번 들어주길 바란다. (웃음) 지킬은 화려한 기교가 있는 팀도 아니고, 관중들을 휘어잡는 에너지가 있는 팀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색깔을 확실히 가져가고 있는 밴드라는 점을 스스로 크게 평가하고 싶다.

밴드가 확실한 팀컬러가 있다면 절반 이상은 성공이지 않겠는가. 아직 젊은 밴드 지킬의 활발한 활동 기대하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못 물어봐서 못한 말이 있다면 해 달라.

(심승식) 나를 제외한 멤버들이 많이 어리고 아직은 배우는 단계이다. 그래도 그들의 음악적 영역에는 터치를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을 존중해주면서 밴드를 이끌고 싶다. 지금까지 잘해준 것처럼 앞으로도 최고를 향해 성장하는 지킬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3집 준비를 제외하면 뚜렷한 계획이 없다. 앨범 작업에 몰두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둘러 싼 열악한 환경 조건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대해 딱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묵묵히 열심히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성공하는…,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를 끝내고 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살의 어린 친구들이 열정을 가지고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 내게 밥벌이 걱정 말고 또 무엇이 남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 나도 한때는 하루에 라면 한 끼만 먹어도 음악만 하면 행복할 거라는 꿈이 있었다. 씁쓸한 마음 한편에서 몰래 체념을 한다. 그래도 굶지는 말아야지.

다음 인터뷰는 전설을 만날 차례다. 음악계의 전설은 아니고 한 때 야구 계를 주름 잡았던 잠실벌의 전설, 삼손! LG트윈스의 클로저 ‘야생마’ 이상훈을 만난다고 하니 벌써부터 주위에서는 같이 가서 사진 좀 찍으면 안 되겠냐고 난리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전설적인 밴드 시나위의 드러머 출신 신동현. 각기 다른 전설을 숙명처럼 꼬리에 달고 다녀야 했던 밴드 “What”. 이제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가며 새로운 전설이 되고자 하는 “What”을 찾아 미용실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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