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7 09:15

미술관 인턴, “편의점 알바가 부럽다”

최저임금 못 미치는 미술관ㆍ갤러리 인턴제도 개선 필요
                                                                                                                                        안태호 기자
한가람미술관 인턴 모집 공고. '근무보수 없음'이 뚜렷하다.
▲ 한가람미술관 인턴 모집 공고. '근무보수 없음'이 뚜렷하다.

2년 전 신정아 씨의 스캔들이 불거져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선망의 눈길을 숨기지 않았다. 비록 여러 언론에서 큐레이터의 현실이 상상하는 것만큼 우아하고 고고한 것이 아니라는 인터뷰와 기획기사를 실었음에도 이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꽃’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트렌디한 주인공들은 어김없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도도함을 뽐낸다. 아무래도 당분간, ‘큐레이터=고상한 직업’이라는 일반의 오해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정작 큐레이터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연못 위의 백조’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은 당당한 자태를 뽐내지만 물속에서는 쉴 틈 없이 다리를 젓기 바쁘단 거다. 학예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큐레이터들은 실제로 본업인 전시기획부터 작품ㆍ전시장 관리, 홍보, 전시장에 못 박는 일까지 수많은 잡무에 시달려 스스로를 ‘잡예사’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런데, 정직원 큐레이터를 꿈꾸는 이들의 처우는 어떨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인턴 급여 : 0원
서울시립미술관 인턴 급여 : 교통비, 중식비
일반 상업 화랑/갤러리 인턴 급여 : 10~60만원
일반 상업 갤러리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정직원 급여 : 70~100만원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미술관ㆍ갤러리 인턴 처우에 대한 글의 일부분이다. 일주일에 4일 출근을 요구하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의 인턴 급여는 0원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그나마 교통비와 중식비를 제공한다. 문제는 대다수 국공립미술관들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무급, 국립현대미술관은 일당 15,000원, 광주와 부산은 일당 1만원에 인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 4,000원이다.

그러나 국공립미술관이 학예사 시험에 필요한 경력인정기관이다 보니 보수가 없다시피 한 인턴자리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미술계의 분석은 ‘예비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큐레이터를 지망하는 예비인력이 넘쳐나다 보니 사람을 쓰는 쪽에서 아쉬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시각예술 관련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네오룩닷컴에서는 최근 미술관ㆍ갤러리 인턴제에 대한 성토가 한창이다. 이들은 전시기획자를 뽑아놓고 ‘전시 디자이너, 회계업무, 비서 노릇, 고객 서비스’를 다 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까지 인턴의 몫으로 넘어오기도 한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사실, 인턴 문제는 미술계 내에서 고질적으로 제기되어 오던 문제다. 그러나 번번이 무관심 속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네오룩닷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에야말로 인턴제의 문제점을 뿌리뽑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갤러리 구인 모집 글들에 댓글을 달기도 하고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미술관 인턴제 폐지에 대한 청원을 올리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 명단을 만들자’, ‘공공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에 민원을 넣자’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만들어 서로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에 힘입어 한 공중파 방송에 이 문제가 소개되자 문제가 됐던 기관에서는 ‘관련 예산 확보에 힘쓰겠다’며 개선의 여지를 보이기도 했다. 시급 4,000원을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부럽다는 고학력 인턴들. 과연 이번에는 확실히 문제의 해결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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